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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물의 길’을 보기 전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

2022.12.14

by 이숙명

    ‘아바타: 물의 길’을 보기 전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

    <아바타: 물의 길>이 한국에서만 개봉 첫 주 예매 인원 67만 명을 돌파했다. 시사 직후 미국영화연구소(AFI), 전미비평가위원회(NBR), 뉴욕필름비평가온라인어워즈(NYFCO) 선정 올해 TOP 10 영화에 포함됐고,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건 제임스 카메론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그가 영화 팬들에게 가져온 새로운 선물 상자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조 단위 베팅, 실패해선 안 되는 프로젝트 

    <아바타: 물의 길>(이하 <물의 길>)의 정확한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제작 초기 추정치가 2억5,000만 달러였으나 개봉이 지연되면서 비용이 치솟아 3억5,000만 달러에 육박하게 되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바타> 속편은 <반지의 제왕> 3부작처럼 2, 3편 제작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그 때문에 3억5,000만 달러가 온전히 <물의 길> 제작비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 수치는 영화의 규모를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3억5,000만 달러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역대 제작비(추정치) 순위 4위에 해당한다. 1위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2011), 2위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3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이다. 

    한화로 조 단위 수익을 바라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특히 역대 최고 흥행작의 속편을 만들면서 수천억원을 쓰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다. <아바타> 1편(2009) 제작비는 2억3,700만 달러로 추정되는데, 세계 수익은 10배가 넘는 29억2,290만 달러에 달했다. 이 영화가 이룩한 기술 혁신에 비하면 겸손한 비용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려는 있었다. 그 사이 극장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아바타> 속편 제작 결정은 2009년 12월 발표되었다. 폭스는 속편을 2015년에 개봉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2013년에야 작가 팀이 꾸려졌고, 2~5편까지 대본을 모두 완성하는 데 4년이 걸렸다. 제임스 카메론은 2편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3부작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계속 성공을 거둔다면 7~8부작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 경우 자신은 3부작으로 연출에서 손을 떼고 후계자를 찾을 예정이다. 일단 이번에는 2, 3편을 동시에 촬영했다. 그 바람에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2019년 제작사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계약을 재정리할 필요도 있었고, 제임스 카메론의 완벽주의와 통제광 기질이 곳곳에서 병목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제임스 카메론은 <물의 길> 가상 카메라 워크의 70%를 직접 촬영했다. 나머지 30%는 시각 효과 감독 리처드 베인햄의 몫이었다. 이번에 70대의 나이로 청소년을 연기한 시고니 위버가 “<에이리언 2>(1986, 제임스 카메론 감독) 때에 비하면 여유롭고 따뜻해졌다”고 하는데도 이 정도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물의 길>은 2015년부터 매년 연말 개봉이 예정됐다가 취소되기를 반복했다. 급기야 개봉 준비를 마치고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 결과 1편에서 속편까지 13년이라는 큰 시차가 생겼다. 

    그 사이 영화 소비 행태는 완전히 달라졌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중화했고, 스튜디오들은 극장의 부활을 자신하지 못했다. 중국이 극장을 봉쇄한 것도 블록버스터 수익에 큰 타격이 될 터였다. 로이터는 <물의 길> 개봉을 앞두고 ‘<아바타> 속편이 영화 시장의 변화에 직면하다’라는 기사를 냈다. 기사는 “우리가 혜성 충돌 후 마지막 공룡이 되어 죽는 걸까요?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라는 관계자의 말을 실었다. 

    다른 의문도 있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할리우드 리포터> 인터뷰에서 속편을 계획할 때 사람들이 “그 영화 주인공 이름을 누가 기억하죠?”라 물었다고 한다. 과연 시리즈로서 매력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디즈니 경영진이 ‘<아바타>를 사기 위해 폭스를 샀다’고 할 정도로 이 시리즈에 매료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난 13년 사이 <아바타>와 같은 수준의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 영화가 또 있었는지 떠올리면 답이 나온다. <아바타>는 3D 영화를 유행시켰지만 그 인기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마블 시리즈는 박스오피스를 제패했지만 매너리즘에 빠졌다. 관객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체할 수 없는 또 한 번의 압도적 체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몰입을 제임스 카메론에게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시장도 개방되었고, <아바타>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젊은 관객들이 원작 재개봉에 보인 열광도 고무적이다. 

    블록버스터가 영화의 전부는 아니지만 거대 자본과 기술력으로만 구현할 수 있는 세계가 분명 존재한다. 그 세계를 향한 영화인들의 모험이 계속되려면 <물의 길>이 다시 한번 길을 터주어야 할 것이다. 올 초 제임스 카메론은 <GQ>와의 인터뷰에서 “<물의 길>이 20억 달러를 벌어야 손익 분기점에 도달한다”고 밝혔다. 극장과의 배분을 고려하면 제작비, 마케팅비 등으로 총 10억 달러 가까이 소요된다는 소리다. 게다가 흥행 수익 20억 달러를 넘은 영화는 역대 네 편뿐이다. 그럼에도 이 목표가 미친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건 그 네 편 중 두 편이 제임스 카메론 자신의 영화기 때문이다. 1위 <아바타>와 3위 <타이타닉>(1997)이 그것이고, 다른 두 편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2위)과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4위)다. 

    제임스 카메론의 혁신, 이번에는 수중 촬영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영화 기술 발전을 주도한 테크니션일 뿐 아니라 열성적인 심해 탐험가다. 그는 2012년 직접 설계에 참여한 잠수정을 타고 단독으로 마리아나해구에서 수심 10,908미터까지 잠수했다. 단독 잠수로는 당시 최고 기록이었다. 2019년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가 20미터 더 깊이 잠수했다고 전해졌지만, 카메론은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지점에서 둘 다 바닥에 닿았는데 깊이가 다를 수 있냐는 것이다. <파퓰러 사이언스>는 지각변동이나 측정법 차이 때문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쨌든 카메론이 지구에서 가장 깊은 지점에 도달한 극소수 인류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카메론은 마리아나해구 탐험에 사용한 1,000만 달러짜리 잠수정을 해양 연구 단체에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심취한 두 세계, 즉 영화와 해양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핵잠수함을 배경으로 한 <심연>(1990)은 역대 최고 언더워터 어드벤처물로 평가받는다. <심연>의 수중 장면은 버려진 원자력발전소의 미완성 원자로에 물을 채우고 촬영했다. 물은 부피 2,600만 리터, 깊이 12미터에 달했다. 물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촬영진에게 잠수병을 유발하고 배우 에드 해리스를 익사 위험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심해라고 하기에는 지상의 빛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 촬영진은 거대한 방수포와 수십억 개의 검정 플라스틱 구슬로 빛을 차단했다. 그것이 어려울 때는 야간 촬영을 감행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직접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카메라를 잡았다. 이 작품은 1990년 오스카 시각 효과상을 받았다. 

    제임스 카메론은 해양 다큐멘터리도 꾸준히 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침몰한 독일 전함에 관한 다큐멘터리 <비스마르크호의 비밀>(2002), <타이타닉>의 다큐 버전인 <심해의 영혼들>(2003), 나사 과학자들과 함께 중앙 해령을 3D로 담아낸 <에이리언 오브 더 딥>(2005), 마리아나해구 탐사를 기록한 <딥씨 챌린지>(2017) 등이다. 

    해저 동굴 조난 상황을 그린 어드벤처 영화 <생텀>(2011)은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이때도 제임스 카메론은 좁은 해저 동굴 지형에 맞게 수중 촬영 장비를 직접 개조했다. 한마디로 수중 촬영 기술에 관해 제임스 카메론만큼 오래 고민하고 첨단을 섭렵한 감독이 없다. 그가 아니면 누가 <물의 길> 같은 영화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바타> 속편에는 매회 새로운 종족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번에 숲에서 도망친 주인공들은 해양 종족에게 도움을 구한다. 당연히 수중 촬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위해 새롭고 값비싼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대거 동원되었다. 배우들의 연기를 모션 캡처(제임스 카메론 팀은 ‘모션 캡처’ 대신 ‘퍼포먼스 캡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모션 캡처보다 많은 정보값을 캡처한다는 의미다) 하고, 이를 템플릿에 입력하면 애니메이션 레이어와 알고리듬이 적용되어 CG 캐릭터로 즉각 변환되어 보이는 시스템은 <아바타>에서도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더 정교해졌다. 이번에는 모션 캡처를 수중에서 해야 했기에 배우들의 역할도 중요했다. 조류에 따른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건 스턴트로 해결할 수 있다 해도 표정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배우들이 직접 연기를 해야 한다. 배우들은 2개월 동안 프리 다이빙 훈련을 받았다. 특히 케이트 윈슬렛은 수중 신 대부분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그 전까지 배우의 잠수 연기 기록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의 톰 크루즈가 갖고 있었다. 그는 6분 동안 호흡 없이 연기했다. 이번 영화에서 윈슬렛은 7분 15초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의 평균 기록은 1~2분이다. 촬영 팀은 수중과 수면에서 동시에 모션 캡처를 할 수 있는 기술도 고안해냈다. 

    3D 촬영 기술에도 진화가 있었다. 제임스 카메론은 카메라 본체와 이미지 센서를 분리할 수 있는 영화 카메라를 만들어달라고 소니 측에 제안했다. 그렇게 개발된 ‘베니스’라는 이름의 장비는 센서와 카메라를 케이블로 연결해 5.5미터까지 분리할 수 있다. 그 덕에 온보드 카메라의 무게가 획기적으로 줄었고, 여러 대의 하이엔드 카메라를 결합해 3D 촬영을 하기도 쉬워졌다. 제임스 카메론은 베니스를 테스트했을 때 “처음으로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며 화질에도 극찬을 보냈다. <물의 길>은 베니스를 사용한 첫 장편영화다. 

    중요한 건 스토리 

    온 세상이 <아바타>의 기술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제임스 카메론은 “중요한 건 스토리야”라는 명언을 남겼다. 호화로운 볼거리에 비해 이야기는 빈약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아바타>에는 여전히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힘 있는 줄거리, 그리고 대사(“I See You”)가 있었다. 환경, 장애, 문명의 충돌, 인류애 등에 관한 건전한 메시지도 담겼다. 제임스 카메론 개인의 철학이 반영된 메시지다. 그 메시지들은 <물의 길>로 이어진다. 

    <물의 길>은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가 나비족의 몸으로 가족을 꾸려 10년 이상 목가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시점에 전개된다. 그 사이 지구는 인간이 살 수 없는 별이 되었다. 이에 지구인들은 판도라를 침략해 식민지로 삼으려 한다. 난민이 된 설리 가족은 해양 부족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들은 ‘피난처를 찾는 난민은 반드시 안전한 항구를 허가받아야 한다’는 나비족의 전통을 따른다. 기후변화, 제국주의, 난민 문제, 연대와 포용이라는 주제가 전면에 등장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실제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신형 전기차보다 소형 중고차가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2013년형 기아 리오를 몰 정도다. <아바타>가 성공하자 폭스는 즉각 속편 제작에 착수하고 싶었지만 카메론은 해양 탐사와 환경 운동에 정신이 쏠려 있었다. 폭스는 원주민 권리 및 환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아바타 재단’과 공동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미끼로 그를 설득했다. 카메론은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10년 넘게 채식을 하고, 유기농 채소 농장을 운영하고, 콩 단백질 식품 회사를 차리고, 비건 홍보 다큐멘터리 <게임 체인저>(넷플릭스)를 제작하고, 촬영장 케이터링을 채식으로 준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로 설교를 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기후변화를) 완전히 부정하다가 운명적인 수용 단계로 건너뛰었다. 중간 단계가 없었다. 영화 제작자의 역할은 그것을 더 우울하고 절망적으로 만드는 대신 건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의 길>은 무엇보다 가족 이야기다.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사이에는 낳은 아이와 입양한 아이가 있다. 지구로 돌아갈 길이 없어진 인간 난민도 받아들여 유사 가족으로 지낸다. 생물학적, 사회적 정체성이 각기 다른 이 아이들의 성장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린다. 영화는 나아가 가족의 개념을 부족 단위로도 확장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캐릭터에 고루 애정을 쏟다 보니 영화가 길어졌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3시간 12분이다. <토털 필름>과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이렇게 설명했다. “감정적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새 영화에서는 캐릭터, 이야기, 관계가 더 강조된다. 1편에서는 이번만큼 관계와 감정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았다. 이번 영화는 다뤄야 할 캐릭터가 더 많기 때문에 분량도 길어졌다.” 그는 “1편이 러브 스토리였다면 2편은 가족 이야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는 지양했다. “사람들은 ‘맙소사, 디즈니 가족 이야기? 딱 우리가 원하는 거네’라고 한다. 이건 그런 종류의 가족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소프라노스>와 같은 방식을 취하는 가족 이야기다.”

    제임스 카메론의 베팅은 이번에도 성공할까? 판돈이 너무 큰 건 아닐까? 글쎄, 적어도 그 화제에 동참하려면 극장에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모한 도전은 아닌 듯하다. 

    이숙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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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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