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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의 오아시스

2016.03.15

크러쉬의 오아시스

‘Oasis’로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크러쉬의 음악은 젊고 스타일리시하고 또 야릇하다. 뜨거운 사막을 아름답게 만드는 오아시스처럼. 물론 금세 사라지고 말 신기루는 아니다.

플레이보이 맨투맨 티셔츠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안에 입은 은색 후드는 니비루(Nhivuru at John White), 트레이닝 팬츠는 톰 브라운(Thom Browne), 레이어드한 은색 쇼츠는 완다 나일론(Wanda Nylon by Boon The Shop), 빨간색 하이톱은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컬러 블록 목걸이는 루시 포크(Lucy Folk at My Boon), 금색 뱅글은 디오디(DOD), 반지는 모두 웨그(WAG).

플레이보이 맨투맨 티셔츠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안에 입은 은색 후드는 니비루(Nhivuru at John White), 트레이닝 팬츠는 톰 브라운(Thom Browne), 레이어드한 은색 쇼츠는 완다 나일론(Wanda Nylon by Boon The Shop), 빨간색 하이톱은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컬러 블록 목걸이는 루시 포크(Lucy Folk at My Boon), 금색 뱅글은 디오디(DOD), 반지는 모두 웨그(WAG).

끝내주는 음악을 듣고 싶다면? 그저 검색창에 ‘크러쉬’라는 이름을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지난해 첫 정규 앨범 <Crush on You>를 발표하며 올해의 신인으로 떠오른 크러쉬는 요즘 가요계를 흔들고 있는 90년대생 라인의 중심이다. 사이먼디의 강력 추천으로 힙합 레이블 아메바컬쳐에 들어가기 전부터 자이언티, 그레이, 로꼬 등과 함께 비비드(VV:D) 크루로 활동해온 그는 좋은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능력은 물론, 매력적인 목소리까지 지닌 만능 뮤지션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나온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 힙합 앨범엔 어떤 식으로든 크러쉬의 이름이 꼭 등장한다.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지난 9일 정오에 공개된 신곡 ‘Oasis’는 순식간에 전체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늘 그래온 것처럼 크러쉬의 음악은 젊고, 스타일리시하고, 또 야릇했다. 뜨거운 사막을 아름답게 만드는 오아시스처럼. 그리고 지금 이 무더운 여름 한 가운데서 만난 크러쉬는 금세 사라지고 말 신기루가 아니다.

VOGUE(이하 V)1위 가수’가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요?
CRUSH(이하 C) 잠을 못 잤거든요. 너무 감사한데 이렇게 마냥 기뻐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고, 얼떨떨해요. 그래서 혼자 영화 보고 멍 때리다 해 뜰 때 잠들었어요. 어제 무슨 영화를 봤는데요? <인시디어스>! 제가 무서운 영화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V 무서워서 잠 못 잔 거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봐요.
C 진짜예요. 어제(9일) 정오에 음원이 공개됐는데, 그때부터 계속 휴대폰 들고 실시간으로 확인했어요. 되게 놀랐어요. 그리 대중적인 노래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V 대중적인 노래란 건 뭘까요?
C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제 음악이 대중적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대중이 없죠. 흐흐.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최대한 제 색깔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뮤직비디오 감독님 집에 가서 사흘 동안 먹고 자며 편집 작업도 같이 하고.

V ‘Oasis’는 딱 요즘 같은 계절에 듣기 좋은 노래 같아요. 진짜 쿨해요. 언제 만들었어요?
C 오아시스라는 테마를 가지고 2년 전에 만들어놓은 스케치가 있었어요. 지금이랑은 편곡이 좀 다른 가이드 버전인데, 3월에 아메바컬쳐 형들이랑 뉴욕 공연을 다녀온 후 바로 작업에 들어갔어요. 굉장히 영감을 많이 받아서 가사도 진짜 빨리 썼어요. 그다음에 수정을 많이 했죠. 그걸 핑계로 좀 쉬기도 했고. 뉴욕에 가기 전 한동안 음악적인 슬럼프였거든요.

V 한창 잘나가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C 그럼에도 공허하더라고요. 의욕이 떨어졌고 에너지가 없었어요. 회사와 계약을 맺은 후로는 한 번도 마음 놓고 쉬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휴식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V 소속사에서 너무 일을 많이 시키면 좀 반항하지 그랬어요?
C 소속사 문제는 아니에요, 전혀. 오히려 절 좀 힘들게 하면 좋겠는걸요.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지친 거죠.

V 자기 자신에 대해 엄격한 타입이군요?
C 전 항상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도 편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고요.

V 미국에선 뭘 하고 놀았어요?
C 사실 이번에 처음 가봤어요. 일방통행 도로부터 모든 게 다 새롭고 충격적이었어요. 뉴욕은 서울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더라고요. 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쇼핑도 하고, 재미있는 공연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다 보니까 저절로 뭔가 다 흡수됐어요.

V 뜻밖이네요. 크러쉬 음악 처음 들었을 때 미국 교포 출신인 줄 알았거든요. 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이런 세련된 감성이 나오는 건지 궁금했어요.
C 집안 사정이 넉넉하진 못했어요. 중학교 때 살던 집은 단칸방이라 가족들이 다 잠들고 나면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녹음하곤 했어요. 다행히 고등학교 때 이사 가면서 각자 방이 생겼는데, 제 방만 보일러가 안 들어왔어요. 워낙 장비도 많아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겨울엔 입김이 나올 만큼 추워서 파카 입고 작업하고, 여름엔 또 엄청 덥고. 심지어 정규 1집에 있는 노래가 거의 다 그 방에서 나왔어요. ‘눈이 마주친 순간’이라는 노래를 작업할 때도 지금 같은 한 여름이었어요. 녹음한다고 방문이랑 창문까지 봉쇄하고 땀 뻘뻘 흘리며 속옷만 입은 채로 작업했는데, 나중에 딱 들어보니까 매미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런 환경이었어요.

V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곡 작업을 시작했단 얘긴 들었어요. 무대에 서고 싶었던 거예요?
C 아뇨, 처음엔 작곡가요. 그래도 음치는 아니라서 직접 가이드를 하다 보니, 제가 만든 곡은 제가 부를 수밖에 없는 노래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된 거죠.

V 음치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음색이 상당히 좋은 목소리죠. 그런 얘기 못 들었어요?
C 글쎄, 전 별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제 목소리를 좋아해주니까 저도 뭐 좋게 들릴 때도 있고. 흐흐. 물론 연구도 많이 했어요. 모든 뮤지션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V 지코의 피처링에 대해선 100% 만족해요?
C 아우, 너무 만족하죠. 워낙 잘하는 친구니까 그냥 믿고 맡겼어요. 둘이 만날 때마다 우리 죽이는 거 하나 만들자는 얘길 하곤 했는데, ‘Oasis’가 바로 그 타이밍이었어요. 저랑 그 친구가 같이 작업하길 원해온 팬들에 대한 선물이기도 했고요.

V 둘은 언제부터 친해진 거예요?
C 3년 정도 됐어요. 제가 언더그라운드에서 공연하며 독립적으로 활동할 때 그 친구가 SNS에 제 음악에 대한 호감을 표하는 글을 올렸어요. 그렇게 온라인으로 먼저 인연을 맺고 어떤 공연 자리에서 만나게 돼 그때부터 친해졌어요. 공식적인 건 아니었지만 같이 작업도 했고요. 동갑이기도 하고, 서로 좋아하는 음악이나 성격도 잘 맞아서 최근에 자주 봤죠.

V 태양과 협업해도 꽤 재미있는 노래가 나올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서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을 봤거든요.
C 전 항상 원하고 있죠! 영배 형이랑은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어서 언젠가 같이 좋은 작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야자수가 프린트된 재킷은 오프 화이트(Off White at Koon Sinsa), 안에 입은 은색 톱은 니비루(Nhivuru at John White), 목걸이들은 모두 크롬하츠(Chrome Hearts).

야자수가 프린트된 재킷은 오프 화이트(Off White at Koon Sinsa), 안에 입은 은색 톱은 니비루(Nhivuru at John
White), 목걸이들은 모두 크롬하츠(Chrome Hearts).

V 올 초에 같이 프로젝트 앨범을 낸 자이언티도 이번에 한 소절 참여했죠?
C 자이언티 형은 원래 예정에 없었어요. 그냥 제가 하려던 부분이었는데, 형이 전화가 와서는 자기도 같이 하고 싶다고 녹음실로 찾아왔어요. 저야 마다할 이유가 없죠.

V 자이언티와는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면서요? 일면식도 없던 사인데 다짜고짜 “내 음악 좀 들어봐달라”고 먼저 말을 붙였다고요.
C 그랬죠. 그게 3년 전이에요. 그날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음악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고요.

V 첫 수입이 생긴 날이 언제였는지 혹시 기억해요?
C 2013년 크리스마스였어요. 홍대 V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오프닝으로 한 곡을 했어요. 예전에 스윙스 형이 만든 공연 브랜드에서 기획한 거였는데, 저희 비비드 크루(자이언티, 그레이, 로꼬, 엘로)가 거기에 참여했거든요. 전 원래 라인업에도 없었는데, 자이언티 형이 자기 시간을 따로 빼서 저한테 준 거예요. 그리고 자기가 받은 페이의 일부를 선물처럼 저에게 줬어요. 과분할 만큼 많은 액수였어요.

V 정말 운명적인 만남이네요. 대체 둘은 무슨 사이예요?
C 우린 서로의 비밀이나 상처에 대해 되게 많이 알고 있어요. 그래서 형이 절 보면 보호 본능을 느끼나 봐요.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는 두 사람에 대해 “쌍둥이 같다”고 했어요. 어린애들이 같이 붙어다니는 것처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라고요. 닮은 듯하지만 사실 다른 점이 더 많죠. 전혀 다른 인격체예요. 자이언티 형은 저보다 훨씬 현명하고, 자기 사람들한테 잘하고, 또 음악도 잘해요. 우리 둘이 프로젝트 앨범을 계속하는 것과는 별개로 곧 나올 형의 다음 앨범에도 제가 참여할 거예요. 아직 어떤 곡을 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V 그토록 원하던 음악을 하고 있는데, 언제가 제일 기분 좋아요?
C 관객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할 때가 제일 짜릿하죠. 작업 중에 곡이 잘 풀려도 즐겁고. 그리고 저작권료 들어올 때. 흐흐

V 지금 손목에 차고 있는 금시계는 혹시 롤렉스인가요?
C 작년에 샀어요. 언젠가 제 음악으로 돈을 벌면 꼭 하고 싶었던 것, 사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거든요. 어릴 때 외국 힙합 뮤직비디오 보면서 이런 반짝이는 액세서리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손목을 볼 때마다 왠지 뿌듯해요.

V 로망 1순위는 뭐였어요?
C 부모님께 용돈 드리기. 빨리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었어요. 가족들한테 잘하고 싶고.

V 자동차는 관심 없어요? 블링블링한 액세서리만큼 힙합 음악에 자주 등장하는 게 람보르기니, 벤츠 같은 고급 스포츠카잖아요.
C 제 차는 그냥 저렴한 붕붕이. 면허 딴 지 한 달도 안 됐어요. 뮤직비디오에 오프로드 카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신을 무조건 넣고 싶었는데, 제가 면허증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얘기 나오고 바로 다음 날 학원 등록했죠.

V 직접 운전해서 제일 멀리까지 가본 여행지는?
C 대부도요. 아버지 생신을 겸한 가족 여행이었어요. 전 일이 끝나고 가느라 밤에 따로 갔는데, 좋았어요. 운전이 재밌어요. 아직 초보지만 조심조심 잘하고 있죠.

V 드라이브엔 멋진 음악이 필수죠. 지금 휴대폰엔 어떤 곡이 담겨 있어요?
C 도니 헤더웨이라는 70년대 가수의 노래도 있고, 건반 연주자 로버트 글래스퍼의 앨범도 있어요. 요즘 핫한 R&B 싱어들의 음악도 듣긴 하지만, 주로 소울풀한 옛날 노래가 많아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스티비 원더 좋아하고. 지금 들어도 그는 전혀 올드하지 않아요. 물론 어셔나 크리스 브라운은 말할 것도 없지만, 크게 봤을 때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스티비 원더예요.

V 클래식한 악기와 크러쉬의 힙합이 만나면 또 어떤 음악이 탄생할지 궁금해요.
C 그건 하반기에 나올 미니 앨범을 기대하면 돼요. 지금 골조를 만들어가는 중인데, 좀 아련하고 사랑스러운 곡 위주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진짜 재즈도 해보고 싶고 어쿠스틱한 음악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V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C 집이오. 드디어 앨범이 나왔으니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야죠. 한 이틀 정도는 쉬지 않고 잘 수 있을 거 같아요.

    에디터
    이미혜
    포토그래퍼
    JANG DUK HWA
    스타일리스트
    한종완
    스탭
    헤어/ 태현(미장원 by 태현), 메이크업/ 미애(미장원 by 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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