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셀러브리티, 여러분은 누가 떠오르시나요? 다양한 인물이 있겠으나, 켄달 제너를 그중 하나로 꼽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 거예요. 웰니스에 관심이 많은 Z세대답게, 그녀는 지난해 여름 프랑스 <보그> 커버를 장식하며 진행한 인터뷰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특히 강조한 바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게 우선이었어요.”
켄달 제너의 강인한 멘탈은 독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 켄달 제너는 열렬한 독서광이거든요.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잘 살펴보면, 화려한 일상 사진 한편에 종종 등장하는 책 표지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보그>는 여기서 착안해, 켄달 제너가 사랑하는 8권의 책을 모았습니다.


8권의 책 중 대부분은 한국에도 정식 출판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일부는 아직 한국어로는 읽어볼 수 없습니다. 켄달 제너가 사랑하는 책이라면, 언젠가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를 짐작할 수 있죠. 과연 켄달 제너의 취향과 관심사는 무엇일까요?
켄달 제너가 추천하는 8권의 책
#1. 조앤 디디온의 <상실>

조앤 디디온은 <푸른 밤> 같은 걸작을 남긴 위대한 미국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작가들의 작가’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작가가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을 정도죠.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생각할 때 차갑고, 내향적이며, 거대한 선글라스 뒤에 숨어 있는 듯한 여성을 떠올린다고 합니다. 조앤 디디온의 글에 그녀의 성격이 반영돼 있기에 떠오르는 이미지일 겁니다. 실제로 그녀의 글은 예리하고, 차갑고, 냉철합니다.
<상실>은 조앤 디디온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실제 그녀의 삶이 반영된,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죠. 조앤 디디온은 <상실>을 통해 세상을 떠난 남편 존 그레고리 던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사랑, 부부 생활, 죽음, 그리고 이후에 남은 것들에 대한 담담하고 생생한 기록이죠. 주제 의식을 담은 책 속 한 문장을 읽어볼까요?
“비애는 다르다. 비애는 거리가 없다. 비애는 파도처럼, 발작처럼 닥쳐오고 급작스러운 불안을 일으켜, 무릎에 힘을 빼고 눈앞을 보이지 않게 하며, 일상을 까맣게 지워버린다. 가까운 사람을 잃음으로써 비애를 겪은 사람은 거의 모두가 이런 ‘파도’ 현상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2.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는 포르투갈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꼽히지만, 살아서는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몇 편의 시를 발표했을 뿐, 작가로서의 활동은 미미했죠. 생전 그가 쓴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글은 트렁크 바닥에 숨어 있다가 그의 사후 주목받았습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요. 에세이와 시 사이, 그 어딘가에서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굉장히 독창적입니다. 1982년 발간된 이 책은 배우 한소희가 인터뷰에서 최근 읽었다고 언급하면서 2023년 돌연 한국에서 ‘완판’되기도 했습니다.
“삶이란 내 마음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감정 다루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에요. 스스로를 컨트롤하고, 내 뇌와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그 과정을 잘 헤쳐나갈 수 있어요.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결국 감정 조절과 자기 이해가 중요한 거죠.” 켄달 제너가 프랑스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녀가 <불안의 서>를 사랑하는 이유를 담고 있는 말이죠. <불안의 서>에는 불안과 내면의 혼란을 깊이 탐구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과정이 담겨 있으니까요.
#3. 미란다 줄라이의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미란다 줄라이는 행위 예술가, 영화감독, 배우, 작가 등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다분야 아티스트입니다. 활동 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그녀를 직접 마주하면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할 정도죠.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선보인 전시 <New Society>가 큰 반향을 불러온 만큼, 여기서는 작가라고 부르는 게 좋겠습니다. 단편소설집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를 쓴 소설가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제 감정과 욕구, 거친 면 등 모든 것에 대해 써요.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나 저녁에 대한 기억도 쓰죠. 항상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줄라이의 말입니다. 이 책에 실린 16편의 단편을 통해 줄라이는 평범함과 비범함 사이, 불안정한 균형 사이 사람들의 감정을 탐구합니다. 살짝 살펴볼까요?
“우연이란 담쟁이덩굴처럼 자랄 여유 공간이 있는 곳에 자라는 것이다. 그녀에겐 내 우정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있는 듯했다. 그녀는 결코 침묵의 순간으로 빠져듦으로써 상대를 내치거나 하지 않았다. 대놓고 질문한 적도 없지만 내 물음에 움찔하면서 피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내가 사람들에게서 중요하게 보는 면이다. 움찔하면서 피하지 않는 것.”
#4. 랭 리브의 <Sea of Strangers(낯선 이들의 바다)>

“시를 정말 사랑해요.” 켄달 제너가 프랑스 <보그>와 나눈 인터뷰에서 속삭이며 전한 말입니다. 실제로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수십 권의 시집 사진이 올라와 있는 만큼, 과장이나 거짓 없는 솔직한 표현일 거예요. 그중 한 권이 랭 리브의 <Sea of Strangers(낯선 이들의 바다)>입니다.
호주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리브가 태어난 곳은 난민 캠프입니다. 그녀의 가족은 크메르 루주 독재 정권을 피해 고국인 캄보디아를 떠나야만 했거든요. 그녀는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시드니의 카브라마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런 경험은 독특한 그녀의 시 세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줬죠.
그러나 그녀의 시는 가족의 비극적인 기억을 다루지 않습니다. 리브가 주로 다루는 소재는 자신의 사소한 일상이거든요. 그리고 그 일상이야말로 그녀의 시가 탄생하는 요람이죠. 아쉽게도, 아직 한국에는 출간되지 않았습니다.
#5. 멀리사 브로더의 <오늘 너무 슬픔>

앞에서 켄달 제너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정신 건강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켄달 제너가 멀리사 브로더의 <오늘 너무 슬픔>을 열심히 읽은 건 우연이 아닐 거예요. 멀리사 브로더는 불안과 우울에 대해 이야기하는 트위터리안이었으니까요. 그녀는 자신이 겪은 정신적 고통과 성적 판타지, 중독 성향, 연애 관계 등을 트위터에 블랙 유머로 표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마일리 사일러스나 케이티 페리 같은 셀러브리티들이 팔로우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브로더는 열두 살 때부터 죽음에 대해 강박적으로 생각했고, 2010년대 초 뉴욕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공황 발작을 겪기까지 평생을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렸습니다. 트위터는 그녀 삶의 돌파구가 되어줬고요. 책에는 트위터에 쓴 것보다 내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책에 실린 짧은 에세이들은 때로는 추상적이지만, 때로는 과할 정도로 솔직합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건강한 탈출구예요. 트위터는 도파민을 분출해 저를 화학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고요.” 브로더가 책에 대해 했던 말입니다.
#6. 암파로 다빌라의 <The Houseguest: And Other Stories(하우스게스트)>

켄달 제너가 꼽은 8권의 책 중 이 책은 두 번째 단편소설집입니다. 멕시코 작가 암파로 다빌라는 이 책을 통해 현실 세계에 갑자기 나타난 괴물들에 의해 벌어지는 끔찍한 일을 상상합니다. 괴물들은 때론 인간의 모습을 띠기도 하죠. 한국에는 그녀의 책이 번역되지 않은 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빌라는 섬뜩한 분위기와 강렬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이야기로 프란츠 카프카, 에드거 앨런 포 등과 비견되는 작가입니다.
다빌라는 욕망, 편집증, 불면증, 공포의 경계를 탐구합니다. 또 외로움부터 가장 깊은 불쾌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피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이용해 등장인물을 고통스럽게 만들죠. 인간의 병폐를 환상 속 생물의 형태로 묘사한 이 책을 읽다 보면,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의 작품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를 거예요.
#7. 파리하 로이신의 <How to Cure a Ghost(유령을 치료하는 방법)>

시를 사랑한다는 켄달 제너의 말대로, 또다시 시집입니다. 시인, 소설가, 논픽션 작가로 활동 중인 파리하 로이신의 첫 시집이죠. 로이신은 시를 통해 수치심, 트라우마, 폭력 등의 주제를 다룹니다. 대부분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에서 생겨나는 것들이라는 점이 아이러니죠. 로이신에게 시는 방글라데시인이자 무슬림, 퀴어 여성인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소수자인 만큼, 사회 주변부에 속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죠.
“저를 괴롭히는 모든 유령에 대한 탐구인 동시에, 치유이기도 해요.” 이 책에 대한 로이신의 짤막한 소개입니다. 그녀 안에는 수많은 유령이 있습니다. 백인 우월주의, 그녀를 학대한 어머니, 가부장제, 이슬람 포비아… 깊은 자기혐오에서 수용과 용서의 여정까지, 그녀의 서사는 깊고 넓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어로는 출간되지 않았습니다.
#8. 매기 넬슨의 <블루엣>

이 책은 에세이일까요, 시집일까요, 소설일까요? 매기 넬슨은 하나만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블루엣>에는 파란색을 주요 소재로 삼은 240편의 ‘시적 단편소설’이 담겼습니다. 모든 글이 굉장히 감동적이죠. 책을 읽는 동안 플라톤이나 괴테 등 철학자, 앤디 워홀이나 레너드 코헨 같은 예술가와 음악가를 한데 모아 애도, 낭만, 우울 등 다양한 감정을 오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파란색에 대한 애정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처음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풍부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블루스 음악에서 블루 영화(포르노 영화)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친밀하면서도 웅장한 싸움을 통해 ‘블루’를 격하게 받아들입니다. 파란색 보석인 사파이어만큼 아름다운 책일 거예요.
켄달 제너의 추천 책 8권
조앤 디디온 <상실>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미란다 줄라이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랭 리브 <Sea of Strangers(낯선 이들의 바다)>
멀리사 브로더 <오늘 너무 슬픔>
암파로 다빌라 <The Houseguest: And Other Stories(하우스게스트)>
파리하 로이신 <How to Cure a Ghost(유령을 치료하는 방법)>
매기 넬슨 <블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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