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주얼리로 시간 여행을 한다면

2023.07.28

by 손기호

    주얼리로 시간 여행을 한다면

    에게해에서 우리가 꿈꾸는 시간 여행.

    루이 비통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딥 타임’의 대미를 장식하는 플라워 테마의 목걸이. LV 모노그램에서 디자인을 따온 라즈베리 컬러의 루비와 핑크 사파이어, 다이아몬드가 레이어를 이루어 꽃 형상을 표현한다.

    다이아몬드가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데는 10억 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붉은색의 영롱한 루비는 2000만 년, 초록빛의 에메랄드는 10만여 년이 걸리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행성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보석에 담겨 있다. 루이 비통의 주얼리 & 워치 아트 디렉터 프란체스카 암피시트로프(Francesca Amfitheatrof)는 바로 이런 상상을 뛰어넘는 시간의 여정에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 위한 장소는 인류 문명의 역사가 살아 있는 곳, 그리스였다. 에게해의 푸른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곳에서 암피시트로프는 새로운 컬렉션 ‘딥 타임(Deep Time)’을 소개했다.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야심은 ‘딥 타임’ 컬렉션의 각 테마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용암에서 형성되었거나, 각 대륙을 표현하거나, 관념적인 상징일 수도 있죠.” 컬렉션 공개 전날 디너 파티에서 옐로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오팔로 장식한 컬러풀한 목걸이를 찬 그녀가 이번 컬렉션에 대한 힌트를 선보였다.

    그 첫 번째 테마는 ‘지올로지(Geology)’, 즉 지질학적 변화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구의 시작을 알린 초대륙 곤드와나(Gondwana)’와 화산과 파도, 지진 등의 거대한 이미지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보석으로 표현되었다. 대륙이 움직이는 형태를 표현한 다이아몬드와 화이트 골드의 기하학적 패턴이 루이 비통 주얼리 아틀리에의 섬세한 기술을 자랑한다면, 파도가 덮쳐오는 형태를 완성한 ‘웨이브’ 목걸이 끝에 달린 스리랑카에서 온 40.80캐럿의 로열 블루 사파이어는 존재만으로 압도하는 보석을 구한 하우스의 끈기를 보여주는 듯했다.

    “컬렉션을 준비하는 데만 2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디너 파티에서 옆자리에 앉은 루이 비통 파리 본사의 하이 주얼리 담당 직원은 이번 컬렉션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거대한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녹여내는 건 루이 비통이 지닌 주얼리에 대한 야심을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기존 주얼리 하우스에 비해 더 도전적이고 과감한 아이디어는 어쩌면 지금 비통 주얼리에 좋은 무기가 되어줄 법하다. 핑크빛 투르말린으로 화산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건 용기와 대담함이 없다면 그 누구라도 어려운 일.

    지각판의 파열과 태양의 에너지를 받은 바다의 움직임을 따라 이어진 생명의 탄생은 컬렉션의 두 번째 테마 ‘라이프(Life)’를 알린다. 그 시작은 의외로 순백의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다. 특히 세포가 자라며 증식하는 모습에서 착안한 이미지는 의외로 미래적 이미지를 완성한다. 그다음은 우리가 아는 생명의 순서다. 화석을 알리는 ‘포실(Fossils)’부터 식물이 피어나는 ‘플랜트(Plants)’, 가장 먼저 지구 위를 지배한 새를 상징하는 ‘플라이트(Flight)’,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뼈(Bones)’와 ‘씨앗(Seeds)’까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건 주얼리 디자이너에게 익숙한 일이다. 우리 주위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운 꽃과 동물은 종종 보석의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반면 루이 비통의 ‘딥 타임’ 컬렉션은 좀 더 자연의 이미지를 원초적으로 형상화한다. 모잠비크산 다이아몬드를 새의 깃털처럼 표현한 ‘플라이트’, 탐스럽게 익은 열매에서 방금 떨어진 씨앗을 닮은 ‘시드’ 디자인이 바로 그것. 하지만 그 방법이 고전적이지는 않다. 특히 ‘포실’의 현대적 조형미는 인상적이었다. 옐로 골드를 레이스처럼 표현하고 화석의 뼈가 이어진 형태대로 표현한 디자인은 기술력과 상상력을 뽐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곳곳에 하우스의 상징인 V 장식을 빼놓는 것은 재치에 가까웠다. 마지막으로 LV 모노그램을 닮은 ‘플라워’ 테마의 등장은 그래서 자연스러웠다.

    ‘딥 타임’ 컬렉션의 첫 번째 챕터를 완성한 95점의 유려한 디자인과 마주한 뒤 발견한 건 루이 비통의 원석 컬렉션이었다. 어느 곳보다 희귀하고 아름다운 원석을 구하는 데 거침이 없는 하우스는 미리 자신들의 재산을 선보이면서 그들의 야심을 다시 한번 선포하고 있었다. 사실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희귀 원석의 가격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훌륭한 투자인 셈이다. 물론 오묘한 빛을 발하는 그레이 다이아몬드와 입이 절로 벌어지는 크기의 사파이어 등은 언제라도 고객을 위해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컬렉션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일어났다. 그리스의 안무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Dimitris Papaioannou)는 기원전 2세기에 지어진 ‘오데온’ 극장에서 얼굴을 조명으로 가린 남자 무용수와 ‘딥 타임’ 컬렉션을 착용한 여성 모델들의 기묘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고대의 기운이 서린 암흑 속에서 모델들은 주얼리를 등불로 삼듯이 거닐었다. 드라마틱한 음악은 주얼리에 담긴 서사에 무게를 더했다.

    “루이 비통은 여전히 모험 정신을 잃지 않고 특별하고도 놀라운 곳을 누비고 있습니다.” 맨 앞줄에서 공연에 매혹된 듯한 표정을 짓던 암피시트로프가 말했다. “이번 컬렉션은 우리를 과거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리 떨어진 시간과 장소로 데려다줄 것입니다.” 거대한 주제 속에 길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은 건 그녀의 담대함이었다. “하지만 수억 년에 걸쳐 탄생한 보석은 우리를 지구의 태초, 세상의 역사, 신비로운 지질학적 유산의 한가운데 자리하게 할 겁니다.” 옐로 사파이어와 화이트 골드, 아쿠아마린과 투르말린, 만다린 가닛과 블러드 루비. 마법의 언어와 같은 보석을 바라보면 정말 그 놀라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듯하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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