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환대, 살보의 풍경으로 떠나는 여행
이탈리아 회화 거장 살보(Salvo)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여행이 예술가에게 얼마나 중요한 계기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7월 12일까지 글래드스톤 서울에서 열리는 <살보, 인 비아지오(Salvo, in Viaggio)>전, 즉 ‘여행 중인 살보(Salvo Traveling)’라는 제목의 전시는 그가 1988년부터 2015년까지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을 여행하며 얻은 영감의 풍경을 펼쳐냅니다. 컬러풀하면서도 부드러운 터치가 돋보이는 살보의 그림은 그 자체로도 환상적이지만, 그것이 여행에서 얻은 단상과 느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현실과 상상 속 풍경의 결합이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예술가의 여행이 화가인 그에게 얼마나 크나큰 세계를 열어주었으며, 이를 통해 작가가 기억, 현실, 상상력의 관계를 얼마나 면밀히 탐구했는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부터 아트 페어 같은 자리를 통해 한국에서도 소개되어온 살보는 이탈리아에서 매우 존재감 있는 작가입니다. 1947년 이탈리아 레온포르테에서 태어났고, 이탈리아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 이후 아르테 포베라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등장했습니다. 초기에 개념적이던 그의 작업은 아방가르드 선구자들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생동감 넘치는 강렬한 풍경화로 점차 변해갑니다. 특정한 개념을 옹호하던 예술가가 모든 걸 초월하는 세상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담아내는 화가로 자리 잡은 거지요. 세계 곳곳의 풍경만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아름다움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 그에게 여행은 실질적으로나 은유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 <살보, 인 비아지오>는 살보의 회화적 실천에 영향을 준 기억의 장소와 상상의 풍경을 충실히 추적합니다. 2015년 작고할 때까지, 작가는 1969년 첫 여행지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그리스, 튀르키예, 구(舊) 유고슬라비아 등 유럽의 많은 지역과 오만, 시리아, 티베트, 네팔 등을 방문했다지요. 그리고 지역의 건축적 모티브, 현지 식물, 지중해 같은 바다 풍경 등 다양한 곳에서 발견한 결정적인 모티브를 자신의 고유한 필치로 담아냈습니다. 심지어 2015년에는 우즈베키스탄의 도시 히바(Khiva)를 그렸는데, 그건 꿈에서 본 풍경이라고 하는군요. 살보의 그림은 지리적, 문화적, 시간적 차원을 모두 아우르는 오묘한 곳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살보의 풍경화는 인물화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추상화처럼 읽히기도 하는 등 표정이 아주 다양합니다. 시간의 흐름과 각별한 기억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파스텔 톤의 푸른 하늘에, 몽글몽글한 초록 잎을 가진 나무에 스며 있습니다. 그가 그려낸 풍경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영역인 동시에 우리가 세상에서 발견하는 작은 희망과 기쁨의 순간을 곳곳에 반영합니다. 매우 낯설고 이국적인 동시에 누구라도 환대하고자 하는 따듯함이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합니다. 살보의 그림은 아직 떠나지 않은 곳을 사랑하도록 만듭니다. 여름휴가를 떠나기도 전인데, 아니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미 미지의 그곳으로 다녀온 것 같은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살보이기에 가능한 마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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