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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을 위한 모든 것

2023.02.20

우정을 위한 모든 것

화려한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더 에어로넛츠>에서 펠리시티 존스와 에디 레드메인은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른다. 이들의 우정이 완벽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펠리티시 존스가 입은 울 니트는 디올(Dior). 에디 레드메인이 입은 울 베스트, 면 셔츠, 넥타이, 트루저 팬츠는 셀린 바이 에디 슬리먼(Celine by Hedi Slimane).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연극 관련 일정이 끝나는 요즘, 펠리시티 존스(Felicity Jones)와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은 스타의 훌륭한 행동거지에 관한 책 집필에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여러 해 동안 다양한 스타를 인터뷰하면서, 나는 감히 이 일에 이 두 사람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들은 시종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아주 예의 바르면서도, 매우 재미있다.

“아주 매력적이네.” <보그> 촬영장, 모니터 옆에 서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덩치만 큰 어린애 같은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에디는 간신히 말했다. “우리 정말 멋지지 않아?” 솜털이 보송보송한 흰색 목욕 가운 차림으로 에디 옆에 서 있던 존스가 동의했다.

오, 솔직히 나도 그들이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알려준다. “당신들 말대로 정말 매력적인 커플이에요.” 존스는 내 팔을 꽉 쥐며 고맙다는 표정을 짓는다. “친절하시네요. 그런데 맞는 말이긴 해요. 우린 매력적이죠.”

그간 영국 셀럽들의 위대한 전통에서 보면, 확실히 존스와 레드메인이 현재의 챔피언일 것이다. 둘 다 고급스럽고 바른 태도(존스는 옥스퍼드대학을 다녔고, 레드메인은 케임브리지대학을 다녔다고 이런 성향을 갖게 되진 않음에도)를 갖고 있어서 이들과 접촉한 미국인 팬은 거의 기절한다. 그러나 요란한 성공에 대해 두 사람이 얼마나 시큰둥한지 정말 놀라울 정도다. 6년 전 그들이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제인과 스티븐 호킹으로 분해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완전히 점령한 이후, 왕족 배역 1순위 영국 배우가 됐을 뿐 아니라, 할리우드 매니저들이 야단법석을 떨며 섭외하려 애쓰는 배우이며, 영국 타블로이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집중 관심을 받고, 크리스털이 잔뜩 박힌 이브닝 드레스 차림으로 프런트 로 플래시 세례를 받는 영화 스타임에도 말이다. 그들은 지금이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음을 안다.

가죽 재킷, 울 스웨터, 울 팬츠는 셀린 바이 에디 슬리먼(Celine by Hedi Slimane).

“기억나?” 에디는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위해 수상 캠페인을 벌이던 몇 주를 회상하며 묻는다. 그 영화로 존스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에디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이 호텔에 머물곤 했잖아. 몹시 감동적인 행사에 참석하고 이곳으로 돌아와 저기 앉아 보드카 토닉을 좀 마시면서…” “그 과정을 정리하려 한 거?” 존스는 그렇게 에디의 말을 끝맺었다. “일련의 일을 처리하려 애썼어요.” 에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리고 둘은 잠시 말을 멈춘다. “그게 정말 처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지 않나요?”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그런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은 참된 친구가 되었다. 아이 돌봄 문제를 해결하여 각자의 배우자를 동반한 어른들만의 4인 저녁 식사를 하러 간다거나 한 번도 성사된 적은 없지만 비정기 테니스 모임을 계획하는 등 런던의 30대가 하는 모든 것을 하려 했고, 서로 얽힌 사회생활도 무리 없이 해내는 진짜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또 대부분의 사람이 하지 않는 몇 가지 활동도 같이 한다. 이를테면 2018년에 빅토리아 시대의 한 저돌적 열기구 조종사에 관한 영화 <더 에어로넛츠>를 함께 찍으며 여러 달을 함께 보냈다. 이 영화는 기상 예측을 위해 만든 가스 열기구가 오늘날의 상업용 여객기가 나는 높이만큼 솟아올랐던 19세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서커스와 과학이 만나 무모하게 벌이는 미션 수행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 존스는 열기구 조종사 역을 맡았다. 미션 수행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해발 1만1,200m의 높이에서 코르셋을 입고 지냈다. 그 모습이 마음에 와닿고 아름답긴 하지만, 어지럼증을 알리는 건강 경고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에이전시에서 이 영화의 대본을 제게 보내왔을 때, 제 첫 반응은 ‘아멜리아 역은 누가 맡나요?’라고 묻는 거였어요.” 디바라도 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추며 레드메인은 말한다. “솔직하게 물었죠. 그러니까 제 말은 누구라도 보통 때 잘 어울리지 않던 사람과 수개월 동안 바구니 안에 같이 처박혀 있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트렌치 코트는 구찌(Gucci).

이때쯤 그들은 이미 휘청거리며 스튜디오 부엌에 들어가 있었고, 깨끗이 닦은 소나무 탁자에 자리를 잡고 있던 참이다. 펠리시티(당신이 에디라면 플리스라고 부를 것이다)는 느긋하고 자신감 있으며 우아한 자태다. 마치 전성기의 브리짓 바르도처럼 보인다. 심지어 37세인 펠리시티에게는 뭔가 영원불멸의 장인 같은 분위기가 난다. 그녀의 활동 경력은 10대에 BBC 라디오 4의 시리즈물 <궁수들(The Archers)>에서 엠마 그런디 역을 맡은 것부터 <스타워즈> 영화의 여주인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다양한 경력 덕분에 흔들림이 없고 시종일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을 반짝거린다. 11세에 처음 전문 배우로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차기 작품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동안 한 번이라도 힐끗 에디를 보기라도 한 사람이면 누구라도 단언할 수 있듯, 뭔가 장난치며 노는 영국의 사냥개 잉글리시 세터 같은 느낌과 더불어 여자 기숙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역사 선생님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흰색 운동화와 그에 잘 어울리는 데님 바지를 차려입은 38세의 에디는 마침내 소년 시절을 떠나보내고, 곧장 젊은 아빠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 “이제 휴가를 떠날 참이에요.” 그는 즉시 자리를 잡고 활짝 웃으며 가벼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로 휴가를 떠날 거예요.” 가끔 레드메인이 그의 친밀한 태도를 온전히 유지하고, 우연히 마주치는 팬들에게 자신의 대부분을 내주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울지를 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게 최악의 문제도 아니고, 오히려 그런 점이 그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람이 되게 한다고 믿는다.

어쨌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영화 <더 에어로넛츠>의 영상이 온통 파란색일 거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겠지만, 명백히 존스와 에디는 영국 남부 옥스퍼드주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열기구 안에서 조종사 바로 옆에 꽉 끼어 앉아 생을 마감할 뻔한 며칠을 보냈다. 그 뒤를 카메라를 잔뜩 실은 소규모의 헬리콥터와 드론 행렬이 바짝 뒤쫓았다. “아찔한 순간이 많았죠. 열기구가 착지하려 할 때 펠리시티가 펄쩍 뛰어내려 자리를 잡아야 했어요.” 말만 들어도 벌써부터 무시무시하게 들린다. 가스 열기구를 착지시키려면 아주 신속하게 무게를 줄일 수 있어야 도중에 어떤 장애물도 쉽게 비켜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겁에 잔뜩 질렸다고 존스는 수긍한다. 촬영 첫날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당시 두 사람은 갖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대부분 소진하면서 조종사와 함께 착지를 시도했다. 열기구가 나무 꼭대기에 쿵 하고 부딪히자 “조종사가 펠리시티와 저에게 ‘바닥짐을 내던져요!’라고 외치더군요”라고 에디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열기구 안에 있는 걸 죄다 내던졌어요.” 존스는 말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너무 많이 내다 버린 거예요.” 그러자 “우리가 탄 열기구는 위태롭게 숲 쪽으로 내달리고 있었고, 이를 중단시킬 만한 게 전혀 없었어요. 우리는 나무에 세게 부딪혔어요…”라고 에디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꽉 잡으면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어!’라고 생각했어요. 존스가 중간에 끼어들며 말한다. “그러다 우리는 어느 들판에 불시착했죠.”

면 셔츠, 타이, 울 팬츠는 셀린 바이
에디 슬리먼(Celine by Hedi Slimane).

“플리스가 머리를 상자에 세차게 부딪혀서 ‘아아아아…’ 하고 내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땐 정말 끔찍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거든요. 조종사가 ‘모두 괜찮아요?’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플리스가 ‘움직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했죠.” “저는 제 등이 부러졌을까 봐 살짝 걱정했어요.” 그녀는 차분히 말한다. “그리고 코르셋이 제 갈비뼈를 잡아주고 있어서 그것을 벗으면 뼈가 주저앉을까 봐 걱정했어요.” 괜찮았나요? “괜찮았어요.” 두 사람이 실제로 기구를 타는 부분은 어느 정도나 최종 편집본에 실렸죠? “한 2초 분량 정도 될까요.” 그녀는 격분하여 꽥 소리를 질렀다. 반면 에디는 “그건 사실 꽤 많은 분량이야, 플리스”라고 그녀를 안심시킨다.

이들이 함께 수다 떠는 모습을 지켜보면 사랑스럽다. ‘섹스라는 게 항상 개입되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 사이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식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모든 지겨운 클리셰가 그냥 무색해져버렸다. <보그> 촬영장에서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의 여성 오르가슴을 향한 송가인 ‘난 나보다 당신을 더 사랑해요’가 스피커에서 꽝꽝 울려 퍼지는 동안 끈이 달린 칵테일 드레스 차림의 펠리시티는 에디의 무릎 위에 걸터앉았고 그는 자신의 비옷으로 그녀를 감쌌다. “여기서 약간 70년대풍 포르노물 분위기가 살짝 나요.” 그다지 흥미가 없다는 듯 레드메인은 말했다. 잠시 쉬는 동안에도 둘은 그들의 감정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친밀하게 귓속말을 하고 웃으며 볼과 볼을 맞대고 착 달라붙어 있었지만, 카메라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 성적인 분위기는 전혀 풍기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그냥 그대로 멋졌다.

그들은 언제 처음 만났을까? 펠리시티는 그게 “2008년 정도” , 그러니까 끝내 제작되지 못한 도미닉 세비지 감독의 영화 오디션 현장에서였다고 생각한다. 에디는 그것보다 1~2년 전에 그들의 친구 폴리 스텐햄이 연 하우스 파티에서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존스는 에디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 파티는 기억나는데 누가 거기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우리는 사교적으로는 서로 알고 있었지만, 특별히 잘 알진 못했어요.” 에디는 웃으며 말한다. 그러다가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같이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영화가 전부였어요.” 아카데미상 시상식 날 밤은 어땠죠? “정말 끝내주는 맥퀸 드레스를 걸친 펠리시티와 한나의 모습을 잊지 못할 거예요.”

오간자 드레스는 미우미우(Miu Miu).

펠리시티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아카데미상 시상이라는 대단한 일이 벌어졌을 때였죠. 우린 누구랄 것 없이 다 기립 박수를 받았어요. 저는 꽤 만만치 않은 드레스를 엄청 꽉 끼게 입고 있었죠. 세계 전역으로 수억 명의 시청자에게 방영되는 와중에 잘 일어서지 못할 뻔했다니까요.” 그때 에디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했다. 그 덕에 에디가 상을 수상했을 때 펠리시티는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재빨리 일어나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그날 밤 이후 그들의 가정생활 또한 남 못지않은 기쁨으로 넘쳐났다. 2016년에 레드메인과 배그쇼위는 딸 아이리스를 낳았고, 뒤이어 2018년에는 아들 루크를 낳았다. 2018년에 존스 역시 영화감독 찰스 가드와 결혼했는데, 당연히 에디는 글로스터셔주의 서들리 성에서 열린 결혼 축하 모임에 함께했다. 신부 존스는 어덤의 긴소매 하이넥 맞춤 드레스를 걸쳤고, 결혼식에 대거 참석한 유명인들은 밤새 파티를 벌였다.

사실 2016년에 영화 <인페르노>에서 그녀와 함께 주연을 맡은 톰 행크스 역시 그 결혼식에 참석했다는 사실도 널리 보도되었다. 행크스가 그 환상적인 결혼식 하객으로 정말 참석했을까? “아뇨. 그는 오지 않았어요!” 존스는 코웃음을 치며 말한다. “그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 ‘너무 죄송스럽게도, 모든 사람이 당신이 제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행크스가 그건 신경 쓰지 말라더군요. 최근 누군가 오더니 ‘당신이 결혼식에서 존스를 신랑에게 넘겨줬나요?’라고 물었대요.”

레드메인이 탁자 위로 몸을 구부리자 존스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건 정말 굉장한 결혼식이었어요.” 에디는 진지하게, 존스가 전혀 예상 못한 듯한 그런 느낌으로 말한다. 그녀는 방 저쪽에 있는 자신의 친구를 향해 활짝 웃는다. “응, 맞아. 그 결혼식은 정말 근사했어.” 그녀는 미소 짓는다.

    자일스 해터슬리(Giles Hattersley)
    포토그래퍼
    루이지 & 이앙고(Luigi & I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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