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일리!
17년 동안 버버리를 책임지던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친구와 가족의 도움으로 물러났다. 그가 파트너와 두 딸을 〈보그〉에 공개했다.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흔한 사퇴 사유가 정말로 적용되는 유일한 유명인일지 모른다. 크리스토퍼와 남편 사이먼 우즈가 두 딸 아이리스(3세), 넬(2세)과 함께 찍은 사진은 패션을 넘어선 그의 성취를 잘 보여준다. 또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진이기도 하다. “17년전 나는 두 아이를 둔 기혼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 세상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곳이다 보니, 긍정적인 일이 생기더군요.”
베일리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그가 29세의 나이에 버버리의 디자인 디렉터가 된 2001년 영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불법이었다. 베일리와 우즈는 시민 결합(Civil Union)을 통해 결혼했다(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것은 2014년이었다). “갑자기 이 작은 두 인간을 보호하고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됩니다.” 베일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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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마지막 컬렉션인 2018 F/W.
런웨이 컬렉션을 70번 가까이 치렀고 트렌치 코트를 셀 수도 없이 많이 만들었지만, 베일리는 버버리를 세계적 인기 브랜드로 만드는 모든 과정을 즐길 수는 없다고 말한다. 아직 46세인 베일리는 새롭고 광활한, 짜릿한 개인적 자유를 맞이할 참이다. “나는 모든 게 다 좋았다는 듯 말할 생각은 절대 없어요.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고 그중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있었어요. 딸들이 너무 빨리 성장하는 것을 보며, 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절실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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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마지막 컬렉션인 2018 F/W.
바쁘게 돌아가는 패션 세계에 베일리가 곧 돌아올 일은 없을 것 같다. “기회는 정말 많지만 내 마음의 상태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아요. 지금 나는 내가 배운 것들을 잊어버릴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에겐 시간의 여유가 있다.
예를 들어 작년 여름에 떠들썩한 시간을 보낸 이탈리아 움브리아의 농장에서 지낼 수 있다. 베일리·우즈 가족은 최근 햄스테드로 이사했고, 목수와 막스앤스펜서의 윈도 드레서를 부모로 둔 베일리는 집안일에 능숙한 자아를 재발견하고 있다. “칠하기, 데커레이션하기. 우리는 선반도 들이려고 해요! DIY 매장에 데려가주세요! 내가 최근에 산 물건은 파워 드릴이에요.” 그가 웃으며 말한다. 한편 우즈는 배우에서 극작가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그의 배경은 나와 아주 달라요. 웨더비, 이튼, 모들린 대학, 옥스퍼드!” 베일리는 웃으며 “그는 똑똑합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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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마지막 컬렉션인 2018 F/W.
무지개가 아주 많이 등장했던, LGBTQ+ 청소년 단체 세 곳의 넉넉한 후원이 있었던 2월 베일리의 마지막 버버리 쇼는 중요한 개인적 선언인 동시에 그가 살면서 경험한 인권 승리의 기념비였다. 2014년에 베일리가 버버리를 맡았을 때, 그는 FTSE 100 기업의 CEO가 된 최초의 공개적 게이였다. 이렇게 불린다는 것 자체가 비즈니스계 최고위에 존재하는 완고함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버버리를 디지털 세대로 끌고 간 이 요크셔 출신 한 사람의 힘에 가장 이성애 규범적인 기관까지도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자신의 세계적 패션 비전을 모두를 위해 실현할 수 있도록, 베일리는 자기 앞의 모든 장벽을 깨부쉈다.
-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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