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아름다운 5월의 여왕을 위하여
샤넬의 제주 상륙.
생트로페, 아스펜, 쿠르슈벨, 카프리.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과 로키산맥의 눈 쌓인 휴양지, 알프스 설원 속 스키 리조트와 푸른빛 이탈리아 어촌의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굳이 꼽아보자면 부유층이 즐겨 찾는 우아한 휴양지라는 점. 또 한 가지는 이 네 곳에 샤넬의 ‘팝업 부티크’가 자리했다는 사실. 이 품격 높은 리스트에 제주가 이름을 올렸다. 물론 샤넬에 ‘팝업’이라는 단어는 익숙지 않다. 전통적으로 ‘Ephemeral Boutique’, 직역하자면 ‘수명이 짧은 부티크’라는 표현을 고집해왔다. 깊이 뿌리를 내리는 플래그십 스토어와 달리 단기간 운영하는 매장을 지칭한다. 제주 매장 역시 3개월(3월 19일부터 6월 20일까지)만 운영한다.
봄여름에 제주를 찾는 샤넬 팬들에게 주어지는 행운이다. 서귀포 중문 제주신라호텔 1층의 분홍색 로비를 지나 왼쪽으로 향하면 샤넬로 향하는 천국의 문이 열린다. 검정 테두리로 장식한 입구는 샤넬 이미지 그대로다. 문을 지나면 샤넬의 전통적인 매장이 캣워크처럼 길게 펼쳐진다. 폭신한 카펫, 은은하게 빛을 비추는 커튼, 오트밀 컬러 가구 등의 조화는 지극히 샤넬답다. 물론 샤넬 매장을 완성하는 건 그 공간 곳곳에 자리 잡은 여러 컬렉션이다.
버지니 비아르가 창조한 봄/여름 컬렉션은 물론 여름을 위한 코코 비치 컬렉션이 네모난 쇼케이스에서 고객을 기다린다. 특히 1980년대 샤넬 캠페인에서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가 입었을 법한 새틴 소매의 검정 트위드 스커트 수트, 할리우드의 불빛을 담은 프린트 시리즈, 여름휴가를 위한 수영복과 버킷 햇까지.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오픈 런 대란’을 촉발한 클래식한 핸드백, 코코 크러쉬를 비롯한 액세서리도 모두 있다. 오픈을 알리자마자 사전 예약은 모두 마감됐지만, 당일 대기를 위해 찾는 고객은 지금도 이어진다. 샤넬 특유의 온화한 조명 아래 머물다 보면 꿈꾸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고객의 경험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조도 덕분이다. 또 정성껏 만든 옷은 바라만 보아도 황홀하다. 다시 말하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공간에 주어진 시간은 단 3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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