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를 정체성으로,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꾸준히 인기를 구가했다. 우리 대부분은 미식가이자 음식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 앞에서도 주변 맛집이 우선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만큼 기준을 충족하긴 어렵다. 대한민국 엄마들의 밥맛은 제각각이고, 자라며 겪은 경험과 추억 때문에 선호하는 음식도 다르다. 하지만 명작은 취향을 뛰어넘는다. 요리에서 명작이란 결국 진심이 아닐까. 진정성 있는 셰프들의 고군분투를 다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그 이름처럼 유·무명의 대결 구도다. 재야의 고수 ‘흑수저’ 80인이 스타 셰프 ‘백수저’ 20인에게 도전하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안성재 미슐랭 3스타 모수 오너 셰프가 심사한다. 셰프들은 각자의 스토리에 어울리는 별명을 부여받는다. 이 중 주목받는 8인의 셰프는 범상치 않은 ‘요리사(史)’로 내러티브가 살아 있는 테이블을 선보이고 있다.
‘비아 톨레도 파스타바’ 오너 셰프
내가 살았던 나폴리의 거리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손님들이 이탈리아로 공간 이동한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음식 스타일도 타협 없이 현지 파인다이닝 방식을 고수한다. 현재 7코스 요리를 제공하는데 적어도 2개월에 한 번은 전부 변경한다. 손님들이 왜 이리 자주 바꾸느냐고 묻는데 나의 성장을 위해서다. 주방에서 계속 연구하고 개발하고 요리할 거다. 요리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가족이며,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기에 그 과정이 힘들지 않다.
출연 이유
27세에 내 가게를 차리고 3년째 잘 운영하고 있었다. 요리나 사업 운영에나 자신감이 가득하던 때 넷플릭스에서 대형 요리 서바이벌 소식을 들었다. 어릴 때부터 요리 서바이벌을 전부 챙겨 볼 정도로 마니아였기에, 이제는 나의 시간이 왔음을 느끼고 피가 끓었다.
나폴리 맛피아
내가 직접 만든 별명이다. 프로그램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나폴리 맛피아로 활동하고 싶다. 나의 정체성은 감히 나폴리라 말할 수 있다. 처음 요리 일을 시작한 곳은 나폴리 이스키아섬에 있는 미슐랭 레스토랑이었다. 현지인의 열정적인 분위기, 아름다운 바다, 신선한 식재료와 음식 등 나폴리의 매력에 푹 빠져서 지금까지 매해 방문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게를 잠시 닫아야 하지만, 당장 돈을 벌기보단 경험을 통해 나를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리를 시작한 계기
강압적인 교육 시스템에 갇히기 싫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3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머릿속에 전구가 반짝이듯 ‘요리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가장 가까운 대학의 호텔조리과에 입학했다. 칼을 잡는 순간 지팡이를 처음 잡은 해리 포터처럼 전율이 일었다. 이탤리언 퀴진이 서양 요리의 근본이자 시작이기에 이탈리아에서 유학하고 전 세계를 돌고 싶었다. 막상 그곳에 도착하자 다른 지역은 필요 없어졌다.
요리로 주고 싶은 것
용기. 소심하고 겁 많은 내게 이탈리아에서 만나 동료들이 해준 말이 있다. “Mai paura(겁먹지 마라).” 두려우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소울 푸드
입대하기 전 용돈을 끌어모아 첫 파인다이닝을 경험했다. 오세득 셰프님이 운영하는 ‘줄라이’였는데, 충격적인 맛의 향연이었다.
존경하는 셰프
우연히 고든 램지 셰프의 영상을 본 뒤 미친 듯이 빠져들었다. 대학 시절 2년 동안 하루 10시간씩 그의 영상을 보며 공부했다. 그는 나의 첫 목표이자 스승이다. 또 한 명은 나폴리에서 내가 일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다니 메종(Daní Maison)의 니노 셰프. 내 요리 스타일의 틀을 만들어준 분이다. 함께 일할 땐 정말 힘들었지만 요리 열정과 창의력, 애정 등을 배웠다.
목표
서울에 작은 건물이나 주택을 사서 1층은 카페, 2층은 레스토랑, 3층은 나와 고양이가 뛰노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내 삶은 고양이와 요리가 전부니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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