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꾼이자 파수꾼! 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꾸준히 인기를 구가했다. 우리 대부분은 미식가이자 음식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 앞에서도 주변 맛집이 우선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만큼 기준을 충족하긴 어렵다. 대한민국 엄마들의 밥맛은 제각각이고, 자라며 겪은 경험과 추억 때문에 선호하는 음식도 다르다. 하지만 명작은 취향을 뛰어넘는다. 요리에서 명작이란 결국 진심이 아닐까. 진정성 있는 셰프들의 고군분투를 다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그 이름처럼 유·무명의 대결 구도다. 재야의 고수 ‘흑수저’ 80인이 스타 셰프 ‘백수저’ 20인에게 도전하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안성재 미슐랭 3스타 모수 오너 셰프가 심사한다. 셰프들은 각자의 스토리에 어울리는 별명을 부여받는다. 이 중 주목받는 8인의 셰프는 범상치 않은 ‘요리사(史)’로 내러티브가 살아 있는 테이블을 선보이고 있다.
‘디핀’ 헤드 셰프
셰프로 불리기 싫다. 안주꾼이자 파수꾼으로 남고 싶다. 내 요리의 정체성에 안주 그 이상의 철학은 없다. 좋은 재료를 찾아 이질감 없는 요리를 선보이고 손님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내 레스토랑은
요리사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맛있는 재료 앞에선 장사 없다. 새벽 5시면 일어나 메신저로 오늘의 해산물을 체크한다. 싸게 구입해야 손님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 입에 꽂히는 요리를 좋아한다면 나의 레스토랑에 오길. 단, 예쁜 요리는 없다.
요리하는 돌아이
‘꼴통’ ‘이단아’ 같은 단어를 좋아한다. 자칫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내게는 갈망이 있는 ‘직업 정신’으로 여겨진다.
인상적인 심사 평
1라운드에서 스스로 맛본 내 요리가 좀 싱거웠다. 이렇게 일회성 단발 캐릭터가 되는가 싶었는데, 심사 보류가 떴다. 탈락하는 다른 셰프들을 보며 무척 힘들었다. 차라리 내가 탈락자가 되고 싶었을 정도. 안성재 셰프의 선택으로 한 번의 기회를 더 받자 울컥했는데, 평소에도 이런 절실함으로 레스토랑에서 일한다.
요리를 시작한 이유
아버지는 트럭을 몰고 어머니는 냉면집을 운영하셨다. 늦둥이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끼니를 알아서 챙겨야 했다. 보살핌보다는 혼자 챙겨 먹는 것이 익숙하다. 어머니께서 암 판정을 받으셔서 작은 냉면집을 누군가 지켜야 했고,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나는 학교 가기 싫어서 일하려 했지만 3개월 만에 포기했다. 어머니께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지원해주시기로 했고, 그렇게 요리를 시작했다. 스시 장인을 꿈꾸다가 프랑스 요리로 시선을 돌렸다. 스시가 솔로 보컬이라면 프렌치는 팀원들과 일궈내는 오케스트라와 비슷하기에 적성에 더 맞았다. 돈을 좇지 않고 정말 밑바닥부터 ‘경험’해왔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식의 절제미에 프렌치 요리의 꽃인 소스를 응용한 요리를 하고 있다.
셰프로서 장점
입에 딱 꽂히는 요리를 만든다. 그런 내게 손님들이 지어준 별명은 돌직구 혹은 갱스터다.
소울 푸드
교복 입고 먹은 떡볶이, 캠핑장에서 숯불에 구운 고기와 포일에 감싼 감자, 더운 날씨에 마시는 맥주와 곁들이는 오징어땅콩. 그 상황에 맞는 요리가 있다. 내 입맛은 지극히 평범하고, 어쩌면 마이너 감성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 올 때 빈대떡과 막걸리가 당기듯 모두의 공감 포인트를 알기에, 일상적인 음식을 나만의 메뉴로 탄생시킨다.
외식 트렌드
팬데믹 이후 더 어려워졌다. 개인적으로 가성비라는 말이 싫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식당이 버티는 중이다. 잘하는 셰프는 많다. 하지만 이제 살아남는 셰프가 되어야 하기에 조금 속상하다.
목표
큰 꿈은 없다. 당장 오늘 오는 고객에게 집중하고, 하루하루에 집중한다. 장기 목표라면 고깃집과 막횟집처럼 좋은 재료를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문턱 없는 식당을 열고 싶다. 화려한 음식을 하는 셰프들도 퇴근하면 국밥에 소주, 회에 소맥, 삼겹살에 술 한잔을 곁들인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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