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토모 코이즈미와 존 갈리아노의 크로스오버

2022.01.08

by VOGUE

    토모 코이즈미와 존 갈리아노의 크로스오버

    토모 코이즈미에겐 마르지엘라 아티저널 아틀리에의 투알! 메종 마르지엘라의 존 갈리아노에겐 코이즈미의 2021 S/S 컬렉션 드레스! 세대와 스타일을 초월하는 두 디자이너가 서로의 작품에 자기만의 창의성을 주입해 새 작품을 탄생시켰다.

    오리지널 토모 코이즈미 드레스, 그의 2021 S/S 컬렉션.

    John Galliano

    토모 코이즈미 특유의 러플을 푸는 작업.

    마르지엘라 아틀리에에서 이뤄지는 토모 코이즈미 드레스 분해 작업.

    리한나가 2018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의 전시 <Heavenly Bodies> 레드 카펫에 올라 메종 마르지엘라 아티저널(Maison Margiela Artisanal)의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가 디자인한 반짝이는 펄과 크리스털 장식 미니 드레스, 풀 스커트 로브와 스티븐 존스가 만든 미트라(교황이 의식 때 쓰는 모자)를 쓰고 성스러운 아우라를 내뿜었다. 당시 우리 모두가 언급했듯, 그녀는 ‘꾸준히 그녀가 패션 피플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Photographer
    MACIEK POŻOGA

    14세에 갈리아노가 디자인한 디올 작품을 처음 보고 팬이 된 토모 코이즈미(Tomo Koizumi)는 리한나의 모습을 보고 기분 좋게 놀라던 그때를 떠올렸다. “정말 좋은 뜻으로, 완전히 예상에 어긋난 정말 세련된 룩이었어요.”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통해 서로 소통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보그>가 후원하는 공동 리퍼포징(Repurposing) 운동을 위해 갈리아노가 투알(Toile, 프랑스어로 아마포, 범포, 캔버스 등의 의미)을 넘겨주었을 때 코이즈미는 정말 기뻤고 경외감마저 느꼈다.

    마르지엘라 의상의 뻣뻣한 옥양목(캘리코)을 건네받은 코이즈미는 맨 먼저 “다음 컬렉션을 위해 개발한 러플 페인트 기법(Ruffle-Paint Technique)을 사용해 그 투알에 캔버스처럼 색을 입혔다”고 말했다. “그 의상의 세 가지 피스를 각각 개별적으로 다시 꾸몄죠. 그리고 다시 합쳐 조화로운 앙상블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했어요.” 그는 그 옷을 입은 사람의 팔이 드러나도록 소매를 터놓았고, 레이어 사이에 프릴을 덧대 드레스의 볼륨을 살렸다(18세기 로코코풍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 그가 부르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재건적 디자인(Reconstructive Design)’에 동조하는 뜻에서, 웨딩드레스 크리놀린의 둥근 테를 리폼해 사용했다.

    Photographer
    TAKASHI HOMMA

    코이즈미는 10대 시절 갈리아노로부터 영감을 얻어 빈티지 의상을 클럽용으로 리폼하며 실험하던 일을 떠올리며 그때와 같은 혁신적 분위기로 의상의 보디스에 네온 리본을 달았다. 그리고 미트라에는 ‘조금 더 생동감을 주고자 꽃무늬처럼’ 네트 프릴로 만든 퍼프 볼을 군데군데 달아 익살스러운 세속적 변신을 시도했다. 50명에 달하는 협업자와 트리트 메종(Treat Maison) 웨딩드레스 아틀리에가 3주 동안 이 의상을 매만진 결과, 코이즈미의 가와이 정신(Kawaii Spirit)이 리한나가 입었던 앙상블에 잘 스며들었다. “커다란 드레스와 컬러풀한 드레스를 좋아합니다.” 코이즈미가 그 생동감 넘치는 결과물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더 공들여 만든 분위기를 작품에 부여하고 싶었죠. 사람들이 보여주는 최고의 반응은 ‘놀라는 것’입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도록 말이죠.”

    2018년 멧 갈라에 참석했을 때 리한나가 입은 메종 마르지엘라 아티저널 앙상블.

    바뀌기 전 마르지엘라 투알.

    리본 장식의 보디스 피팅 작업.

    Tomo Koizumi

    코이즈미가 탄생시킨 새로운 룩은 마르지엘라 캘리코에 볼륨과 컬러를 더한 것이다.

    한편 코이즈미의 웨딩드레스가 파리 메종 마르지엘라 아틀리에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정말 마법 같은 날이었어요. 신비로운 빛을 발산하면서 저와 제 강아지 집시(Gypsy)와 코코(Coco, 그가 기르는 브뤼셀 그리폰테리어종) 앞에 딱 나타났죠”라고 갈리아노가 설명했다. “집시는 전통파라서 꾸뛰르 스타일을 더 좋아합니다. 플러프(Fluff)와 프릴 때문인지 토모의 작품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어요. 정말 놀라워했죠. 그 순간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갈리아노는 “인생 최고의 날 중 하루를 상징하는 뭔가를 업사이클링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하면서, 빈티지 마켓에서 구한 옷을 리폼하던 학생 시절 사용하던 수단과 방법이 굉장히 제한적이었던 것을 떠올렸다. “물건을 분해하는 것만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은 없죠. 제 자신이 심리적으로 그 시대로 돌아가고 그것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입니다. 제가 마르지엘라에 합류했을 때, 그렇게 단련되는 것을 멈추고 그것으로부터 해방되는 데 몇 시즌이 걸렸답니다.”

    그는 코이즈미 작품의 러플을 섬세하게 벗겨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직원 두 명이 5일에 걸쳐 그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다음 그 러플을 털실 타래처럼 만들어 ‘이 세대의 추억을’ 옷으로 입힐 수 있도록 오버사이즈 스웨터를 짜는 데 사용했다. “달빛 아래 커플의 모습을 상상했죠.” 갈리아노가 설명했다. “그 커플은 함께 만든 아름다운 시절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런 기억은 그들의 힘든 영혼을 어루만지죠. 뜨개질도 마찬가지예요. 명상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갈리아노 상상 속 그 커플은 마르지엘라 브랜드 모델이자 뮤즈인 발렌타인 샤라스(Valentine Charrasse), 토마스 리구엘(Thomas Riguelle)과 맞아떨어졌다. 그 디자이너가 만든 의상이 두 사람 모두에게 잘 어울렸다. “이번 컬렉션에 포함될 정도로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리아노가 설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젠더리스 방식으로 기획하고 판매하면 되겠다 싶었죠.”

    마르지엘라 스튜디오는 적절한 텐션과 풍성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니트 샘플을 만들어야 했다. “정서를 담아내고, 방금 막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영혼이 담기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갈리아노가 말했다. “그것은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짜는 데 90시간, 그러니까 거의 11일 정도 걸린 그 스웨터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굉장히 세련된 작품이었어요.”

    갈리아노는 그 안감에도 주목했다. “그것으로 뭔가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때를 떠올리며 갈리아노가 말했다. “그래서 태양 같은 것이 달린 작은 보닛으로 바꿨어요. 그런 뒤 노란 부츠와 가방을 매치하니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공원에서 즐겁게 산책할 준비를 마친 셈이죠!”

    그 의상은 지금 메종 마르지엘라 레시클라(Recicla) 시리즈 상표를 달고 있다. “Style Description, Look Number Four, Tomo Koizumi. Provenance, Japan. Spring 2021.” (VK)

      HAMISH BOWLES
      사진
      MACIEK POŻOGA, TAKASHI HO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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