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알레산드로 미켈레 그리고 <보그 코리아>

2022.11.24

by 안건호

    알레산드로 미켈레 그리고 <보그 코리아>

    ‘구찌라는 우주에 흔적을 남긴 사람’,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떠납니다.

    휘청거리던 구찌를 일으켜 세우며 브랜드 역사에 똑똑히 이름을 새긴 그가 구찌 입성 20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지 7년 만에 안녕을 고한 겁니다. 모든 매거진과 패션 피플은 미켈레가 구찌에 주입한 ‘과잉의 미학’에 열광했고, <보그 코리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이유와 함께한 2022년 11월호까지 우리는 그와 함께 달렸으니까요. ‘미켈레의 구찌’가 장식한 지난 일곱 차례의 커버를 돌아보며, <보그 코리아>만 할 수 있는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2016년 2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가 <보그 코리아>의 커버를 처음 장식한 것은 2016년 2월입니다. 반항기 가득한 눈빛의 렉시 볼링이 입은 보헤미안풍의 톱과 스커트라니! 페미닌한 시퀸 디테일과 리본에서 보이듯, 미켈레는 항상 지적이고 중성적인 여성을 위한 컬렉션을 선보였죠.

    2017년 4월

    구찌 특유의 로맨티시즘을 완벽하게 구현한 K-팝 대표 아이돌 엑소! 클래식한 버튼다운 셔츠에도 과감한 플로럴 패턴을 사용한 것처럼,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그 누구보다 중성적인 디자인을 선보여왔습니다. 젠더리스 패션을 대표하는 스타인 해리 스타일스가 구찌를 선택한 것 역시 같은 이유겠죠?

    2019년 1월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항상 오리엔탈리즘을 사랑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코코 카피탄이 포착한 구찌와 한복은 매끄럽게 어우러졌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의 로고 톱과 한국의 댕기가 이토록 잘 어울리다니! 미켈레는 늘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포용하는 데 능했습니다.

    2019년 9월

    그는 괴기한 요소를 미학적으로 풀어내는 데 능숙한 디자이너이기도 했죠. 페티시즘적 레퍼런스로 가득하던 구찌의 2019 F/W 컬렉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파이크가 박힌 마스크와 초커는 일종의 ‘접근 금지’ 명령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강다니엘이 착용한 귀덮개 장식 역시 미켈레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2020년 1월

    초현실적인 꿈의 세계를 구현한 듯한 미켈레의 컬렉션은 ‘네가 꿈꾸는 그 모든 것이 현실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두에게 꿈꿀 자유와 용기를 불어넣었다고 할까요? 아일랜드어로 자유를 뜻하는 단어 ‘시얼샤’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난 시얼샤 로넌에게 구찌만큼 어울리는 브랜드도 없었을 겁니다.

    2020년 4월

    아이코닉한 모델 벨라 하디드와 구찌의 만남! 미켈레는 “패션의 기능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모든 형태의 다양성을 신성화하고 자신을 정의하는 기술을 가르친다”는 코멘트를 남긴 적이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구찌의 옷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을 지녔죠. 1996년생인 벨라 하디드가 구찌의 점프수트를 입고 무성영화 시대 배우의 분위기를 풍길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2022년 11월

    마지막 ‘미켈레의 구찌’ 커버가 되어버린 <보그 코리아>의 2022년 11월호. 구찌가 사랑해 마지않는 스타 아이유와 함께 그에게 작별을 고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에서 남긴 7년의 유산은 영원히 살아 숨 쉴 겁니다. 그것이 <보그 코리아>의 커버든, 패션을 사랑하는 이의 기억에서든 말이죠.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 유산을 되돌아보는 가운데, 다음 행보를 지켜보며 그를 응원하는 것입니다.

    에디터
    안건호
    포토
    보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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