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인 핸드 페인팅 액세서리

거친 손맛이 일품인 아티스틱 핸드 페인팅이 등장했다.
붓 터치, 그래피티, 캘리그래피 기법으로 선보인 핸드 페인팅 액세서리들이
5월의 거리를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거친 붓 터치의 미니 드레스는 셀린(Céline), 화이트 음표 프린트 베르니체 슈즈는 미우미우(Miu Miu), 작업실에서 뒹굴다 가져온 듯한 쇼퍼백은 샤넬(Chanel), 캔버스를 그대로옮긴 듯한 스니커즈는 스터즈워(Studswar), 멕시코 벽화를 프린트한 토트백은 프라다(Prada).

이번 시즌만큼 패션계에서 아트가 귀 따갑게 언급된 적이 또 있었나? 아마 98년 가을 컬렉션을 위해 알렉산더 맥퀸이 하얀색 직물 드레스에 자동차용 로봇을 이용해 스프레이 페인팅으로 모델 샬롬 할로우를 흠뻑 적셨을 때 정도? 금빛 빗방울을 쏟아부은 바로 전 시즌 쇼보다 더 강렬했고, 패션쇼 사상 가장 위대한 퍼포먼스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패션을 아트로 인정하지 않는 시기였기에 행위 예술로도 평가받지 못했다. 16년 후인 지금은? 아트와 패션이 사이좋게 공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패션쇼장들이 아트 바젤이나 프리츠 아트 페어를 방불케 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단순히 영감의 원천을 떠나, 처음부터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그들만의 프린트를 개발하거나 디자이너들이 직접 핸드 페인팅까지 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옷에 물감을 덕지덕지 묻히고 나온 듯한 핸드 페인팅 아이템을 어떻게 연출해야 할까? <와호장룡>의 역동적인 붓글씨 장면을 떠올릴 만큼 강렬한 붓 터치 프린트 옷을 선보인 피비 파일로는 보다 현명한 대안을 제시한다. 프린트와 프린트의 충돌, 혹은 강렬한 컬러와의 믹스매치로 ‛모던 에스닉’ 룩을 연출하거나, 그래픽적인 스트라이프 패턴과 모노톤 컬러로 너무 강렬한 예술적 터치를 중화시킨 후 미니멀한 블랙과 화이트 슈즈로 마무리했다. 반면 샤넬의 칼 라거펠트는 대놓고 미술 학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실크 소재를 캔버스 삼아 컬러칩을 옷에 채색한 듯한 프린트 드레스에다 작업실 한쪽에서 유화 물감, 붓과 함께 뒹군 듯한 지저분한 캔버스 백을 선보였다. 그는 좀더 그럴싸한 스쿨룩처럼 보이기 위해 발목 양말과 진짜 화지통까지 함께 연출했다. “내가 미대 다닐 때의 딱 그 모습이야!”라고 미대 졸업생들은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우쭐했을 것이다.

어디 붓 터치뿐이랴.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스터즈워’ 창립자이자 텍스타일 전문가 마우로 부라니는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기교의 디지털 프린트 대신 손으로 직접 그린 프린트를 선택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뻔한 재료가 아닌,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을 하얀 캔버스 스니커즈에 프린트했습니다. 우리만의 독특한 소재가 탄생한 거죠.” 어떤 스니커즈에는 달콤한 이태리 시구인 ‘꿈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가 손 글씨로 적힌 것도 있다.

사실 스니커즈는 패션 아티스트들이 눈여겨보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였다. 특히 컨버스는 아티스트들의 캔버스로 가장 많이 선택된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나 앤디 워홀 등 유명 팝아트 작품들을 프린트한 제품은 물론, 고객들이 직접 아티스트가 되어 컨버스를 꾸밀 수 있게 배려하기도 했다. 명동에 오픈한 컨버스 프리미엄 매장에는 다양한 재료를 구비한 커스텀 스튜디오가 따로 마련돼 있다. 작년에는 세 명의 그래픽 아티스트와 함께 ‘Shoes Buy Art, Sneakers Create It’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아직도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꼼데가르쏭도 초등학생이 크레파스로 삐뚤삐뚤하게 그린 듯한 그림을 뭉툭한 로퍼에 옮겼다. 또 멕시코 화가의 길거리 벽화를 옮긴 프라다의 아트 백은 실용적인 스트리트 패션을 초월하는 팝아트 패션 아이템으로 불릴 만하다. 둘 다 밋밋한 의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음은 물론.

한편 이번 시즌 백스테이지에서 맥퀸의 사라 버튼을 능가하는 진정한 아티스트가 있었다면, 그는 바로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 백스테이지에서 그는 “내 옷에는 늘 패션과 예술이 공존한다”고 말하며 쇼가 끝날 때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그 결과 피카소도 울고갈 추상적인 인물화와 삐뚤빼뚤한 선들이 그려진 옷을 입은 모델들이 물감이 채 마르기도 전에 런웨이에 섰다. 하얀 롱 드레스와 심플한 금색 셔츠에 매치된 스커트엔 추상적인 인물화를 그려 넣었고, 어떤 모델을 스케치북 삼아 전위미술가처럼 옷과 피부 구분 없이 물감으로 칠하기도 했다. 하얀 가죽에 검정 물감으로 벨트처럼 그려 넣은 트롱프뢰유 스커트도 있었다.

오랫동안 프린트 명가로 군림한 에트로와 푸치, 레오나드에 이어 새롭게 떠오른 매리 카트란주, 피터 필로토의 디지털 프린트가 좀 식상하다면, 손맛이 느껴지는 핸드 페인팅은 어떤가! 게다가 붓을 손에 든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되는 강렬한 붓 자국은 그동안 달콤한 파스텔컬러와 화려한 꽃무늬에 의지했던 여름 시즌에 대한 언플러그드적 아름다움의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