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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이 아닌 림킴, 크라우드펀딩을 택하다

2019.08.02

by 김나랑

    김예림이 아닌 림킴, 크라우드펀딩을 택하다

    김예림으로 활동했던 림킴이 긴 공백 후 ‘SAL-KI’를 발표한 데 이어 여섯 곡이 담긴 EP에 관한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조금은 특이합니다. 한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공개한 것이죠. 물론 음악가가 텀블벅을 활용하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며, 지금까지 많다면 많은 수의 음악가가 텀블벅을 통해 자신의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림킴의 텀블벅은 조금 특별합니다. 자신이 그간 왜 공백을 가졌는지, 그리고 텀블벅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기 때문이죠.

    https://tumblbug.com/supportlimkim

    #은퇴추정 #텀블벅

    림킴은 자신의 공백이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웹상 프로필에 ‘은퇴 추정’이라는 글귀가 쓰였”지만, 갑작스레 가수가 되고 활동을 하게 되면서 그 후에 자신이 어떤 음악을 할지에 관한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자기 생각을 전하고 기존의 자신을 벗어나는 도전을 한다는 점에서 텀블벅을 택한 것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힘을 합쳐서 만들고 싶다고 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림킴

    김예림이 아닌 림킴이 발표하는 새 앨범은 여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깊이 한 결과가 담겨 있다고 하네요. 아시안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음악에서 마주한 적 없던 그는 이번에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아시안 여성이 지닌 스테레오타입을 탈피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하네요. 여전히 다수의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아시안 여성은 전형적입니다. 순종적인,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가 하면 동양이라고 했을 때에도 몇 가지 키워드나 소품, 보이는 몇 가지 틀 안에서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표현하죠. 이러한 모습을 탈피하기 위해 림킴은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아시안 #여성

    아시안으로서, 여성으로서, 아시안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인식의 변화도 있고 기존의 선입견을 깨고 있는 여성도 있지만, 여전히 무의식에 가까울 정도로 표현하거나 마주하고는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안 여성이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것은 그 과정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I’m unfuckable creature”라고 표현하는 것도 멋졌습니다. 아시안 여성으로서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유목민처럼 생활한 경험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고, 그동안 디지털 노마드라고만 표현해온 것을 ‘디지털 시대의 칸’이라고 한 것은 표현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유목민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설명만으로도 벌써 그의 곡이 기대됩니다.

    #무당 #스케반 #호접몽 #디지털칸 #요술

    “현재 제목은 가제이므로 실제 발매 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고 했지만, 앨범을 구성하는 단어들이기도 합니다. 저것만 봤을 때 여러분은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스케반은 “70년대 초반에서 80년대 후반까지 일본 내에서 불량 학생의 두목”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무당 역시 여성의 직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키워드만 봐도 앨범이 기대되기 시작합니다.

    # #힙합 #일렉트로닉 #판소리

    게다가 이번 앨범에는 팝, 힙합, 일렉트로닉 장르의 문법을 비롯해 “동양의 악기나 판소리 합창단과 협업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음악적으로도 아주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소스로만 쓰이거나, 표현 도구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주체의 목소리로 쓰일 것 같아서 더욱 기대됩니다. 림킴이 이번 앨범을 통해 반전 혹은 한 방을 보여주지 않을까, 그렇게 기존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기대를 얻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림킴의 행보, 림킴이 선보일 것, 림킴의 메시지가 멋지게 등장하길, 그리고 그것이 좋은 힘을 얻길 바랍니다.

    에디터
    김나랑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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