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코리아’가 선정한 최고의 2023 S/S 패션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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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코리아’가 선정한 최고의 2023 S/S 패션쇼 9

2022-11-20T19:16:33+00:00 2022.10.05|

9월 9일 뉴욕에서 시작해 바로 그저께인 10월 4일 파리에 이르기까지 한 달 정도 진행된 2023 S/S 패션 위크. <보그 코리아>가 코페르니부터 피터 도까지, 가장 인상 깊었던 쇼 9개를 선정했습니다.

1. 코페르니

역사에 남을 퍼포먼스를 선보인 코페르니가 리스트에서 빠져선 안 되겠죠. 1999 S/S 쇼에서 알렉산더 맥퀸이 드레스에 페인트를 분사해 완성한 ‘스프레이 페인트 드레스’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처럼, 코페르니의 슬립 드레스 역시 영원히 회자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1분 만에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화이트 드레스라니! 몇 년 뒤에는 옷이 아니라, 스프레이와 패브리칸 소재를 구매할 수도 있겠죠?

2. 보테가 베네타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의 런웨이 복귀를 알린 보테가 베네타. 데님처럼 보이는 레더 팬츠를 선보이며 화제가 된 디자이너 마티유 블라지가 이번에는 (레더) 데님 팬츠와 12개 프린트를 레이어드해 완성한 플란넬 셔츠를 매치하는 센스를 보였습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테가 베네타 특유의 장인 정신이 담긴 이번 컬렉션은 놈코어의 미래를 제시하는 듯했습니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가에타노 페셰(Gaetano Pesce)가 손수 제작한 형형색색의 의자 400개를 배치한 쇼의 베뉴 역시 인상적이었죠.

3. 발렌시아가

‘더 머드 쇼’라는 타이틀을 현실로 구현한 발렌시아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흙과 물웅덩이로 채워 거대한 동굴을 연상케 한 런웨이를 모델들은 치맛자락과 바지 밑단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걸어야 했습니다. 이런 모델들의 고난과 상관없이 쇼장을 가득 채운 레이브 비트가 심장을 뛰게 했고,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 모터사이클 백을 활용해 만든 마지막 룩은 꾸뛰르적이기까지 했죠. 이번 쇼를 기점으로 컬렉션에 대해 부연 설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뎀나. 그도 그럴 것이 발렌시아가의 2023 S/S 컬렉션은 설명이 필요 없는 ‘강렬함’ 그 자체였습니다.

4. 미우미우

2022년 Y2K와 로우 라이즈만큼 핫한 트렌드가 있을까요? 로우 라이즈 유행을 몰고 온 미우치아 프라다와 미우미우는 이번 컬렉션에서는 심플함과 실용성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어디서나 볼 법한 다른 색깔의 톱 세 장을 레이어드해 완성한 첫 번째 룩은 가장 심플한 것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일론, 가죽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만든 포켓을 여기저기 배치해 패션의 실용적인 측면을 부각한 룩은 또 어떤가요. “나는 럭셔리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허식에 반하는 사람이다”라는 코멘트를 남긴 미우치아는 쇼를 통해 허식에 대한 안티테제를 정립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5. 루이 비통

@louisvuitton

루이 비통의 2023 S/S 컬렉션에서는 모든 것이 과장되어 있었습니다. 지퍼, 리본, 벨트, 프린트뿐 아니라 제스키에르와 아티스트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가 합작해 완성한 세트까지도 말이죠.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세트에서 펼쳐진 이번 컬렉션에서 제스키에르는 과장된 실루엣과 크기를 통해 여성성과 미에 대한 참신한 (그리고 과감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곧 크고 위협적인 것들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견 말이죠.

6. 보터

패션 관련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한다면, 보터가 선보인 ‘콘돔 장갑’을 분명히 본 적 있을 겁니다. 본인들의 디자인을 ‘캐리비안 꾸뛰르’라고 정의하는 디자이너 듀오 루시미 보터(Rushemy Botter)와 리시 헤리브르(Lisi Herrebrugh)는 항상 해양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플라스틱 바다(Plastic Sea)’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번 컬렉션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가방과 신발 등을 얼리고, 폐플라스틱이 불러일으키는 해양오염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모델들이 물을 채운 콘돔을 장갑처럼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이들의 ‘콘돔 장갑’이 SNS에서 이목을 끈 만큼, 두 디자이너의 메시지 역시 널리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 드리스 반 노튼

‘장인’ 드리스 반 노튼이 파리로 돌아왔습니다. 30개월 만에 피지컬 쇼를 선보인 드리스 반 노튼은 2023 S/S 쇼를 통해 거대한 베뉴, 엄청난 크기의 액세서리, 시끄러운 음악 없이도 인상 깊은 쇼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과 함께 패션이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평소 드리스 반 노튼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올 블랙’ 룩, 다양한 컬러의 팔레트를 활용한 룩, 특유의 과감한 프린트가 돋보인 룩은 모두 이번 쇼의 메인 메시지 ‘낙천주의’를 완벽하게 전달했죠. ‘잘 만든 쇼’란 별다른 장치나 퍼포먼스 없이도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오롯이 전달하는 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8. 빅토리아 베컴

파리에서 쇼를 선보이는 것이 ‘꿈만 같다’고 토로한 디자이너의 말처럼 빅토리아 베컴의 2023 S/S 컬렉션은 꿈만 같았습니다. 날렵하게 테일러링한 이브닝 슬립 드레스, 절제된 실루엣의 재킷과 나뉜 층이 돋보인 태슬 장식 백 모두 브랜드 특유의 섬세한 관능미를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쇼가 끝나고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힌 빅토리아 베컴. 그녀가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이나 ‘가수 출신 디자이너’가 아닌 ‘디자이너’ 빅토리아 베컴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습니다.

9. 피터 도

@the.peterdo

피터 도는 이번 뉴욕 패션 위크 기간에 가장 크게 주목받은 디자이너 중 한 명입니다. 특유의 테일러링으로 정평이 난 그가 처음 선보이는 남성복 라인으로 쇼가 열리기 전부터 엄청난 기대감을 모았죠. 물론 쇼는 그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켰고요. 수트 재킷과 팬츠를 변주하고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한 피터 도의 2023 S/S 컬렉션은 모던과 시크 그 자체였습니다. 1990년대 말, 런웨이에 미니멀리즘 열풍을 몰고 온 헬무트 랭처럼 피터 도가 새로운 미니멀리즘의 정의를 내릴 수도 있겠다는 확신을 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