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인, 눈썹, 입술, 주근깨… 반영구 화장에 ‘반’하다.

압구정역 4번 출구, 후미진 골목 어귀의 미용 문신 전문 숍. 입술 색 정돈, 드라마틱하게 꼬리를 뺀 완벽한 아이라인, 색소 침착 커버, 다양한 모양의 눈썹 문신 등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시술을 원하는 단골로 북적인다. 젠더리스 트렌드를 반영해 남성의 눈썹도 페미닌한 스타일부터 약간의 남성미를 가미한 모양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색소를 사용해 입술, 눈썹, 주근깨를 강조하는 것뿐 아니라 아이라인과 흉터 커버도 넓은 의미의 ‘미용 문신’에 해당한다.

바야흐로 2003년, 나는 처음으로 미용 문신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미용 문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문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반대다. 나 역시 매일 아침 메이크업에 시간을 투자하긴 귀찮지만 한껏 공들인 것 같은 결과를 원했다. 미용 문신 동지인 절친 대부분은 메이크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거의 하지 않는 부류로 아침에 일어나서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너무 맨얼굴로 나가기 민망해서 아이라인 문신을 결심한 케이스도 있다. 시술 후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는 것도 매력적이다. 그리하여 엄마 손에 이끌려 도착한 도곡동의 한 오피스텔.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출을 위해 눈꼬리는 빼지 말자”는 협의를 거친 후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내 두 눈엔 검은 두 줄이 자리했다. 당시 반영구 화장 기술은 몸에 하는 문신 기술과 비슷했다. 할머니들의 가느다란 남색 눈썹 문신과 오버 립으로 그린 입술 문신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20년이 지난 지금, 미용 문신 업계는 그때와 차원이 다르게 변했다. 잉크 회사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맞추기 위해 각양각색의 잉크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미용 문신 기술과 도구의 발전으로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해졌다.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나노 브로우’는 아주 미세하고 정교하게 눈썹을 한 올 한 올 그리는 기법으로 미용 문신의 발전을 잘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 요즘도 평소 화장을 잘 하지 않는 사람들이 미용 문신을 찾는다. 뷰티 루틴을 간소화해 최대한 화장을 덜 하려고 받는 것이다. 하지만 미용 문신을 뷰티 루틴을 간소화하는 방법 정도로 알고 있다면 큰일이다. 그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물질을 몸에 주입하는 다른 시술과 마찬가지로 미용 문신은 색소가 들어가는 시술이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요.” 취재를 위해 만난 피부과 의사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또 미용 문신에는 흉터와 감염의 위험도 따른다며 미용 문신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문신이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으면 피부과 전문의에게 문신 제거 레이저 시술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1년 약간의 빛바램 외엔 아이라인에 대한 어떤 불만도 없던 내게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면서 ‘노 메이크업’ 바람이 불고, 민낯과 대조되는 또렷한 두 눈이 나조차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라인 문신 제거를 위해 전문가를 수소문했고, 3차로 이어지는 험난한 여정 끝에 태초의 눈매를 되찾았다.

미용 문신과 일반 문신의 차이라면 몸에 하는 문신의 경우 농도가 짙은 색으로 한 번에 선을 표현해낸다. 다시 말해 몸에 하는 문신은 단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면 미용 문신은 여러 번 선을 그어 완성하는 소묘와 다름없다. 원래 내 얼굴처럼 자연스러운 ‘노 메이크업 메이크업’ 유행이 이어지면서 대부분 미용 문신을 원하는 사람들은 은은하게 자연스러운 문신을 원한다. 원하는 농도를 위해서는 색소를 아주 얇게, 표피에 주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중적으로 아이라인과 눈썹 문신이 가장 인기지만, 뉴욕에서는 주근깨와 입술 문신의 수요도 높아지는 추세다.

미용 문신 전문가들도 입술 문신만큼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일단 원하는 입술 모양을 완벽하게 구현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입술 문신의 경우 가장자리부터 사라지기 때문에 입술이 실제보다 작아 보일 수 있다. 또 입술이 피부색과 아주 비슷한 경우 문신이 사라지면 입술과 피부의 경계가 미미해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입술 문신을 원하는 이들은 눈썹 문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메이크업이 그저 귀찮은 경우가 많다. 립 제품을 바르지 않아도 생기 있는 입술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주근깨 문신의 주 고객은 거의 20대다. SNS 필터의 인기가 높아지고, 특히 주근깨 필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근깨 문신을 문의하는 사람도 조금씩 늘고 있다.

시술 후 회복이 제일 빠른 건 역시 아이라인 문신이다. 검은색 색소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 진했다가 점점 옅어지는 ‘앵그리 버드’ 시점을 견뎌야 한다. 입술은 약 3~7일, 눈썹은 약 10일, 주근깨는 회복까지 1~2주 정도 소요된다. 시술 후 관리법에 대해서는 미용 문신 업계에 두 부류가 존재한다. 시술 부위를 씻거나 뭔가를 바르지 않고 그대로 두는 걸 선호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무향 로션을 권하는 이들도 있다. 경험자로서 권하는 것은 전자 쪽이다. 시술 후 세수할 때 해당 부위에 물이 닿지 않도록 피하는 것이 핵심인데, 문신 자체가 피부 표면에 시술하는 거라 물로 씻으면서 생기는 마찰 때문에 딱지가 떨어져 색소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술 부위의 자외선 노출은 금물. 여름이 미용 문신 시술의 비수기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휴가를 앞두고 보톡스나 필러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미용 문신 시술 사이 최소 4주의 간격을 고려하자. 보톡스, MTS 시술, 화학적 필링 등 어떤 시술이든 온전한 회복을 위해 이 정도 기간을 두는 게 정설이다.

대부분의 미용 문신에 ‘반영구’란 수식어가 붙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진지한 고민 없이 시술대에 오르곤 한다(나조차 그랬다). 경험자로서 말하건대, 색이 다소 옅어질 뿐 증발하진 않는다. 포털 검색창에 ‘아이라인 제거’를 검색하면 후일담이 쏟아진다. ‘비포’ 사진의 아이라인 두께와 모양은 가지각색이지만 안타깝게도 제거 이후 청순해진 ‘애프터’만 못하다. 미용 문신 업계의 미래가 낙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미용 문신 업계에 대한 규제는 턱없이 부족한데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늘면서 서툰 시술이 많아지고 레이저 문신 제거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반면 업계에 상당한 진전도 보인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문신 수요가 급증해 창의적, 기술적으로 성장할 여지가 무궁무진한 분야임은 분명하다. 선택은 자유지만 충동은 금물이다. 낮에는 아주 자연스럽다가 밤이 되면 스모키 아이와 레드 립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 미용 문신으로는 결단코 이 두 가지 느낌을 한 번에 낼 수 없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