25년 만에 발렌티노 떠나는 피엘파올로 피촐리
밀라노에서 가장 로맨틱한 하우스,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작별을 고하는 방법도 특별합니다. 최근 있었던 발렌티노의 2024 F/W 컬렉션에서 옷은 물론 아이섀도와 립까지, 모든 것을 검정으로 물들이며 ‘피엘파올로 피촐리 시대’의 폐막을 알렸죠. 럭셔리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피엘파올로 피촐리. 발렌티노와 함께한 그의 25년을 돌아볼까요?
발렌티노 그리고 피엘파올로
열세 살의 피엘파올로는 이탈리아 국립영화연구소 진학을 꿈꿨습니다. 그러다 사진에 빠져들게 된 그는 로마의 사피엔차 대학교에서 문학을, 그리고 IED(Istituto Europeo di Design)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죠. 졸업 직후 브루넬로 쿠치넬리에서 인턴 생활을 한 그는 1989년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있던 펜디에서 본격적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합니다. 액세서리 디자인을 담당하던 피엘파올로와 마리아 그라치아는 정확히 10년 뒤,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붉은 궁전에 함께 발을 들이죠. 둘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발렌티노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맡습니다. 마리아 그라치아가 디올로 떠난 뒤에는 피엘파올로가 하우스를 8년간 홀로 이끌었죠.
발렌티노의 런웨이에는 늘 ‘표준 체형’의 모델은 물론 다수의 흑인과 동양인 모델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캣워크를 걷던 65명의 모델 중 44명이 흑인이었던 2019 S/S 꾸뛰르 컬렉션이 완벽한 예죠. 피엘파올로는 유약한 남성성과 강인한 여성성을 표현하며, ‘모두가 입을 수 있는’ 아름다운 옷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레이디 가가, 리한나, 젠데이아, 플로렌스 퓨 등 당대 패션 아이콘이 모두 그의 디자인을 사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피엘파올로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일해왔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영국 패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뒤에는 “꿈에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이 있다”는 소감을 남겼죠. 그는 지난 12월에도 패션 어워즈에 참석해 아름다움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저는 패션의 급진적이고 의식적이며 정치적인 측면을 사랑합니다. 패션은 우리 모두를 꿈꾸게 하죠”라는 그의 말처럼 피엘파올로는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가 발렌티노를 떠났다고 해도 말이죠.
피엘파올로와 발렌티노가 가장 밝게 빛난 순간
최근 있었던 ‘올 블랙’ 컬렉션부터 그 귀하다는 안나 윈투어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낸 2023 F/W 꾸뛰르 컬렉션, 그리고 마리아 그라치아를 떠나보낸 뒤 처음 단독으로 선보인 2017 S/S 컬렉션까지. 피엘파올로가 발렌티노 하우스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 컬렉션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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