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힙스터들의 뉴욕, 부시윅

2023.02.20

by VOGUE

    힙스터들의 뉴욕, 부시윅

    한때 뉴욕의 힙스터들이 모두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에 모여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여행 가이드가 윌리엄스버그 베드퍼드 애비뉴(Bedford Avenue)에 힙스터들이 남아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죠. 하지만 이제 그들은 모두 떠나고 없습니다.

    힙스터들은 끊임없이 이동합니다. 몇 년 전 소설가 김사과가 지적했듯이 그들은 ‘문화적 화전민’입니다. 모두들 꺼리는 변두리 동네에 가서 그곳을 뜨겁게 불태우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척박한 땅으로 이동하죠. 모두 떠나고 남은 힙스터의 유적지에는 아메리칸 어패럴과 돈 주고 그린 그래피티만 남습니다.

    하지만 힙스터들이 문화적 화전민인 동시에 문화적 셰르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관광지에서 관광객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모순된 희망을 가진 관광객에게 힙스터는 가장 좋은 여행 안내자이기도 하죠. 그래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힙스터들이 어디에 있는지 검색해보는 것은 조금 부끄럽지만, 꽤 도움이 됩니다. 지금 뉴욕의 힙스터들이 모이는 곳은 바로 부시윅(Bushwick)입니다. 그들이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지는 확답할 수 없어요. 하지만 2019년에 그들은 분명히 부시윅에 있습니다. 부시윅의 힙스터 성지를 소개합니다.

    파로(Faro)

    파로는 직접 생면을 뽑아 만든 파스타로 잘 알려진 이탤리언 레스토랑입니다. 그렇게 손으로 만든 면을 미국 각지에서 손으로 만든 도자기 접시 위에 올리죠. 이곳은 원래 뉴욕 MoMA 현대미술관이 작품을 보관하던 창고였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이런 레스토랑이 생겼다는 것이 단순한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블 트윈 브루윙 뉴욕(Evil Twin Brewing NYC)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여전히 뉴욕을 상징하는 맥주지만 더 이상 뉴욕에서 가장 힙한 맥주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더 개성 있는 양조장이 점점 많이 생겨나고 있으니까요. 이블 트윈은 자기 양조장 없이 레시피만 가지고 다른 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드는 집시(Gypsy) 브루어리였습니다. 원래 덴마크에서 시작했지만 (많은 뉴욕 시민처럼) 뉴욕으로 이민 와서 뿌리를 내렸죠. 그리고 드디어 올해 탭룸을 만들었습니다.

    세이 커피(Sey Coffee)

    카페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자연스럽게 드리워진 식물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벽돌로 만든 벽 사이에서도 푸른 생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답답한 상업 시설과 달리 천장이 높고 입구는 널찍해서 공간이 시원시원합니다. 맨해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긋함을 주는 구성이죠. 커피 맛도 이런 공간과 잘 어울립니다. 가볍고 선명해서 북유럽의 커피를 연상케 하는 맛입니다.

      신현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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