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패션 펫 ② – 발렌티노 가라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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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이 어떻든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개들이 더 중요합니다!” 세상천지에 어느 디자이너가 이런 ‘왕’배짱을 과시하며 패션계를 향해 거침없이 말할 수 있겠나. 발렌티노 가라바니쯤 된다면 또 모를까. 1932년생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2007년 은퇴한 뒤에도 45년간 현역에서 일할 때만큼 정정하게 지내고 있다.

그가 발렌티노 패션쇼장 맨 앞줄에 앉아 후예들이 디자인한 옷을 흡족히 바라보며, 또 이런저런 패션 행사장에 건재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퍼그들과 함께하는 일상 덕분 아닐까? 반려동물과 교감하며 정서 안정을 찾는 일명 ‘펫 테라피’는 이미 여기저기서 활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퍼그 사랑은 이브 생 로랑의 프렌치 불도그 사랑만큼 대단하다. 밀턴(Milton), 몬티(Monty), 모드(Maude), 마고(Margot), 매기 (Maggie), 몰리(Molly)가 그 주인공. 이탈리아 패션 황제답게 이들 여섯 마리 퍼그는 그의 궁정에서 한가롭게 지낸다. 또 패션 귀족견답게 여섯 마리의 시중을 들어주는 전속 집사가 있을 뿐 아니라 주인님께서 여행할 때도 늘 동행한다 (2009년에 제작한 다큐멘터리 <Valentino: The Last Emperor>를 보면 귀엽게 일그러진 퍼그들과 그가 여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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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여행을 위해 발렌티노는 늘 세 대의 차를 대령시킨다. 한 대는 발렌티노와 그의 파트너가 탈 차, 다른 한 대는 짐과 스태프용, 그리고 나머지 한 대는 퍼그들만을 위한 것. 하지만 여러 마리 퍼그와 여행하는 모습이 자주 바깥세상으로 공개되자, 이를 좀 민망하게 여긴 나머지 비행기에 오른 후에 직원들에게 퍼그들을 나눠 데려오게 했다는 후문.

한편 많은 애견가들이 그렇듯, 발렌티노 가라바니 역시 자신의 패션 제국 영역 확장을 위해 강아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세컨드 브랜드 론칭 때, 당시 키우던 강아지 올리버(Oliver)의 이름을 따서 상표명을 지은 것. 그가 은퇴할 무렵 어느 미국 패션 잡지는 판을 키워서 촬영하기로 유명한 사진가 장 폴 구드와 함께 기발한 촬영을 감행했다. 발렌티노 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레드 드레스 안에서 그의 퍼그들이 나오는 장면! 그 여섯 마리 가운데 2013년 7월 밀턴이 세상을 떠났다. 밀턴에게 영혼이 있다면 어딘가에서 주인님과 함께 즐기던 최고급 파티와 여행을 기억하며 스프링처럼 구부러진 짧은 꼬리를 흔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