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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연애’, 잘하는 요리가 ‘제사 음식’인 연프 출연자 어떤데?

2024.06.21

by 강병진

    ‘신들린 연애’, 잘하는 요리가 ‘제사 음식’인 연프 출연자 어떤데?

    ”남의 연애운만 점쳐주던 용한 점술가들이 자신의 연애운을 점치기 시작한다.“ 예고편을 봤을 때부터 파괴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느슨해진 적 없는 연애 프로그램 신에 긴장감이 아니라 도파민을 부어버린 느낌이랄까. 이런 기획이 어떻게 성사된 건지. 지난 6월 18일 처음 방영된 SBS의 새 예능 프로그램 <신들린 연애>는 연애 프로그램의 공식과 계보를 따르는 동시에 그것을 파괴했다. 마음에 드는 출연자를 선택하는 장면에서 부적에나 쓸 법한 굵은 붓글씨의 폰트를 쓰는 연애 프로그램이라니.

    SBS ‘신들린 연애’

    사실 오해한 게 있었다. ‘용한 점술가’라는 표현만 보고 섣불리 무당을 떠올렸다. 신내림을 받은 8명의 남녀 무당이 등장하는 연애 프로그램으로 생각한 것이다. 분명 이걸 기획한 사람은 영화 <파묘>를 보고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커플로 이어지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신들린 연애>에 출연한 점술가들의 분야는 다양하다. 무당도 있고, 역술가도 있고, 타로 마스터도 있다. 출연진이 전부 무당이 아니라는 사실에 약간 실망했지만, 범상치 않은 출연자들이 역시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무당들은 가방 속에서 무구를 꺼내 자기 신령님께 방법을 묻는다. 타로 마스터는 타로를 꺼내 짝을 찾고, 역술가들은 사주 풀이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낸 운명의 상대가 나한테 호감을 갖는다면? 1화 초반부에 서로의 사주만 보고 운명의 짝을 찾았던 몇몇 출연자는 마지막 부분에 그들로부터 호감의 메시지를 받았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신령님이 도와주시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연애 프로그램에서 직업은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을 부르는 포인트다. 외모도 좋고, 성격도 좋은 데다 직업도 좋으면 금상첨화다. <신들린 연애>에서 직업은 그 자체로 캐릭터다. 처음 본 출연자에게 ‘잘생겼다’라거나 ‘예쁘다’는 감정이 아니라 ‘저 관상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라고 생각하는 직업인의 세계. 대뜸 “이번 촬영 중간에 울 일이 있을 거 같아요?”라고 묻는 남성 출연자도 있다. 맥락에 전혀 맞지 않는 질문인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폭발시킨다. 그는 미래를 본 것인가?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대놓고 물어본 건 그의 뜻이었을까? 아니면 신령님의 뜻이었을까? 그런가 하면 “이렇게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람들은 처음”이라고 말하는 출연자도 있고, “사주가 맞는 사람보다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편인데, 그렇게 거스를수록 더 세게 맞았다”고 고백하는 출연자도 있다. 1화 시청자들에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을 캐릭터는 할머니와 아버지 다음으로 3대째 무당이 되었다는 함수현일 것이다. 처음 만난 남자에게 대뜸 “유연석 닮았네?”라며 반말을 하더니, 잘하는 요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제사 음식이요”라고 답했다. <신들린 연애>란 프로그램의 특징을 단번에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SBS ‘신들린 연애’
    SBS ‘신들린 연애’

    아직 1화밖에 보지 못했지만, <신들린 연애>는 사실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운 연애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보다는 뭔가를 읽는 듯한 느낌이 먼저 포착되기 때문이다. “다들 연애보다는 본업에 더 관심이 많은 거 같아”, “일과 연애를 분리하기 어려운 직업이라서 그렇지” 등 몇몇 사소한 대화에서 <파묘>가 아닌 <검은 사제들>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검은 사제들>에는 퇴마 영역에서 무속인과 신부가 일종의 동종 업계 종사자처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신들린 연애> 또한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 각자의 능력을 이용해 서로를 파악하는 게임처럼 보이는 것이다. 1화에서 살짝 보여준 1:1 대화에서 역술가 남성과 무당 여성은 각자의 ‘비기’를 이용해 서로의 정체와 자신의 운명을 파악했다. 몇십 초 정도의 짧은 장면에서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상했다. 신령의 뜻을 따를 것인가, 마음이 가는 대로 따를 것인가. 신령의 뜻을 거슬렀다가 더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이렇게 ‘샤방샤방’하지 않은 연애 프로그램이라니. <환승연애>처럼 공감할 수도 없고, <나는 솔로>처럼 리얼하지 않을 수도 있고, <솔로지옥>처럼 눈이 즐겁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신들린 연애>는 지금 가장 ‘신박한’ 연애 프로그램이다. 이건 정말 참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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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신들린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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