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씨, 지금 가장 기대되는 걸 그룹
대지를 물들이는 빛, 투명할 정도로 맑은 소란, 정원에 피어오르는 생기 그리고 언제나 기대를 품게 하는 이름, 스테이씨(STAYC).
영화 캐릭터가 배우 자신은 아니며, 노래의 화자가 뮤지션 그 자체는 아니다. 예술이란 그렇게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2년 전 스테이씨(STAYC)가 등장했을 때 ‘Star To A Young Culture(젊은 문화를 이끄는 스타가 되겠다)’라는 설명이나 ‘틴 프레시(Teen Fresh)’라는 장르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가진 에너지 자체를 무대로 펼쳐내는 아이돌이 등장했다는 걸. 우리에게는 초능력이나 아바타로 펼쳐지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도 필요하지만 평소 들쑥날쑥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뮤지션도 필수다. 게다가 빼어난 보컬과 퍼포먼스 실력을 갖춘 존재라면. 애써서 들여다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마음이 동하는 기쁨을 만끽하게 해준 스테이씨에게 대중은 ‘걸 그룹의 정석’이라는 귀한 수식어를 건넸다.
스테이씨는 7월 19일 세 번째 싱글 앨범 <WE NEED LOVE>를 발표한다. 공존하기 힘든 두 단어가 아이러니해 보이는 ‘Beautiful Monster’가 타이틀곡이다. 수민은 ‘RUN2U’ 활동 때와 다른 방식으로 성숙한 사랑을 배워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사랑을 겪고 아프기도 하고 어떨 때는 치료가 되기도 하는 존재를 ‘Beautiful Monster’로 정의해서 표현한 곡이에요. 지금까지는 사랑에 달려갔다면 이제는 자유로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해방됨으로써 새로운 가치가 생겼어요.” 가사에 뭉클한 구석이 있다는 시은의 설명도 이어졌다. “‘사랑이란 이름에 용기가 필요해’라는 가사가 있어요. 그 표현이 되게 시적으로 느껴졌어요. 사랑하기 위해서는 진짜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윤은 처음에 화자가 반대였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원래 스테이씨가 뷰티풀 몬스터고 난 아프지만 널 치료해주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사실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도 없고 누구한테 상처를 준 적도 없다 보니 뭔가 어색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상대를 뷰티풀 몬스터로 바꿨죠. 그때부터 훨씬 몰입이 잘됐어요.”
서툰 사랑의 시작을 노래했던 ‘SO BAD’, 이상형이 빨리 나타나길 바랐던 ‘ASAP’,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라던 ‘색안경’, 사랑을 위해서라면 달려가겠다는 마음을 담았던 ‘RUN2U’까지 스테이씨 음악에서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수민은 “사랑을 주된 주제로 풀지만 매번 신곡을 내고 활동하며 저희도 변화하잖아요. 스테이씨의 성장 단계가 곡이랑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동안 스테이씨의 세계에서 사랑은 청자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윤은 사랑의 힘에 대한 믿음을 내비쳤다. “사랑에서 발휘되는 초인적인 힘이 너무 신기해요. 아이가 그네를 타다가 떨어질 뻔한 상황에서 아빠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잡아주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 있는데, 그런 걸 볼 때마다 부모님의 사랑은 정말 대단하구나 생각하곤 해요.”
스테이씨를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은 다채로운 보컬이다. 오디오만으로도 멤버별 구간이 구별될 정도로 고유한 특징이 있는데 하나의 곡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시원한 보컬로 쾌감을 전하는 윤은 이번 곡에서 ‘빵 터져야하는 후렴 부분’을 맡았다. 세은은 윤이 정말 멋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윤이가 힘들어하면서 녹음했는데 완성된 곡을 들어보니 진짜 너무 멋있는 거예요. 특히 춤추면서 노래하는데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윤은 요즘 유독 시은의 보컬을 ‘리스펙’한다고 말했다. “맡는 파트가 비슷한데, 언니랑 같이 부르면서 어떻게 저렇게 부를까 늘 생각해요. 언니한테 ‘진짜 대박인 거 같아요. 혹시 아가미가 달려 있어요?’라고 했을 정도예요(웃음). 편안하게 부르는데 에너지도 있고, 그렇다고 또 너무 스트레이트하게 꽂히지도 않고요.” 유튜브에 올라오는 MR을 제거한 라이브 영상은 팬들이 인증하는 뮤지션의 진짜 보컬 실력이다. 사실 데뷔곡 ‘SO BAD’ 때부터 여섯 멤버의 실력은 정직하게 드러났다. 무반주로 하이라이트를 구성해 멤버들의 보컬만으로 티저 영상을 채웠으니까. 목소리에 소울이 풍부한 아이사는 멤버들의 보컬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재이랑 수민 언니가 저음을 계속 맡고 있는데, 저음 연습할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소리를 내지?’ 해요(웃음). 제가 낼 수 없는 부분을 멤버가 채워주고, 다른 멤버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제가 또 맡아요. 저음, 중간음, 고음까지 다 갖춰서 밸런스가 정말 좋아요.” 그러니까 스테이씨가 낼 수 있는 음역대는 한계가 없다. 데뷔 초반 라이브에서도 AR만큼 완성도를 내기 위해 골몰했던 멤버들은 이제 곡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자 한다. 시은은 싱글 앨범 <WE NEED LOVE>는 어떻게 하면 편하게 들을 수 있을까 디테일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녹음의 경우 끝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가사를 어떤 느낌으로 부를 것인가 같은 것들이죠. 호흡, 음의 길이, 벤딩 등 정말 많은 부분을 고민했어요. 가이드로 받은 노래를 저희가 부르면 달라지는 이유는 감정을 만들어가기 때문이에요. 조그만 디테일 하나로도 노래에서 느껴지는 게 달라져요.” 재이 역시 감정 표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수민은 여러 개의 자신 중 하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에는 쫀득쫀득하게 부르고 포인트를 살리는 파트를 담당했다면 이번엔 오히려 풀어주는 파트를 맡아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신곡 퍼포먼스는 안무가 팀 라치카와 함께 했다. ‘전원 센터, 보컬, 퍼포머’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스테이씨는 곡의 메시지와 감성을 동작으로 풍성하게 구현해낸다. 스테이씨의 무대를 보면 어떤 생각을 거치지 않아도 기분 좋아지는 이유다. 재이는 예전에는 웅장하게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황홀하고 상쾌하게 끝냈다!’는 생각이 든다며 보면 볼수록 퍼포먼스에 빠져든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아이사는 표현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Beautiful’에서 조금 더 예쁘게, ‘Monster’에서 조금 더 무섭게’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티칭을 받았어요. 표현 범위가 넓어진 느낌이에요.” 아이사는 시은의 표현법을 좋아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뮤비 같은 콘텐츠를 찍을 때 약간의 연기 요소가 필요한데 시은 언니를 보면 항상 감탄스러워요. ‘아역 배우 경력에서 쌓인 짬인가?’ 싶죠(웃음).” 풍부한 표정으로 서사를 더하는 시은도 화답했다. “아이사랑 세은이는 서로 반대 스타일인데 자기 장점을 잘 알고 있어요. 사실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는 각도가 중요한데 둘 다 아주 잘한다고 느껴요.”
사실 이런 세세한 기술을 떠나 스테이씨가 전하는 건 활기찬 에너지다. “무대에 올라가서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저희 에너지를 무조건 앞에 있는 모든 분에게 줘야 해요.” 비장하게 말하는 수민에게 에네르기파를 쏘는 것과 같냐고 묻자 깔깔 웃으며 격하게 긍정했다. “사실 무대에서 저희가 느껴요. ‘옆의 멤버들이 이런 에너지를 갖고 무대를 하는구나, 그러니까 나도 더 힘을 내서 재미있게 해야겠다’ 싶고 그럴 때마다 충전이 돼요.” 아이사는 이를 두고 “합체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저희 모두 열정이 엄청나요. 간절함이 확실히 있거든요. 특히 무대에 있을 때 누구도 대충 하지 않아요. 점점 무대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라는 시은의 말처럼 스테이씨의 무대는 팬들에게도 그들에게도 자부심이다.
스테이씨는 데뷔곡 뮤비 조회 수부터 1,000만 뷰를 달성하고, 미니 1집과 2집 모두 음악 방송 1위를 했으며, 안정적인 초동 판매량을 기록했다. 4세대 아이돌로 빠르게 안착했기에 꽃길부터 걸은 듯 보이지만 이면에 인고의 과거가 없을 리 없다. 아이돌을 꿈꾸던 자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불안하기만 하던 시간이 있다. 팀에서 중심을 잡는 리더 수민이 돌아봤다. “꿈이 너무 간절했어요. 데뷔를 위해 오랜 시간 열심히, 악착같이 했어요. 데뷔하고 나니 우리의 꿈이 더 소중해졌어요. 팬분들이 계시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게다가 다들 욕심이 많아서 본인이 보기에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다시 해내야 하는 성격이에요. 실력에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서 다들 열심히 해요.” 수민과 오랫동안 연습생 생활을 한 시은은 연습의 중심에 수민이 있다고 말했다. “수민이가 주도를 정말 잘해줬어요. ‘이건 연습해야 돼’ ‘연습해야 잘 나와’ 짚어주고, 그렇게 결과물이 더 잘 나오면서 멤버들 모두 연습의 중요성을 더 잘 알게 됐죠. 수민이가 늘 고마워요.”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 분야는 없지만 K-팝 아티스트로부터 무대에 대한 철학을 들을 때면 경이로움이 찾아온다. K-팝이 단시간에 독창적인 장르가 된 데는 여럿이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가장 주효했다. 그럼에도 수민의 태도는 직업윤리를 한참 넘어선 것이었다. “연습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연습생 때는 ‘쉬고 싶다’고도 했는데 어쨌든 엄청 열심히 했죠. 그런데 이제는 연습을 너무 하고 싶어서 쉴 때도 숙소에 있다가 할 거 없으면 그냥 연습실 가서 연습해요. 이제는 직업이자 취미가 된 거 같아요(웃음).” 시은이 공감하며 말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정말 서로의 영향이 되게 컸다고 생각해요. 계속 같이 생활하니 서로 닮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예를 들어 저희끼리 차 타고 가면서 ‘나는 이런 아티스트가 좋아’ ‘나는 이런 사람이 롤모델이야’ 얘기하는 와중에도 목표가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 모두가 ‘실력으로 승부하고, 에너지가 좋고, 솔직함이 중요한 그룹이 되고 싶다’는 공동 목표를 바라보게 됐어요.”
그러므로 스테이씨가 최근 ‘STAYC’s Next Album is…’ 영상에서 라이브에 대해 밝힌 소신이 화제가 된 건 오히려 새삼스럽다. “라이브를 하는 이유가 있나. 가수니까 하는 것”이라고 했던 윤의 발언은 어록처럼 퍼져 나갔는데, 사실 진짜 그렇다. 가수로서 본업에 충실할 뿐이다. 라이브를 위해 절대 하지 않는 것, 꼭 하는 것을 알려달라 청했다. 프로폴리스 스프레이 자주 뿌리기, 커피 절대 마시지 않기, 밥 꼭 챙겨 먹기, 따뜻한 물 챙겨 마시기 같은 노하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세은은 초반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안무를 처음 배울 때가 제일 힘들거든요. 몸에 익숙하지 않으니 호흡이 힘든데, 그때 라이브 연습을 하면 오히려 나중에 춤이 안 힘들어지니까 라이브가 편해져요.” 대화는 다시 연습이라는 본질에 닿았다. 수민은 “연습인 거 같아요, 무조건 연습”이라고 입을 열었다. “목이 좋든 안 좋든 어떤 상황에서도 잘 부를 수 있을 만큼 연습해야 해요. 무대에 올라가서 아무 생각 안 해도 저절로 나올 만큼 준비해야 해요.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연습뿐이에요.”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 얘기한 수민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무리 관리해도 감기에 걸리는 상황도 생겨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발성을 여러 개 만들어놔요. 목이 안 좋을 때는 위로 부른다든지, 코가 막힐 때는 밑에서 부른다든지. 이렇게 여러 발성을 연습해놓으면 곡마다, 상황마다 꺼내 쓸 수 있어서 도움이 굉장히 많이 돼요.” 그러므로 회전문 관람을 부르는 뮤지컬 라이브의 미덕은 스테이씨의 무대에도 적용된다. 라이브를 고집하는 스테이씨의 무대는 매번 공기의 입자까지도 다르니까. 일단 멤버들부터 그 쾌감을 만끽한다. “매번 라이브를 하니까 무대를 모니터링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뭔가 새로운 무대를 보는 느낌이 들거든요”라고 말한 세은은 “초반에 회사에서 목도 생각해야 하니 AR로 하는 횟수를 높이자고 했을 때 모두 했던 말이 ‘라이브를 안 하면 재미가 없는데요’였어요. 저희는 오히려 AR을 전보다 더 안 쓰려고 했거든요. 요즘 무대를 즐기는 게 더 많이 보여요”라고 소신을 더했다. 윤은 함께하는 안도감과 기쁨에 대해 말했다. “인이어로 들어오는 멤버들의 라이브를 들으면서 오는 에너지가 정말 커요. 가끔 누군가 실수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혼자 피식 웃고 끝나면 ‘언니 뭐 실수했죠?’ ‘어, 맞아’ 하기도 하고요. 라이브 끝나고 ‘아, 좀 아쉬웠다. 다음에 더 잘해야지’ 할 때도 있고, ‘와, 오늘 진짜 잘했다. 이대로만 쭉 하면 되겠다’ 할 때도 있는데 그런 감정이 재밌어요. 컴백이 2주 남았는데 사실 완벽하지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든 멤버들이 해내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아요. 흘러가는 대로 연습하고 있어요.” 추구하는 완성도 때문인지 데뷔 2년 차임에도 수록곡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아이사가 강력히 영업하는 곡은 ‘사랑은 원래 이렇게 아픈 건가요’다. “세대 차이 없이 20대부터 50~60대까지 들으실 수 있는 곡이에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생각나더라고요.” 시은의 선택은 ‘COMPLEX’와 ‘SAME SAME’이다. 멜로디부터 스테이씨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스테이씨는 중소 기획사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대표는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로 트와이스, 에이핑크, 청하, 씨스타 등의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블랙아이드필승이다. K-팝의 역사를 만들어온 실력자 블랙아이드필승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기본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그룹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메인 보컬, 메인 댄서, 메인 비주얼이라는 큰 틀을 깨고 싶었고, 무엇보다 보컬 컬러가 특이한 친구들을 찾고 그들의 조화로움에 신경을 썼다”고 말이다. 그리고 전국 팔도를 돌며 아이돌 원석을 찾아다녔다는 일화는 스테이씨의 탄생 설화가 됐다. K-팝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프로듀서와 K-팝을 동경하던 소녀들의 만남. 메이킹 영상에서 언뜻 비치는 블랙아이드필승과 스테이씨의 관계는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다. ‘블아필 딸내미들’ 타이틀처럼 보듬고 응원하긴 하지만, 상하가 아닌 수평적 관계다. 기획자와 퍼포머로서 끊임없이 상의하고 보완하며 궁극의 작업물을 내놓는다.
데뷔 초 소속사 스타일대로 커버한 영상이 화제가 된 적 있는데 K-팝을 듣고 자란 세대만 선보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스테이씨의 우상은 소녀시대, 씨스타, 마마무, 미쓰에이까지 아우른다. 재이가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 들은 걸 그룹 노래는 미스에이 선배님들의 ‘Bad Girl Good Girl’이에요. 어릴 때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컴퓨터로 뮤비를 틀어주셨거든요. 그때부터 그 곡을 계속 따라 부르고 춤도 췄대요.” 윤은 초등학교에서 K-팝만 불렀다며 히히 웃었다. “가족들, 사촌 언니랑 동생도 다 좋아해서 명절에 모이면 다 같이 노래 틀어놓고 춤추는 시간이 되게 많았어요. 또 아빠가 춤을 진짜 잘 추시고 노래도 되게 잘 부르세요. 이정현 선배님의 ‘와’를 차에서 정말 많이 부르셨어요. 엄마는 조용필 선배님의 ‘바운스’(웃음)…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숨 쉬듯 K-팝을 듣고 자란 윤은 K-팝으로 텐션을 올린다고 했다. “다른 무대를 보면 꽂히는 안무가 있잖아요. 생각해뒀다가 멤버들 대기할 때 심심하면 노래를 틀고 춤을 춰요. 그러면서 텐션 올리는 걸 되게 좋아해요(웃음).”
우리는 스테이씨 화보를 기획하며 동화에서 빠져나온 소녀들을 떠올렸다. 아이돌은 우리의 우상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음악과 무대는 우리 삶의 일부이기도 하므로. 걸 그룹은 우리의 판타지를 자극하지만 스테이씨의 음악은 늘 기분 좋은 에너지로 이어진다. 자신만의 장르인 틴 프레시의 주인공으로서 가장 부합하는 면은 솔직함이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거짓이 없고 이런 면이 스테이씨의 색깔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솔직하고 건강한 멤버들이 모이면 일어나는 일에 대한 대답은 “왁자지껄함”이다. 시은은 쿡쿡 웃으며 스테이씨라는 학교를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들이 숙소에서 진짜 뛰어놀거든요. 학교 쉬는 시간에 놀듯 놀아요. 만날 방에 놀러가서 웃고 떠들고 캔디크러쉬 게임 하트 달라고 하고요.” 윤은 긍정하며 진심으로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다고 했다. 워크숍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평소 이들의 관계를 상상하게 한다. “펜션으로 갔는데 라이어 게임 엄청 했고 하루 종일 배드민턴을 쳤어요. 이기고 지는 것 없이 까르륵거리며 진짜 아침부터 해 질 때까지 쳤어요. 다음 날 다리에 알이 뱄다니까요. 그러다가 시은 언니랑 수민 언니는 강가에서 ‘물멍’ 하고.” 재이도 에피소드를 전했다. “펜션에 ‘코노’가 있길래 윤이랑 저랑 3시간 동안 노래만 했어요. 그러다가 멤버 언니들이 왔을 때 전 지쳤는데 윤이는 다시 시작하더라고요. 정말 대단했어요(웃음).” 놀이동산보다는 한옥 마을, 도시보다는 산과 바다가 취향이라는 여섯 멤버가 무대에서 선보이고 싶은 모습만큼은 일치해 보였다. 시은은 멋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일단 자기를 잘 알고, 자신감이 있고, 색깔이 뚜렷한 것. 무대에서 내가 하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완벽히 알고 잘 전달할 때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고 누구나 멋있다고 느끼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요. 설명보다 딱 봤을 때 멋있어야 진짜 멋있는 거예요.”
팬데믹 한복판에 데뷔한 스테이씨는 지난 5월 ‘케이콘 2022 프리미어 인 시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해외 팬들과도 대면하고 있다. 8월에는 ‘케이콘 2022 미국 투어’로 7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해외 공연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어요. 더 다양한 곳에서 많은 팬분을 만나고 싶어요”라고 전한 재이는 시카고 공연에서 한 장면이 떠오른다고 했다. “팝송 ‘Good 4 U’를 커버했는데 직접 관객석에 내려가서 노래를 불렀거든요. 팬분들 얼굴이 너무 잘 보여서 우리가 이렇게까지 많이 사랑받고 있구나 정말 많이 느꼈어요.”
스테이씨의 노래는 ‘It’s Going Down’으로 시작하곤 한다. 나지막한 소녀들의 목소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를 품게 한다. “‘Beautiful Monster’가 그동안 자체 기록 다 깨고 제일 위로 올라가는 거요.” “모두가 저희 타이틀곡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시기를!” 아이사와 세은이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외치듯 말했다. 신이 나서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뮤지션을 만났을 때 이들이 꾸는 꿈을 묻는 것만큼 유쾌한 일도 없다. 웃음보를 터트리며 말하지만 그 안에 단단함이 느껴져 “스테이씨 멤버들은 야망이 큰가” 물었을 때 하나같이 “그런 편인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수민은 “겉으로 엄청 드러내진 않는데, 속엔 가득한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이사는 시상식에서 대상을 꼭 받아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MAMA를 가까운 미래의 목표로 꼽았다. 시은은 본질적인 바람을 내비쳤다. “먼 훗날 각자 고유한 아티스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어떤 무대에서도 진짜 ‘찐’으로 멋있게 놀 수 있는 가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말미, 수민은 기지개를 켜며 스테이씨의 끝을 한정 짓지 않았다. “그냥 진짜, 일단 오래가고 싶어요. 오래간 그 길의 끝이 없었으면 좋겠고요.” 빨간 머리를 흩날리는 윤의 바람은 우주 멀리까지 갔다. “스테이씨로 화성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홀로그램으로 공연하는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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