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까르벵의 두 디자이너

2016.05.27

까르벵의 두 디자이너

하나의 두뇌를 공유하는 두 젊은이가 있다. 지금, 두 명의 파리지앵이 온실 속 화초 같았던까르벵 걸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인도한다.

하나의 두뇌를 공유하는 두 젊은이가 있다. 지금, 두 명의 파리지앵이 온실 속 화초 같았던 까르벵 걸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인도한다.

알렉시스 마샬과 아드리안 카요도는 정오의 태양 아래 한참을 촬영에 몰두했다. 둘이 서울에 도착한 건 어젯밤이 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가 저녁 7~8시쯤이었어요. 지금부터 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했죠. 홍대에 가야 한다고 나오기에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홍대로 갔어요. 길거리에 젊은이들이 정말 많더군요. 다들 춤추고 노래하고 대단하던데요! 재미있었어요.”

알렉시스 마샬과 아드리안 카요도는 정오의 태양 아래 한참을 촬영에 몰두했다. 둘이 서울에 도착한 건 어젯밤이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가 저녁 7~8시쯤이었어요. 지금부터 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했죠. 홍대에 가야 한다고 나오기에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홍대로 갔어요. 길거리에 젊은이들이 정말 많더군요. 다들 춤추고 노래하고 대단하던데요! 재미있었어요.”

듀오 디자이너가 서울의 새롭고 쿨한 음악 신, 오만한 패션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활기와 에너지에 끌린다면 그 이유는 이들이 젊기 때문이다.

듀오 디자이너가 서울의 새롭고 쿨한 음악 신, 오만한 패션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활기와 에너지에 끌린다면 그 이유는 이들이 젊기 때문이다.

VOGUE KOREA(이하 VK) 2016년 여름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줄래요?
ADRIEN CAILLAUDAUD(이하 AC) 우리의 컬렉션 작업은 늘 ‘어딘가에 살고, 무언가를 하는 여자’에 대한 거예요. 이번 여름 컬렉션은 파리에 살고, 남자 친구의 셔츠를 입곤 하는 파리지엔에 대한 거죠. 그녀는 친구와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스쿠버다이빙하는 걸 좋아해요. 컬렉션은 세 가지 테마로 나뉘는데, 그녀가 즐겨 입는 건 파리의 말 많은 남자들(이른바 ‘가십맨’)이 입는 짧은 반바지와 푸른색과 흰색 줄무늬 셔츠죠. 이 남성적인 아이템은 60년대풍의 큼지막한 아일릿 장식으로 이어져요. 그리고 스쿠버다이빙 스커트와 나풀거리는 플리츠 스커트도 있죠.

VK 일본 문화에서도 영감을 얻은 것 같던데요?
AC 컬렉션을 완성하기 직전에 도쿄와 오사카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시아적 요소가 가미됐죠. 개인적으로는 아시아 전반적인 문화가 더해졌다고 생각해요. 쾌활함, 강렬한 아시아의 에너지 같은 거죠. 물론 그중에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있어요. 푸른색 프린트가 그것인데, 우린 그걸 ‘망가 스쿠바’라고 부르죠.
ALEXIS MARTIAL(이하 AM) 얼핏 꽃무늬처럼 보이지만 일본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거든요. 아틀리에에 프린트와 패턴을 디자인하는 스태프가 있는데, 그녀에게 바닷속 세상을 일본 만화풍으로 그려달라고 했어요. 아이러니한 요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수중식물사이에 스쿠버다이버와 잠수함도 그려 넣었죠. 잠수함 아이디어가 떠오른 건 꽤 재미있는 순간이었답니다! 애초에 이번 컬렉션에 영감을 준 건 60~70년대 스타일이라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동안 우린 비틀스 노래를 듣고 있었어요. ‘노란 잠수함’이 흘러나왔고 잠수함과 수중 세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즉석에서 바로 그 아이디어를 적용한 거예요. 이렇듯 우린 늘 주위에서 영감을 얻곤 합니다. 한 가지에 ‘꽂혀’ 거기서부터 영감을 발전시켜나가는 방식으로 컬렉션 작업을 하지 않죠.

VK 그래서 당신들이 디자인한 컬렉션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군요. 어떤 디자이너들은 매 시즌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을 보여주곤 하죠.
AC 우리는 늘 ‘우리의 까르벵 걸’에 대해 생각하니까요. 어떨 땐 여행 가고 때론 자신이 사는 도시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그녀는 늘 까르벵 걸이에요. 그녀는 여름 컬렉션 때 바닷가로 휴가를 떠났고, 최근에 선보인 겨울 컬렉션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카트만두 고산지대를 탐험했죠. 어린이용 동화책 중 어느 여자아이의 모험을 시리즈로 다루는 책이 있잖아요? 우린 그런 걸 생각했어요. 매 시즌이 까르벵 걸의 모험에 대한 한 권의 책인 거죠.

VK 당신들도 시간이 나면 여행을 떠나는 편인가 봐요.
AC 네, 그렇지만 여행을 떠나더라도 진정한 자유 시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낯선 나라에서 여유롭게 쉬기보다 다음 컬렉션 리서치를 하느라 끊임없이 돌아다니거든요. 그렇지만 적어도 이틀 정도는 시간을 내서 미술관과 박물관, 벼룩시장에 들르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현지 여자들의 옷차림을 관찰하죠.
AM 프랑스에선 보통 8월 한 달이 여름휴가예요. 그래서 우린 나라를 하나 정해서 그곳으로 떠납니다. 한 달 동안 그 나라에 머물며 현지인이 되어 시간을 보내죠. 그 분위기에 젖어 거리를 구경하면 그 지역 사람들이 뭘 먹고, 어떤 식으로 옷을 입는지도 이해할 수 있어요. 작년에는 일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한 달을 보냈죠. 그리고 터질 듯한 가방을 갖고 돌아왔어요. 온갖 바보 같은 것으로 가득 채워서요.

VK 그럼 매년 다른 나라로 가는 건가요? 같은 나라를 두 번 가는 일은 없나요?
AC 일본이 두 번 방문한 유일한 나라예요. 5년 전 처음 일본에 가고 지난여름에 한 번 더 갔으니까요. 그렇지만 같은 곳을 두 번 가는 일은 거의 없어요. 매 시즌 다른 나라로 떠나거든요. 우린 새로운 걸 발견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유럽 국가는 물론 이비자, 이스라엘 등 정말 다양한 곳을 방문했고 전부 우리 작업에 영감을 줬어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디자이너가 되지 않는 게 중요하죠.

VK 대체 둘은 언제부터 함께 작업하기 시작한 거죠?
AC 우린 학교(아틀리에 샤르동 사바)에서 처음 만났고 그때부터 늘 함께 작업해왔어요. 저는 학생일 때 발렌시아가에서 잠깐 일하고 그다음 런던의 알렉산더 맥퀸에서는 알렉시스와 함께 일했어요. 그다음 알렉시스가 먼저 지방시로 갔고, 나는 마크 제이콥스로 갔죠. 여성용 슈즈를 디자인했는데, 그때 신발 공장과 가죽 제품 등 많은 것에 대해 배웠어요. 그다음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에서 잠깐 경험을 쌓고 알렉시스가 니트웨어를 디자인하는 지방시 하우스에 합류했어요.
AM 지방시에서 처음엔 자수를 하다가 니트웨어 파트로 옮겼어요. 컬렉션과 오뜨 꾸뛰르의 니트웨어를 맡았죠. 정말 엄청난 작업이었어요. 커머셜 라인은 이탈리아와 중국에서 제조됐지만 컬렉션 피스는 더 특별했고, 심지어 전 꾸뛰르 니트웨어를 완성하기 위해 런던까지 가곤 했죠. 내가 디자인한 니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짜줄 할머니 장인이 필요했거든요!
AC 저는 남성과 여성 컬렉션, 꾸뛰르 라인의 슈즈, 가방, 주얼리 등 전반적인 액세서리 디자인 작업을 했죠. 우리는 리카르도 티시와 매우 가깝게 일하며 그에게 많은 걸 배웠어요. 그전 직장까지만 해도 학교 수업의 연장처럼 느껴졌다면, 본격적으로 자신의 레이블을 론칭하고 선보이는 것에 대한 실전 감각을 익혔죠. 어떻게 컬렉션을 만들고 아이코닉한 옷을 기획하는지, 패션계에서 대처하는 법, 사람들에게 우리의 비전을 보여주는 방식 등등.

VK 둘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 작업하는지 궁금해요.
AC 하나의 두뇌를 가진 것처럼 모든 것을 공유하죠. 까르벵에서 컬렉션을 발전시킬 때도 각자 알아서 하는 일은 전혀 없어요. 그냥 온종일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식이에요. 심지어 사무실의 테이블도 서로 마주 보고 있으니까요. 내가 액세서리 쪽에 경험이 많아 그 분야에서 좀더 많은 작업을 할 때도 있지만 컬러 팔레트, 소재, 의상 등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함께 하죠.

VK 구체적인 아이템을 디자인할 때조차 함께 한다고요?
AC 분명 우리는 각기 존재하는 두 명의 사람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긴 하지만 여행도, 일도 늘 함께 해왔기에 같은 페이지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겨울 컬렉션 작업을 할 때 전 더 에스닉한 카트만두의 분위기를 담
고 싶었지만 알렉시스는 오토바이에 대한 걸 더 하고 싶어 했죠. 제가 크리스털을 장식할 때 알렉시스는 자수를 놓고 싶어 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우린 당시 일렉트로 뮤직에 빠져 있었어요. 이런 아이디어를 조합해 ‘카트
만두로 오토바이 여행을 떠난, 파티를 좋아하는 까르벵 걸’이 된 거예요. 모든 것을 나란히 두는 게 우리의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죠. 사실 아주 좋은 방식이에요. 팀으로 작업을 하면 결과물에 대해 확신을 갖고 안심할 수 있으니까요.

VK 가끔 다투거나 논쟁을 할 때도 있지 않나요?
AM 우리는 절대 싸우지 않아요. 예를 들어 내가 화이트라고 할 때 아드리안이 블랙이라고 한다면 회색으로 방향을 돌리죠. 그렇지만 결국에는 녹색이 나오는 식이에요. 어느 한쪽이 이기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어요. 나는 아드리안에 대한 확신이 있고 아드리안은 나를 믿기 때문이죠. 12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면서 함께 일하는 방식을 터득했다고나 할까요. 졸업 직후에 맥퀸 아래서 잡무를 처리하던 시절부터 우리는 창의성과 세계관을 공유해왔어요. 지금도 나 혼자서 스커트를 디자인하면 그걸 완성하기 위해서 아드리안이 올 때까지 기다리죠.

VK 언제 처음 서로가 필요하다고 느꼈나요?
AM 학창 시절부터 그랬어요. 우린 서로가 어떤 작업, 어떤 디테일에 강한지 알고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아드리안은 스케치를 잘하고, 저는 현실적인 옷을 만드는 데 능하죠. 실제로 옷을 만들고 재단하는 기술을 배웠으니까요.

VK 그렇다면 서로의 단점도 잘 알고 있겠군요?
AC 저는 테크닉 부분에 무신경한 편이에요. 그래서 일단 스케치하면 무조건 그런 옷을 실제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현실적인 한계가 있더라도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좋아요.
AM 맞아요, 아드리안은 ‘이상’을 중요시하는 반면에 나는 보다 현실적이죠.

VK 까르벵 컬렉션은 둘의 비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나요?
AM 단계적으로 나아가고 있죠. 처음 까르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받아들였을 때 우리는 까르벵 걸이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했어요. 우리가 오기 직전 그녀의 이미지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꼈죠, 그래서 기존 까르벵 걸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결론지었어요. 그녀보다 조금 더 재미있고 자신감 넘치는 친구죠.
AC 그리고 좀더 섹시하고 광적이에요. 일렉트로 뮤직을 하는 밴드의 멤버거든요. 소년 같은 면도 있고 기존 까르벵 걸에 비하면 좀 덜 예쁘죠. 우리의 까르벵 걸에 대한 큰 그림을 마음속에 지녔고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기보다는 차근차근 보여주려고 해요. 지난 1년은 까르벵 걸에 대한 새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면서 우리 팀에게 그걸 이해시키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새로운 소재, 새로운 실루엣, 스커트, 하이웨이스트, 메탈 장식 등등.

VK 맞아요, 까르벵 컬렉션에서 A라인 미니스커트가 반복되는 게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AM 까르벵의 키 아이템이에요. 많은 걸 담고 있죠. 한 장의 옷감으로 된 단순한 아이템이지만 어떤 원단을 쓰느냐에 따라 다양한 버전을 만들 수 있어요. 겨울 컬렉션에는 손으로 직조한 이탈리아 원단을 사용하기도 했죠. 까르벵이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60년대 파리의 자유로움도 담고 있어요. 어젯밤 홍대 거리에서 수많은 미니스커트를 봤죠.
AC 알렉시스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AM 그동안 주변에서 스커트가 너무 짧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여기서 보니 짧은 것도 아니던데요, 뭘!

VK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맡기에는 아직 젊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AM 파리에서는 차세대 주자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으니까요. 독립 브랜드를 이끄는 젊은이들도 많고, 꾸레주, 발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시 우리 또래죠. 우리 또한 새로운 세대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VK 요즘에는 소셜 네트워크가 중요해지면서 영향력 있는 스타들에게 옷을 입히는 게 매우 중요해졌어요. 까르벵은 그런 마케팅 방식에 그다지 적극적인 것 같지 않던데요.
AM 우리는 베이식한 평상복, 일할 때 입을 수 있는 옷을 추구해요. 지난 1년간 우리의 방향과 목표, 실루엣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상을 선보여왔죠. 여기에 까르벵이 꾸뛰르 하우스로 시작했다는 점을 반영한 꾸뛰르 감성 또한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게 반드시 화려한 드레스나 자수 장식일 필요는 없죠. 이제 다음 단계는 그 스타일을 발전시키는 거예요. 아직까지 그 마케팅 방식을 시도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었죠.
AC 그리고 까르벵 걸은 단 한 명의 여인이 아니에요. 서로 다른 타입의 여인들이 모여서 까르벵 걸을 정의하죠. 매번 다른 도시에서 까르벵 걸을 발견하곤 합니다. 아티스트, 디제이일 수도 있고 다소 부끄러움을 타는 타입일 수도 있죠. 큰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는 게 중요해요.

VK 올여름에는 또 다른 타입의 까르벵 걸이 추가되겠군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번 휴가 때는 어디로 갈 계획이죠?
AM 아직 모르겠어요. 보통은 미리 계획하지 않아요. 마지막 순간에야 ‘그래, 이번엔 여기를 가자’고 결정 내리죠.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사실 갈 곳이 너무 많기도 하고요. 게다가 유럽이 여름일 때 그곳의 기후가 어떤지도 봐야 해요. 같은 8월이라도 유럽과 브라질, 태국이 다르니까요. 우린 태양이 뜨겁고 더운 걸 좋아하죠.

VK 그럼 브라질로 갈 건가요?
AM 어쩌면요.
AC 멕시코가 될 수도 있어요. 미국도 생각 중이에요.

VK 언젠가 서울도 다시 올 거죠?
AC 그럼요! 이번엔 시간이 충분치 않으니 다음에 좀더 여유로운 스케줄로 서울을 만끽할 거예요.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HYEA W. KANG
    모델
    진정선, 박희정
    헤어
    강현진
    메이크업
    강석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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