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뉴요커를 사로잡은 ‘르버덴’의 K-창립자들

2023.05.12

by 박세미

    뉴요커를 사로잡은 ‘르버덴’의 K-창립자들

    수많은 브랜드가 떠오르고 저무는 뉴욕. 팬데믹이 한창이던 때 이곳에 르버덴이 등장했을 땐 그저 ‘또 하나의 브랜드’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르버덴은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에 선명하게 스며들었죠. 그리고 사용자의 시간과 경험이 누적될수록 르버덴의 정체성은 더 고유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오마주로 탄생한 르버덴의 첫 번째 컬렉션, 뱀부 포레스트 컬렉션
    ‘르버덴’ 창립자, 소영 조와 헬렌 리

    ‘르버덴은 어떤 브랜드인가?’ 그 대답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르버덴은 그저 피부만 가꾸는 뷰티 브랜드가 아니니까요. 르버덴은 궁극적으론 세계의 이국적인 원료와 향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순환을 이어주는 ‘뷰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추구합니다. 이 브랜드의 수장은 뉴욕 웰니스 라이프의 중심에 있는 한국계 미국인, 헬렌 리와 소영 조입니다. 패션 머천다이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각각 커리어를 다진 이들이기에 르버덴의 입체적인 세계관은 뉴욕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르버덴은 이제 뉴욕을 넘어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확고한 미감과 풍부한 제품의 본질, 환경에 대한 존중까지! 마치 시와 미술, 음악, 영화를 황금 비율로 조율한 듯 꽉 찬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르버덴의 창립자, 헬렌 리와 소영 조와의 대화를 공유합니다.

    패션 머천다이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인데, 이러한 배경이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 어떻게 투영되었나요?
    소영 조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했을 때도 저는 단지 공간을 마감하는 것 이상을 생각했어요. 공간과 어울리는 소품으로 장식하고, 그에 걸맞은 향기와 음악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인테리어의 완성이라 믿었죠. 우리는 르버덴이 단순히 뷰티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향기, 심미적인 패키지, 거기에 어울리는 뮤직 플레이리스트까지, 오감이 담긴 모든 부분에 우리의 백그라운드가 녹아 있죠.

    뉴욕에는 굉장히 다양한 브랜드가 있는데, 어떠한 결핍이 두 사람을 르버덴이라는 브랜드의 론칭으로 이끌었나요?
    헬렌 리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것, 정말 쓰고 싶은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않을지라도 우리가 선호하는 프린트, 패키지, 내추럴한 커브 디자인, 텍스처, 매니시한 스모키 향기, 음악, 메디테이션 요가 등 여행과 탐험을 좋아하는 우리의 취향을 모두 불어넣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모든 것이 응집된 것이 르버덴입니다.

    몸과 마음의 연결을 강조하는데, 르버덴이 사용자의 웰빙 라이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거라 믿나요?
    헬린 리 불안과 우울, 공황장애 등 정신 건강과의 투쟁을 벌였던 팬데믹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당시 마음과 몸을 치유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찾던 중 세계 곳곳에서 100년 이상 전해 내려오는 치유법을 발견했죠. 여행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지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회복되는 걸 느꼈고, 결국 우리도 정신 건강뿐 아니라 웰빙에 도움을 주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르버덴은 자연의 에너지로 몸과 마음을 연결해 진정한 웰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 관문이 되고자 합니다.

    한국의 죽염 장인에게서 공수받은 죽염 원료
    죽염을 원료로 한 르버덴의 배스 솔트 ‘Bath Soak’

    죽염을 사용한 게 인상적입니다. 한국의 문화를 반영한 건가요?
    소영 조 어릴 때 한국에서 자랐어요. 감기에 걸리면 죽염으로 가글을 했고, 이를 닦기도 했으며, 요리에도 사용하는 걸 익숙하게 봐왔죠. 그런데 뉴요커들도 죽염의 문화와 전통에 감탄하더군요. 인삼이나 홍삼은 아무리 건강한 재료라 하더라도 냄새나 맛이 강해서 어필하기 쉽지 않지만 죽염은 천연 상태 그대로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죠. 히말라얀 솔트처럼 뱀부 솔트를 세계화하는 데 르버덴이 앞장서고 싶어요.

    세계 곳곳의 원료와 생산 장인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영 조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첫 번째 컬렉션에서 단번에 죽염을 떠올렸지만, 한국에서 죽염을 만드는 회사들은 대부분 영세하거나 체계적이지 않았죠. 어렵사리 강원도 영월 산골짜기까지 찾아가서 죽염 장인인 스님을 만나게 됐고, 가까스로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죽염은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 일정이나 단가를 맞추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론칭을 앞두고 있는 두 번째 컬렉션은 아프리카에서 쓰는 원료를 테마로 합니다. 이번에는 나미비아 사막의 부족을 매우 어렵게 만났습니다. 그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유니크한 문화를 소개하는 일은 정말 설레지만, 과정은 사실상 첩첩산중이죠.

    코리앤더(고수) 씨앗을 주고, 그것을 심어 공병을 화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더군요. 코리앤더는 르버덴의 노트로도 등장하는데, 왜 고수인가요?
    헬린 리
    개인적으로 고수를 사랑합니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고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실란트로(코리앤더의 잎과 줄기)는 식용으로도, 향기 원료로도 훌륭합니다. 실란트로를 요리에 자주 사용하는데, 어느 날 캔들 공병에 코리앤더를 키우기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다음 컬렉션에 영감을 주는 다른 식물이 있다면 그 씨앗을 패키지에 포함할 생각이에요.

    조향사 크리스토프 로다미엘의 시그니처 향을 그대로 담은 비누 바

    세계적 조향사 크리스토프 로다미엘과의 첫 만남, 협업 과정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영 조 조향은 가장 신나는 작업이었습니다. 뉴욕의 회사와도 조향 샘플링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정말 어렵게 프랑스 조향사 크리스토프 로다미엘을 만나게 되었죠. 그는 예술가예요. 원료를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 섬세한 후각, 까다로운 작업 방식 등 그 예술의 여정에 동참한 것 자체가 행운이었습니다. 그와의 만남부터 협업, 친구로서의 인연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언젠가 꼭 제품에 적용해보고 싶은, 당신이 매료된 또 다른 미지의 원료가 있다면?
    소영 조 이집트의 윌로 바크라는 나무껍질입니다. 이집트에서는 3,500년 이상 아스피린처럼 사용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알러지를 진정시키는 데도 탁월한 효능이 있고요. 뷰티와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신비한 원료인 데다 이집트라는 나라가 주는 이국적인 에너지가 좋아서 언젠가 꼭 적용해보고 싶어요. 이집트 생산자를 만나서 원활한 원료 수급이 이루어져야겠지만요.(웃음)

    르버덴은 환경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다하고 있나요?
    헬렌 리 기본적으로 플라스틱-프리 패키지를 지향합니다. 재생 종이와 소이 잉크, 생분해되는 행잉 로프 등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책임의 일환이죠. 또 나무에 환경의 미래가 있다고 믿습니다. 글로벌 환경 자선단체인 원 트리 플랜티드(One Tree Planted)와 함께 쇼퍼 백을 만들었고, 쇼퍼 백 1개당 1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죠. 또 산불 예방을 위해 캘리포니아주와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의 산불 예방 단체와도 힘을 모을 예정입니다.

    르버덴의 쇼퍼 백
    뱀부 포레스트 센티드 캔들

    르버덴의 원픽은 무엇인가요? 브랜드의 정수를 경험하기에 좋은 추천 아이템이 있다면요.
    헬렌 리 센티드 캔들! 마스터 퍼퓨머 크리스토프 로다미엘이 만든 향기가 정말 매력적이죠. 지속 가능한 원료인 코코넛 오일과 살구씨 오일 왁스를 원료로, 태웠을 때 공해가 생기지 않고 병 안에 잔여물이 남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캔들에 불을 붙이고 르버덴의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튼 채, 목욕이나 명상을 더하면 에너지 넘치는 모닝 리추얼로 딱이에요!

    향후 브랜드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단기적, 장기적 목표가 있다면요.
    소영 조 & 헬렌 리 단기적으로는 올해 새로운 컬렉션을 론칭하고 미국 시장에서 더 폭넓은 영향력을 선보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뷰티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죠. 장기적으로는 패션과 건강, 아트, 인테리어, 웰니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운동과 명상, 건강에 관련된 웰니스 센터나 리트릿 호텔을 만드는 것이 큰 포부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브랜드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이미지
      르버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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