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너스: 죄인들’은 정말 오스카 작품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지난 몇 달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기 위한 레이스는 이미 결과가 결정 난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비평가들로부터 여러 상을 받았고, 고담 어워즈, 전미비평가위원회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골든글로브에서도 최고상을 휩쓴 것이죠. 그 어떤 것도 이 영화의 파죽지세를 막을 수는 없을 듯 보였습니다.
그러다 아카데미 후보작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가장 많은 부문에 후보로 오른 작품은 혁명의 서사극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도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기세를 보여주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씨너스: 죄인들>은 무려 16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1950년 <이브의 모든 것>, 1997년 <타이타닉>, 2016년 <라라랜드>의 기록(각각 14개 부문)을 제치고 아카데미 역사상 최다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는 기록을 세운 겁니다.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은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습니다(제작비는 약 9,000만 달러가 들었고, 수익은 3억6,000만 달러 이상이었습니다). 여러 부문에 후보로 오르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영화의 선전이 놀라운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는 분명 노골적으로 미국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수상작을 결정짓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배경이 다른 시상식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유럽을 비롯해 다른 국적의 회원들이 미국인만큼 영화에 공감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시상식인 골든글로브에서도 <씨너스: 죄인들>을 제치고 <햄넷>이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았으니까요).
게다가 아카데미는 흑인 배우가 다수 출연하거나 흑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그리고 장르 영화에 상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당당하지 못한 역사가 있습니다(거의 100년 동안 감독상 후보에 오른 흑인은 단 7명뿐이며, 실제 수상자는 1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현재까지 ‘공포 영화’라고 부를 만한 영화 중 작품상 트로피를 가져간 건 1992년 <양들의 침묵>뿐이었습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더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진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몇십 년을 아우르는 이 대서사극은 분명 수익(제작비보다 겨우 2,500만 달러 많은 수준인 2억 달러 남짓)은 훨씬 적었지만, 미국 밖에서의 반응을 포함해 더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영화의 주연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여덟 번 오르고 수상까지 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입니다. 감독 앤더슨은 비록 수상한 적은 없으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14번 오른 바 있죠. 더 전통적이고, 더 진중한 주제 역시 아카데미상을 받기에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사회 정의, 백인 우월주의의 부상, 소외된 공동체에 대한 억압 등이 그런 주제인데, <씨너스: 죄인들>에서도 이런 주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씨너스: 죄인들>이 이 모든 난관을 넘어 최고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래서 놀랍습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자, 여러 후보작 가운데 더 투박하고, 더 멋지고, 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언더독 작품이기도 하다는 아주 흥미로운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쯤 되니 더욱 궁금해집니다. 이 영화는 정말로 역전극을 일으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간단히 말해, 가능성은 있습니다. 16개 부문에 걸쳐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은, 아카데미 회원들이 전반적으로 강력하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후보 지명 가능성이 낮은 듯 보였던 배우들도 여럿 후보에 올랐습니다.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오른 운미 모사쿠(Wunmi Mosaku),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오른 델로이 린도(Delroy Lindo)가 그렇습니다.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마이클 B. 조던도 어찌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고요. 작품상은 여러 부문 중 유일하게 선호 투표 방식으로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투표권이 있는 회원들은 단 한 작품에 투표하는 대신 후보작의 순위를 매깁니다. 많은 사람이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작품이 대체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방식입니다. <씨너스: 죄인들>을 여러 부문 후보로 올린 회원이 이 영화에 작품상까지 안겨주는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는 일부 비판적인 의견 역시 존재하기에, 그런 의견을 지닌 회원이 투표할 때 영화에 낮은 순위를 매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씨너스: 죄인들>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가장 많은 사람이 지지하며, 따라서 높은 순위를 매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가장 많은 부문에 후보로 오른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작품상 수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에밀리아 페레즈>나, 2022년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파워 오브 도그>, 2021년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맹크>, 2020년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조커>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반면 2023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2024년 <오펜하이머>는 작품상까지 받았죠.
최근에 치러진 2026 액터 어워즈(구 미국 배우조합상)에서 <씨너스: 죄인들>은 총 6개 부문 중 여우 주연상을 제외한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조던, 모사쿠와 함께 신예 마일스 케이턴(Miles Caton)도 주목받았죠. 케이턴이 후보로 깜짝 지명된 것은 <씨너스: 죄인들>이 그만큼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영화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제치고 앙상블 연기상과 최고 작품상을 받으면서, 아카데미 수상 전망도 더욱 밝아졌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앙상블 연기상 수상작 중 절반이 조금 넘는 작품이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작품 중에는 <오펜하이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코다>, <기생충>이 그랬습니다. 2020년 <기생충> 출연진이 배우조합상 무대를 장악한 풍경은, 흐름이 이 영화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으며, 동시에 시상식 시즌에 딱 필요한 종류의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매력적인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빛나며 그 순간을 마음껏 즐겼고, 할리우드의 거물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올해 액터 어워즈에서는 델로이 린도가 마이크를 잡고 출연진을 대표해 벅찬 수상 소감을 말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액터 어워즈 시상식은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 기간 도중에 열렸죠. 이번 수상이 영향을 주어, <씨너스: 죄인들>이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 막바지에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후보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씨너스: 죄인들>의 위상이 정점을 찍을 완벽한 타이밍입니다. 수많은 상을 휩쓴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있는 타이밍이기도 하고요. 물론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작품상을 받기에 더 적합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씨너스: 죄인들>이 최고의 영예를 차지할 만큼 진중한 작품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이 영화의 수상 전망을 더욱 밝게 해줍니다. 영화의 흥행은 IP에 의존하지 않는 진정한 오리지널 영화에 대한 수요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토머스 핀천의 1990년 소설 <바인랜드>를 느슨하게 각색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보는 내내 대단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흑인들이 경험하는 영성, 신화, 기쁨, 상실, 성공, 그리고 끝나지 않는 박해를 깊이 탐구하는데, 그 과정에서 재치와 깊은 성찰이 전해집니다. 영화에는 올해 최고의 장면이라고 꼽을 만한 장면도 있습니다. 뛰어난 연기, 아름다운 음악, 압도적인 세트 미술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씨너스: 죄인들>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다면,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고, 모두의 기억에 인상적으로 남을 할리우드식 막판 반전이 될 겁니다.

결국 그날의 주인공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씨너스: 죄인들>이 급부상한 흐름, 그리고 이에 따라 수상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된 데서 온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시상식에 더욱 관심을 두게 할 겁니다. 저 또한 마지막 봉투가 열리고 수상작이 공개되는 순간을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볼 거고요. 이름이 불리기 전, 온 세상이 숨죽인 듯한 그 짜릿한 순간이 없다면 아카데미 시상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말 최고의 순간인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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