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ies of Couture
인스타그램 시대의 오뜨 꾸뛰르는 어떤 의미일까? 패션이 선사하는 최고의 호사?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향한 패션 소동극? 장인의 금실 자수와 비즈 드레스 속에숨은 의미를 찾은 4일간의 꾸뛰르 탐험.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25개국에서 온 500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파리로 모여든다. 나를 비롯한 기자들은 패션의 성배,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취재하기 위해 4일간 파리 곳곳을 헤맨다. 물론 굳게 닫힌 꾸뛰르의 문을 열 수 있는 황금 열쇠는 기자에게 만 주어지는 건 아니다. 전 세계 1,000여 명쯤 추정되는 각 브랜드 VIP,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는 인플루언서, 할리우드부터 동북아시아까지 지구에서 손꼽히는 셀러브리티 등도 현재 열다섯 개만 남은 꾸뛰르 하우스(파리의상조합의 정식 인증을 받은)의 초대장을 손에 쥘 수 있다. 재킷 단추부터 드레스의 보석 장식까지 모든 것이 장인(혹은 명장)의 손에서 탄생하는 오뜨 꾸뛰르 세상은 한때 극소수만 의 은밀한 축제였다. 하지만 크고 작은 세상사를 모두 기록하고 공유하는 시대에 꾸뛰르는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전 세계 패션 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감동적 사건의 현장인 동시에 브랜드엔 놓칠 수 없는 마케팅의 기회. 특히 이번 꾸뛰르 주간의 스케줄은 어느 때보다 빼곡했다. 보석상들 의 환상적 프레젠테이션, 뉴욕 신동들의 회심에 가득 찬 파리 데뷔탕트, 베테랑 디바의 패션 신고식 등등. 초여름 열기 속에 4일 동안 서른 곳에 가까운 패션쇼와 프레젠테이션을 오가며 기록한 꾸뛰르 세상 탐방기가 여기 있다.
2nd July, 2017
“파리는 고등학교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불공평하지 않아?” 오전 11시 프로엔자 스쿨러 쇼장이었던 파리 9구의 어느 고등학교 중정에 들어서던 어느 미국 기자가 주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 <400번의 구타>에도 등장한 19세기 회랑 위로 여름비가 내리자 파리만이 선사할 수 있는 서정적 풍경이 완성되었다. 절로 아이폰 카메라 앱을 켜게 하는 풍경은 오후 4시 로다테 쇼에 서도 만날 수 있었다. 비현실적인 꽃이 만발한 16세기 병원 정원 위로 완벽한 파리 햇살이 쏟아지자 근처에 서 있던 영국 기자가 나를 보며 이렇게 비꼬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흑사병으로 죽어나갔을 상상을 해본 적 있어?” 파리의 아름다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리를 들뜨게 한다. 후줄근한 복권 가게가 자리한 건물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숨겨진 저택의 살롱(피터 던다스의 쇼장)에서는 루이 14세 시절의 황홀한 가구와 샹들리에가 우리 눈을 매혹하고, 관광객들 로 가득한 콩코드 광장과 마주하는 특급 호텔의 테라스(미우미우의 파티장)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파리의 패션 역시 마찬가지. 때로 디자이너의 창의력은 패션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과 시니컬한 시선을 뒤흔들곤 한다. 절로 탄성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패션과의 예상치 못한 만남. 2017년 가을 꾸뛰르 컬렉션 첫날은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을 환기시킬 수 있기를 바라며 시작했다.
어느 아름다운 고등학교에서 열린 프로엔자 스쿨러의 파리 데뷔전은 이번 시즌 꾸뛰르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파리의상조합이 ‘게스트 멤버’로 초대한 김에 아예 뉴욕을 떠나 파리로 옮겨온 잭 맥콜로와 라자로 헤르난데스의 결정은 새로운 도약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듀오는 리조트와 프리폴 컬렉션을 메인 컬렉션 속에 흡수해 내년 봄옷을 남들보다 한발 앞서 선보이려는 욕심까지 부렸다. 파리라는 배경은 그들에게 꾸뛰르적 기술을 사용할 기회도 의미했다. “이 도시에 넘쳐나는 장인과 함께하는 기회를 마다할 수 없었습니다.” 듀오는 쇼 직전 영국 <보그>에 전했다. “파리가 지닌 꾸뛰르의 풍부한 역사를 활용해 우리 컬렉션에 아틀리에의 실력을 녹여내고 싶었죠.”
우선 도회적인 스타일에 늘 손맛 나는 작업을 고집해온 듀오의 특징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러플로 시작해, 레이스와 깃털로 이어지는 컬렉션은 화이트와 블랙을 기본으로 한 컬러만큼 깔끔했다. 특히 골반에 겨우 걸친 듯한 미디 스커트와 넓은 어깨와 좁다란 허리를 강조한 재킷으로 완성한 실루엣의 모던함이란! 꾸뛰르 기법은 컬렉션 곳곳에 숨어 있었다. 붉은 꽃을 수놓은 코트, 손톱 크기로 얇게 주름을 준 오간자 드레스 등이 그것. 빼놓을 수 없는 테마였던 깃털 드레스 역시 마찬가지. 다만 가격도 꾸뛰르의 그것을 닮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3만2,000달러).
첫날의 또 다른 ‘빅 네임’ , 로다테의 로라와 케이트 멀리비 자매도 대서양을 건넜다. 자매 역시 파리의상조합의 초대와 쇼 프로듀서인 알렉산드르 드 베탁의 종용 덕분에 파리에서 내년 봄 컬렉션을 발표했다. 컬렉션은 로다테 그 자체. 진주와 흑옥, 낙타 깃털로 장식한 튤 드레스, 가죽 재킷과 매치한 레이스 톱, 시퀸으로 완성한 꽃송이 드레스 등등. 비록 완성도는 파리 꾸뛰르 하우스에 미치지 못했지만, 얼굴을 꽃으로 장식한 아리따운 소녀들의 행렬에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컬트 라벨이 순조롭게 파리에 안착한 신호라고 해두자.
또 다른 이들도 꾸뛰르 무대에서 데뷔탕트를 건넸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 로날드 반 더 켐프는 미국 기자들의 호감을 산 모양이었다. 암스테르담 아틀리에에서 조용히 자신의 라벨, RVDK에 집중하는 그의 쇼엔 꾸뛰르 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바이어들이 대거 등장할 정도. 하지만 80년대 이브 생 로랑과 엠마누엘 웅가로의 스타일을 답습한 구릿빛 플리츠 드레스, 스트라이프 새틴 베스트 등은 꾸뛰르의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나이 많은 여성들에게나 어필할 듯했다.
실제로 웅가로 하우스의 수장을 맡았던 피터 던다스 역시 이날 자신의 공식 데뷔탕트를 선언했으나 푸치, 카발리 등에서 선보인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비즈 장식의 티셔츠 드레스, 층층이 러플로 장식한 기다란 미니 드레스 등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샴페인 향에 취할 정도. 나타샤 폴리 등 그를 숭배하는 톱 모델의 워킹 정도가 그나마 볼거리.
“무슈?” 오후 2시, 정중한 태도의 웨이터는 포부르 생토노레 거리 에르메스 매장에 들어서는 나를 향해 샴페인 잔으로 가득한 트레이를 내밀어 보였다. 슬쩍 둘러보니, 내년 봄을 위한 프리 컬렉션을 감상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이미 샴페인만큼 진한 에르메스 향에 취한 듯했다.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가 준비한 컬렉션은 관객(전 세계에서 초대받은 VIP 고객이 대부분)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17세기 승마 교본 속에서 발굴한 그림을 활용한 실크 프린트, 편안한 바캉스용 선드레스, 특별한 밤을 위한 턱시도 수트 등. 나와 함께 쇼를 감상한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그 특유의 느긋하고 상냥한 말투로 이렇게 속삭였다. “참 잘해, 그치?”
정작 ‘참 잘했습니다’ 도장을 찍어주고 싶은 이는 미우치아 프라다였다. 첫날의 대미를 장식한 그녀는 프랑스자동차협회 건물(최근 리노베이션을 끝마친 크리용 호텔과 붙어 있는)에 ‘미우미우 클럽’을 열었다. 2018년 리조트 컬렉션을 대신한 쇼는 캐나다 10대 래퍼 토미 제네시스(Tommy Genesis)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내년 봄 프라다 남성복 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자동차 수리공의 점프수트와 하와이안 프린트, 컬러풀한 모피 코트 등 미우미우 그 자체. 쇼가 끝난 후 관객은 모두 콩코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로 옮겨갔다. 샴페인이 흘러넘쳤고, 엘르 패닝, 알렉사 청 등 미우미우 아가씨들은 디제잉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이 풍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프라다 여사의 모습과 함께 꾸뛰르 주간 첫날이 저물었다.
Maison for Women
패션은 스스로를 뒤돌아보는 것을 즐긴다. 65년 역사를 지닌 끌로에도 브랜드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공간을 마련했다.
“제가 아주 피곤하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지 못하니 이해해주세요.” 큐레이터 주디스 클라크(Judith Clark)가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기자들에게 말을 건넸다. 그녀를 만난 곳은 끌로에 본사에서 코너를 돌면 자리한 메종 끌로에 2층. “오늘 오후까지 전시를 마무리하느라 바빴어요. 이제 겨우 정리를 끝내고 여러분께 이곳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전 세계를 돌며 40여 개에 달하는 패션 전시를 큐레이팅한 그녀(서울의 가로수길에 오픈한 ‘시몬느 핸드백 뮤지엄’의 전시를 통해 <보그>와 만난 적도 있다)는 끌로에로부터 지난 65년의 발자취를 정리하는 공간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우선 브랜드의 역사를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좀더 심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누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하나의 영구적인 전시와 또 다른 기획 전시 공간. “단순히 연대기에 따라 옷을 선보이는 건 요즘답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패션은 입체적인 해석이 필요한 예술이니까요.” 우선 2층에 올라 오른쪽 문을 열면 상설 전시 공간으로 들어선다. 클라크는 알파벳에 따라아카이브를 해석했다. 예를 들어 C는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1976년 봄 ‘코르넬리우스’ 드레스, H는 스텔라 맥카트니의 끌로에 데뷔작이었던 2001년 봄 말 프린트 드레스. 이 중에는 피비 파일로가 디자인한 ‘잇 백’ 시리즈, 창립자 가비 아기옹(Gaby Aghion)이 그린 스케치 등도 포함되어 있다. “아기옹은 알파벳을 사용해 디자인을 정리했습니다.” 클라크는 A에서 Z까지 각각의 단어에 맞추어 전시를 디자인한 배경을 설명했다. “뉴욕의 작가이자 아티스트리안 샤프턴(Leanne Shapton)이 각각의 단어와 컬렉션에 어울리는 문구와 그림을 창작했습니다. 그림 소설에 가까운 카탈로그가 아카이브를 이해하는 방식에 새로운 재미를 더할 겁니다.” 이제 오프닝 축하 전시 <Femininities-Guy Bourdin>을 만날 차례. 기 부르댕을 떠올린 것 역시 클라크의 몫. “부르댕은 끌로에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진가는 아닙니다. 끌로에 광고를 찍거나, 룩북을 촬영하진 않았죠.” 대신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파리 <보그> 화보를 촬영한 기 부르댕은 그 어느 사진가보다 많은 끌로에 의상을 촬영했다. “그의 사진 속 여성은 남다릅니다. 개성적이고 자유롭죠. 그런 정신이 끌로에의 옷과 일맥상통합니다.” 그 독특한 분위기는 메종 끌로에 2층부터 5층까지 차례대로 이어진다. 부르댕의 강렬한 사진이 벽을 따라 이어지고, 때로 전시된 사진에 등장한 끌로에 의상이 함께 이웃하기도 한다. “사진을 바라보면서, 또 그 사진 속 끌로에의 옷을 바라보며 관객이 끌로에만의 개성과 자유를 느끼길 바랍니다.” 클라크의 설명은 5층 공간까지 이어졌다. “제목에 복수를 뜻하는 S를 더한 건 끌로에 하우스의 다양한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여성성이란 단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으니까요.” 같은 날 저녁, 메종 끌로에의 오프닝 파티가 열렸다. 이자벨 위페르를 비롯한 지극히 프랑스적인 여인들과 브랜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타샤 램지 레비 등이 끌로에만의 정신에 건배를 들었다. 함께한 클라크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9월 3일 끝나지만 (그 이후엔 파리 아트페어에서 전시된다), 그다음에도 끌로에 정신을 해석하는 노력은 계속됩니다. 이 공간은 바로 그런 대화를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3rd July, 2017
이번 꾸뛰르 주간을 통해 새로운 패션 스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셀린 디온. <타이타닉> 주제가로 유명한 디바가 꾸뛰르의 연인으로 떠오른 건 패션에 대한 순수한 열정 덕분. 지난 5년간 라스베이거스 공연에서 거의 100% 꾸뛰르 의상만 입어온 그녀는 지난 시즌부터 새로운 스타일리스트 덕분에 적극적으로 패션쇼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특히 무표정한 안나 윈투어의 옆자리에 앉아 홀로 함성을 지르며 기립 박수를 치거나(지암바티스타 발리), 하우스의 난간에 서서 온갖 포즈를 취하고(스키아파렐리), 뜨거운 직사광선 아래 가죽 드레스를 입고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모습(디올)은 그녀가 진심으로 패션을 즐기고 있음을 증명했다. 슈프림과 루이 비통 협업 셔츠를 입은 채 차 위에 올라 몽테뉴 거리에서 즉석 카퍼레이드를 펼치는 이 스타를 그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그녀의 꾸뛰르 관람기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에서 #CelineTakesCouture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해보길).
꾸뛰르 주간 둘째 날 첫 번째 쇼였던 스키아파렐리에서부터 내겐 셀린 디온식 열정이 필요했다. 방돔 광장에 자리한 메종의 살롱 중 한국 기자들에게 배정된 곳은 카메라 기자들이 자리한 가장 구석방. 하긴 한국 고객이 단 한 명도 없는 하우스에게 내가 우선순위가 아닌 것도 당연한 일. 그렇다 하더라도 좁은 의자에 끼어 앉아 모델이 3초 만에 사라지는 풍경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무래도 맥 빠지는 일일 수밖에. 나의 위치는 아랑곳하지 않을 베르트랑 기용은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유명한 친구들(작가인 아나이스 닌, 사진가 리 밀러 등)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했다. 특히 인상적인 건? 랍스터 한 마리가 장식된 꾸뛰르점프수트.
네덜란드의 이리스 반 헤르펜은 이번 쇼를 통해 자신의 10주년을 자축했다. 축하 자리에 음악이 빠질 순 없는 일. 그녀는 덴마크 5인조 밴드, ‘Between Music’을 섭외했다. 물론 패션의 기괴한 과학자, 헤르펜에게 평범한 밴드는 어울리지 않는다. 과연! 멤버 다섯 명은 모두 각자의 수족관에서 잠수를 하며 물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타악기를 두드렸다. 아주 가끔 숨을 고르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서는 그들을 지켜보는 건 솔직히 편한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한편 열여덟 벌의 옷은 3D 프린팅, 금속과 오간자를 믹스하는 등 미래적인 꾸뛰르의 정점.
헤르펜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를 꼽는다면 지암바티스타 발리. 이태리 출신 디자이너는 고전적 꾸뛰르를 고집한다. 장인이 미니드레스 위에 수천 개의 거울 비즈를 수놓거나, 모델 키를 훌쩍 뛰어넘는 길이의 꼬리가 출렁이는 튤 드레스의 향연. 이미 발리 쇼에서 수없이 봐왔지만, 그의 고객들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셀린 디온. 그녀는 쇼 내내 환호성을 내지르거나 박수를 치는가 하면 결국 홀로 기립 박수를 보냈다. 장인이 수백 시간 동안 공들여 완성한 꾸뛰르 드레스에 한 명의 고객이라 하더라도, 이토록 열정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발리의 컬렉션은 성공.
꾸뛰르 주간에 치렁치렁한 드레스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파리 방돔 광장의 고고한 보석상들도 새 보석으로 치장한 채 고객을 마중했다. 우선 까르띠에는 뛰어난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레조낭스 드 까르띠에’를 선보였고, 쇼메는 사계절과 4개 도시에 어울리는 축제를 바탕으로 한 ‘쇼메 에뛴느 페트’를 쇼룸에서 비밀스럽게 공개했다. 그다음은 방돔 광장 건너편의 샤넬 차례. 가브리엘 샤넬의 연인이었던 웨스트민스터 공작 소유의 요트, ‘플라잉 클라우드’에서 이름을 따온 주얼리가 기다렸다(샤넬은 최근 프랑스 남부에 자리한 가브리엘 샤넬의 별장을 복원해 공개했다). 한편 반클리프 아펠은 직접 운영하는 주얼리 학교 작업실에 새 컬렉션 ‘시크릿’을 전시했다. 부쉐론의 프레젠테이션 현장은 센강 건너 리브 고시에 자리한 케어링 그룹 본사 건물. 이곳에선 러시아에서 영감을 받은 ‘이베르 임페리얼’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크리스털과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목걸이가 인상적. 여기에 피카소 뮤지엄에서 근사한 파티를 마련한 레포시도 꾸뛰르 고객을 노린 주얼리 하우스 중 하나.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디올이었다. 하우스 창립 70주년을 맞아 우선 나폴레옹 무덤이 자리한 앵발리드 야외 정원에 무대를 마련했다. 이태리 아티스트 피에트로 루포(Pietro Ruffo)가 디자인한 무대는 무슈 디올이 꿈꾸던 세계(세계 전도가 그려진 지붕부터 다양한 식물과 나무로 만든 동물들이 자리한)를 대변했다. 가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아티스틱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자신만의 버전으로 디올 세계를 해석했다. 오간자 블라우스와 울 스커트는 1948년 봄 컬렉션 속버전을 업데이트한 것이고, 데콜테를 드러낸 벨벳 드레스는 1958년 생 로랑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것. 찌는 듯한 햇볕이 쏟아지는 야외무대에서 관객들은 디올이 나눠준 지도 무늬 부채를 열심히 휘저으며, 키우리의 여성이 디올 지구를 횡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저녁 8시 다시 한번 디올을 위해 장식 미술관으로 달려갔다. 이미 리볼리 거리는 디올로부터 초대를 받은 전 세계 고객(특히 중국 고객들의 수가 압도적)과 스타들(제니퍼 로렌스, 나탈리 포트만 등 디올 모델과 한국의 공효진 등)의 입장으로 아수라장. 정작 미술관 안은 경건했다. 가문의 역사를 총망라한 초대형 전시가 지닌 무게는 울림이 컸기 때문. 패션 전시 최초로 미술관 전체를 사용한 <Christian Dior, Couturier du Rêve>는 1947년 무슈 디올이 선보인 붉은색 플리츠 드레스 ‘디아블레스(Diablesse)’와 함께 시작했다. 뒤로 이어지는 건 그의 삶과 꿈, 그 뒤를 이은 디자이너(이브 생 로랑, 마크 보앙, 지안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라프시몬스)의 작품 등 70년 역사의 모든 것.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갈리아노를 비롯해 하우스를 지킨 과거 디자이너에 대한 예우. 내가 패션을 꿈꾸던 시절 <보그> 페이지를 통해 만난 그의 작품을 눈앞에서 감상하는 기분이란!
자세히 살펴보면 하루 종일 봐도 시간이 모자랄 듯한 전시장을 겨우 빠져나가자, 튈르리 공원과 마주한 정원에서 샴페인 파티가 펼쳐졌다. 밤 10시를 지나서야 근사한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파리의 여름밤을 디올과 함께한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을 듯했다.
4th July, 2017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목적지는 비비엔 거리의 셀린 본사. 2018 리조트 컬렉션을 미리 선보이는 프레스 데이에 늦지 않기 위해 열심히 걸어 특유의 파란 대문 앞에 도착했다. 피비 파일로가 준비한 새 컬렉션을 누구보다 먼저 감상할 기회는 결코 놓칠 수 없으니 말이다. 나를 기다리던 홍콩 홍보 담당자와 함께 컬렉션을둘러보며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11월쯤 매장에 제품이 진열되기 전까지 결코 이미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기에 사진이나 자세한 리뷰는 자제할 수밖에 없지만, 비현실적인 시상식 드레스
의 행렬 가운데 만난 파일로의 여성에 대한 진정한 배려는 무척 반가웠다. 여성에 대한, 고객에 대한 배려는 꾸뛰르의 기본 정신이다. 그런 면에서 아르마니 프리베는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튤 소재의 톱에 컬러풀한 비즈를 기하학 패턴으로 수놓고, 봉긋 솟은 어깨의 핑크 스웨터에 깃털을 더한 건 고객을 위한 것일까? 샤요궁을 가득 메운 고객들은 200% 만족하는 눈치였다. 쉴 새 없이 남편의 옆구리를 찌르며 “너무 아름다워!”를 연발하던 내 옆자리 미국 중년 여성의 반응을 봤을 때 직감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 맨’일 뿐일까. 때로 전혀 예상치 못한 뭔가를 우리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 진짜 배려는 아닐까. 하긴 여든을 넘어선 거장에게 도발적 아이디어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또 다른 형태로 여성을 배려했다. 애비뉴 몽테뉴 매장에서 만난 이태리 직원은 곳곳에 전시된 열아홉 벌의 중세적인 의상 외에도 컬렉션은 존재한다고 속삭였다. 다시 말해 자에게 공개된 의상 외에 고객만이 만날 옷이 따로 있다는 것. “당신에게 공개한 옷은 곧 전 세계 레드 카펫 위로 날아가겠죠. 하지만 어떤 고객들은 그런 ‘노출’을 원하지 않습니다.” 한때 리츠 호텔 수영장 위로 투명 무대를 만들어 성대한 패션쇼를 열던 베르사체는 이제 ‘친밀한’ 프레젠테이션을 선호한다. 아직도 이어지는 은퇴설과 리카르도 티시 영입설에 대한 진실은? 굳게 다문 홍보팀 직원의 입에서는 단 한마디의 코멘트도 얻을 수 없었다. 스트리트 패션 스타에서 꾸뛰르 디자이너로 변신한 율리아나 세르젠코는 분명 아주 현대적인 여성이다. 패션 고객에서 번듯한 아틀리에를 꾸린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으니까. 하지만 때로 그녀의 디자인은 지나치게 과거에 머문다. 64년 전 그녀의 할머니가 카자흐스탄에서 촬영한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 히치콕 영화에 등장할 법한 누아르 스타일 여인들은 40년대 실루엣의 코트를 입은 채 정원 복도를 거닐었다. 아름다운 풍경이긴 했으나,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세트장을 떠올릴 수밖에.
세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건 샤넬. 그랑 팔레 안에 북극의 빙하를 끌고 오기도 하고, 로켓을 발사시키는 스케일은 이제 하우스의 힘을 자랑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되었다. 이번엔 파리의 상징 에펠탑. 그랑 팔레 천장까지 에펠탑(위가 잘린)을 세운 뒤, 구름으로 꼭짓점을 가린 것. 그아래는 파리의 공원처럼 모랫바닥과 녹색 의자 등이 자리했다. 이 배경에는 이유가 있었다. 쇼가 끝난 후 파리 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가 칼 라거펠트에게 시민 훈장 격인 ‘그랑 베르메유(Grand Vermeil)’ 메달을 수여한 것.
그렇다면 쇼는? 샤넬 꾸뛰르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것. 끝내주는 트위드 수트? 이번엔 둥근 어깨에 몸을 타고 흐르는 듯한 실루엣이었다. 샤넬을 상징하는 리틀 블랙 드레스? 새틴으로 원통 형태를 완성한 후 진주 장식을 더했다. 근사한 이브닝 드레스는? 깃털로 꽃송이를 만들어 가장자리를 장식한 시퀸 톱과 플리츠 튤 스커트를 매치했다. 이 모든 것에는 샤넬이 그토록 자랑하는 공방의 장인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인스타그램으로는 결코 전할 수 없는 꾸뛰르만의 매력이라면? 위에 언급한 깃털 장식은 모두 에펠탑 모양의 받침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비밀. 그것이 바로 꾸뛰르 고객을 위한 숨겨진 배려다.
5th July, 2017
시몬 베유(Simone Veil)라는 프랑스 여성 정치인에 대해 몰랐던 두 가지 사실. 그녀가 1974년 프랑스에서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킨 것. 그리고 그녀가 지난 6월 30일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7월 5일 수요일 앵발리드에서 프랑스 국장이 열렸다는 것. 그로 인해 수요일 아침 같은 장소에서 쇼를 열기로 한 메종 마르지엘라는 급히 쇼장을 생모르 거리의 본사 건물로 옮겨야 했다. 홍보 담당자와 프로듀서에겐 기겁할 일이었겠지만, 나를 비롯한 관객에게는 감사한 일. 좀처럼 공개하지 않았던 마르지엘라 아틀리에를 훔쳐볼 기회를 제공했으니 말이다.
존 갈리아노는 아마도 이러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까? 마릴린 먼로가 2017년에 살아 있었다면, 어떤 옷을 입고 ‘셀피’를 찍었을까? 소매와 어깨를 뜯어낸 헤링본 트렌치 코트, 오간자를 박스 소재처럼 접어 붙인 코트, 혹은 가슴 아래에 크리스털 장식을 더한 금색 보디수트가 그 정답일 것이다. 팻 맥그래스의 반짝이는 입술과 유진 슐레이만의 샴푸 흔적이 남은 헤어까지 완벽한 오브제가 됐다.
쇼가 끝난 후 나는 <보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피날레 워킹 영상을 올리며 이런 문장을 남겼다. “No one does what @jgalliano does @maisonmargiela”. 디올 전시을 살펴본 후 더욱 커진 갈리아노에 대한 존경심을 이렇게라도 표현할 수밖에.
그나마 남아 있는 존경심을 시험하는 쇼도 있었다. 열기로 가득한 고티에 본사 쇼장에서 내 좌석을 찾는 동안 장 폴 고티에의 공식이 또 한번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관객들은 일반적으로 A, B, C, D 등으로 나뉜 섹션에 앉지 않았다. 대신 전설적인 스키 리조트 ‘Cortina’, ‘Ampezzo’ , ‘Klosters’ 혹은 ‘Val d’Isère’ 등에 나눠 앉아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이번 시즌 테마를 스키로 선택한 걸 예측하는 건 쉬웠다. 곧 코코 로샤가 황금 자전거를 타고 런웨이를 질주했고, 무대 뒤로 눈이 내렸다. 박수보다 실소가 먼저 터져나왔지만, 모든 게 콩트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다. 모슬린 리본으로 완성한 스웨터, 칼로 자른 듯 완벽한 테일러링 수트 등은 발코니에서 쇼를 내다보던 장인들만이 선보일 완벽한 작품인 건 분명했으니까.
빅터앤롤프 쇼에서도 꾸뛰르에 대한 의심은 계속됐다. 무대에 오른 건 동그란 얼굴의 인형 탈을 쓴 모델. MA-1 재킷을 변형한 디자인을 입은 모델들은 다양한 탈을 쓰고 무대를 오갔다(80년대 TV 어린이 프로그램 <모여라 꿈동산>의 캐릭터를 닮았다). 보도 자료에는 디자이너들이 “창의적이고, 다양하며, 친환경적인 세상을 꿈꾼다”고 적혀 있었다. 이른바 ‘액션 돌(Action Dolls)’이라 부른 인형 탈을 벗은 모델들이 곧이어 외투마저 열고 무대에 등장했다. 그 속엔 재활용한 소재를 수놓거나, 접어서 완성한 옷이 자리했다. 최근 재활용에 푹 빠진 빅터 호스팅과 롤프 스노렌의 깜짝 쇼맨십? 그렇지만 쇼가 끝나고 몇 시간 후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 재학생이 디자인 듀오가 자신의 작품을 베꼈다고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올렸다. 그 진실 공방은 알 수 없지만, 한때 재치발랄하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놀라게 하던 이 듀오의 전성기가 지난 건 자명했다.
꾸뛰르에 대한 믿음이 되살아난 현장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저택에서 열린 발렌티노 쇼였다. 바티칸 성직자의 수도복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에는 고요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 속엔 센스 없는 ‘아재’ 농담 따윈 없었다. 대신 뛰어난 디자이너의 지시 아래 충실한 장인의 작업에서 완성한 드레스, 팬츠, 케이프가 시선을 매혹했다.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더 이상 애써 노력하지 않는 듯했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과거의 실루엣과 기술, 스타일에 치중한다면 그는 2017년 여성을 위한 옷을 발표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 만했다.
발렌티노 쇼가 끝나자 리무진이 아니라면 오르지 않는 패션계 고참 기자들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옥과 같은 파리의 교통 체증을 피해 지하철을 탄 이유는 도시 반대편에서 열린 아제딘 알라이아 쇼에 늦지 않기 위해서다. 알라이아라는 컬트 종교의 교주가 패션 신도를 부르는데 그 누가 마다하겠나. 다들 뜨거운 여름날의 저녁 공기를 가로질러 그의 쇼가 열린 본사 쇼룸에 간신히 도착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컬렉션은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우선 디자이너를 ‘파파’라고 부르는 나오미 캠벨이 양털 코트를 입고 처음 등장하자 관객들이 아이폰을 드는 대신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냈다. 계속해서 붉은색 뱀피 코트, 꽃송이를 닮은 패턴으로 완성한 드레스, 보디스부터 스커트까지 연결되는 기하학 니트 드레스 등이 이어졌다. 클래식한 알라이아의 멋은 변하지 않았다. 커다란 변화가 없었기에 실망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의 감각은 보다 현대적으로 변해 있었다. 무엇보다 칭송할 만한 건 더 강인한 여성상을 표현했다는 사실. 혼돈의 시대를 사는 여성에게 갑옷처럼 안도감을 주는 옷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 꾸뛰르 주간의 마지막 주자는 펜디의 칼 라거펠트. 2년 만에 ‘오뜨 푸뢰르(Haute Fourrure)’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샹젤리제 극장으로 손님들을 초대했다. 한여름 날씨에도 모피를 걸친 전 세계 VIP 고객들이 극장 안을 가득 채웠다. 상기된 고객들의 표정과 옷차림을 살피는 것도 구경거리. 모피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의 펜디는 이번에도 그 실력을 맘껏 드러냈다. 푸른색 밍크를 잘라 만든 꽃송이는 페르시안 양털 코트 아래에 자유롭게 피어 있었고, 달걀 모양의 케이프 위에 반짝이는 1만 개의 파이에트는 알고 보면 아주 짧게 자른 밍크였다. 10년 전 황금으로 염색한 아스트라한 모피를 선보인 펜디는 또 다른 기술을 자랑했다. 산호색으로 염색한 세이블(연약하기에 색을 입히기 쉽지 않다)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걸 스케치로 떠올린 라거펠트의 힘. 무려 9,000개의 자그마한 원반을 수놓는 데 1,250시간이 들어간 웨딩드레스가 무대를 빠져나가 자마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세 번이나 무대로 걸어 나와 인사에 화답한 그는 샤넬 쇼장에서만큼 감동한 듯했다. 단순히 장인의 작업을 집대성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비전 아래 컬렉션을 완성하는 큐레이팅의 기술. 마지막 꾸뛰리에 라거펠트의 힘이 그것이었다.
이렇게 4일간의 꾸뛰르 주간이 막을 내렸다. 파리를 침공한 기성복 브랜드와 고객과 기자의 관심을 동시에 노린 보석상 덕분에 ‘오뜨 꾸뛰르 위크’는 더 이상 꾸뛰르만의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패션 자본과 독립 디자이너의 힘겨루기, 마케팅을 위한 치열한 머리싸움, 그리고 이 모든 걸 실시간으로 전송하려는 인스타그램의 시각적 소음. 때로 머리가 멍해질 만큼 소란스럽던 시간이 지나자, 남은 것들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튿날 공항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싸는 동안 어제 발렌티노에서 받은 보도 자료가 눈에 띄었다. “오뜨 꾸뛰르의 진정한 가치는 눈에 보일 수 없습니다.”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이렇게 선언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의식, 승격화된 움직임, 변화하는 도식. 이를 통해 오뜨 꾸뛰르는 스스로 진화하고, 오늘날에도 존재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어려운 말이긴 하지만, 풀어보자면 반복되는 컬렉션 속에도 누군가는 꾸뛰르의 변화를 눈치챌 것이며 진화하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라는 얘기다. 끝끝내 쉽게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패션 속 미궁. 그 미스터리야말로 오뜨 꾸뛰르의 진짜 의미다.
- 에디터
- 손기호
- 포토그래퍼
- INDIGITAL, GETTYIMAGESKOREA, COURTESY OF CHLOE,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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