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편안하고 아늑하게! 크리에이터 치치의 베를린 아파트먼트 #마이월드

2024.04.29

by 소지현

    편안하고 아늑하게! 크리에이터 치치의 베를린 아파트먼트 #마이월드

    역사와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베를린의 오래된 아파트먼트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크리에이터 치치(Cici). 클래식한 매력을 지닌 빈티지 가구부터 스칸디나비아의 미학을 품은 오브제까지 아우르는 단단한 취향을 바탕으로 완성한 그의 안식처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감각 좋은 이들이 <보그>에 보내온 랜선 집들이 #마이월드, 그 여섯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MYSELF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디지털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치치(@lockecici)입니다. 또 아마추어 사진작가이자 사랑하는 반려견 로크(Locke)의 동반자, 그리고 열정적인 인테리어 애호가라고 저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어요. 저는 루이스 폴센의 판텔라 램프를 통해 홈 인테리어 세계에 입문했는데요. 그 전까진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은 룸 디자인, DIY 프로젝트, 사진 촬영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방을 꾸미면서 세월의 흔적이 깃든 오래된 가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서 기쁨을 느꼈죠. 그 때문에 창의성을 자유롭고 무한하게 발현하고, DIY 아이디어를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저희 집을 정말 사랑해요. 각 공간을 가꾸고, 이를 사진으로 포착할 수 있는 순간이 마법 같아서 무척 즐거워요.

    인테리어에 대한 열정과 함께 저의 반려견 로크도 제 인생을 이루는 아주 소중한 존재입니다. 함께 야외 활동과 여행, 스포츠를 즐기고 때때론 탐험을 떠나기도 하죠. 빈티지 마켓이나 가구점에서 새로운 보물을 발견하는 것도 좋아해요. 가끔 로크가 인테리어에 센스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제가 결정을 앞두고 고민할 때 선택에 도움을 주기도 하죠.

    MY HOME 독일의 주거용 빌딩은 오래된 옛날 건물인 알트바우(Altbau)와 철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현대식 건물인 노이바우(Neubau)로 크게 구분할 수 있어요. 저희 집은 베를린 중심부에 자리한 ‘베를리너 알트바우(Berliner Altbau)’ 스타일의 아파트먼트입니다. 3.4m에 달하는 높은 층고 덕분에 햇살이 찬란하게 들어와 채광이 아주 훌륭하고, 안뜰에 둘러싸인 구조라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죠. 나무 바닥과 오래된 벽돌에선 근사하면서도 내추럴한 멋을 느낄 수 있어요. 또 벽은 스타코(Stacco, 14세기 이탈리아에서 개발한 석고를 주재료로 하는 미장 재료)로 마감해 클래식한 분위기도 묻어납니다.

    베를린의 오래된 건물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 동시대의 목격자가 된 듯한 마음가짐으로 오래된 벽 뒤에 어떤 추억이 깃들어 있을지, 또 어떤 가족들이 이곳에서 살았을지, 친구 혹은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해보곤 합니다.

    이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온 유산과 현재 내가 지닌 것들을 조화롭게 통합하고 제 취향인 클래식 디자인과 스칸디나비아의 미학을 결합해 집을 완성했습니다. 이를 전형적인 클래식 베를린 아파트먼트에 반영하며 저만의 캐릭터를 구축했어요. 세심하게 선별한 오브제, DIY의 결과물, 싱그럽고 해사한 식물과 꽃을 사용해 공간마다 생기와 컬러를 불어넣는 동시에 아늑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썼죠. 황동 장식의 우드 이중창과 고풍스러운 스타코 벽 역시 집을 매우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이자 제 취향을 표현하는 디테일입니다.

    INSPIRATION 허들을 두지 않고 많은 것에서 영감을 얻고 스펀지처럼 이를 흡수하는 편이에요.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아이디어가 끝이 없을 정도죠. 제가 참고로 하는 영역엔 예술, 자연, 여행 및 제 주변 친구도 포함돼요. 이러한 다양성은 제 창의성을 자극하고 촉진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면 이를 집이라는 공간에 마음껏 표현해보기도 해요.

    집은 가장 편안한 공간이자 우리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환경은 고정된 게 아니라 늘 움직이죠. 그렇기 때문에 오브제나 가구가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머무는 건 불가능해요. 현재에 집중해 새로운 관점으로 디자인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이를 일상에서 편안함을 만끽하게 만드는 요소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FAVORITE PLACE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아름다운 뷰를 감상할 수 있는 거실 큰 창 앞입니다. 로크도 이 장소를 참 좋아해요. 이곳에서 저흰 함께 푸르른 경치를 즐기고 평화와 고요함을 음미합니다. 함께 추억을 쌓고 바람결에 부딪히는 나뭇잎과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요. 이러한 소리들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적인 도시 생활에 순수한 쉼을 선사합니다.

    꽤 널따란 뒷마당엔 다채로운 나무와 식물이 심어져 있어 가끔은 제가 베를린에 거주한다는 사실마저 잊게 만들어주는데요. 이건 제가 이 아파트먼트를 인상적이라 생각하는 포인트 중 하나예요. 특히 오후 햇살이 거실에 드리울 때 나무와 빛이 함께 만드는 그림자가 아름다운 유희를 연출하는데, 이 순간을 참 좋아합니다.

    거실 창 밑에 배치한 카바 홈(Kava Home)의 리토(Litto) 우드 모듈러 선반부터 프랑스 가구 브랜드 리네 로제(Ligne Roset)의 아이보리 컬러 토고 소파, 비트라에서 산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Akari) 램프, 벰즈 디자인(Bemz Design)의 슬립 커버를 씌운 이케아 소파, 무토(Muuto)의 어라운드 테이블(Around Couchtisch) 등으로 원목의 내추럴한 멋과 부드러운 톤의 패브릭, 세심한 컬러 조합이 어우러지도록 꾸며봤어요. 공간에서 평화와 조화가 느껴지도록 말이죠.

    COLORS OF HOME 저희 집 인테리어의 키 컬러 스펙트럼은 우드와 내추럴 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차분하고 단아한 색조를 유지하면서 아늑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완성했죠. 여기에 액세서리, 블랭킷, 침구, 그리고 프레시한 꽃을 활용해 그린, 로즈, 블루같이 생동감이 느껴지는 컬러로 포인트를 줬어요.

    독일 브랜드인 러프 베텐(Ruf Betten)의 침대와 헤이의 라이스 페이퍼(Rice Paper) 램프,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니모 램프 드 마르세유(Nemo Lampe de Marseille)’ 조명, 이케아와 네덜란드 디자인 스튜디오 ‘로우 컬러(Raw Color)’가 협업해 선보인 테삼만스 컬렉션의 램프 등으로 꾸민 침실에서 컬러 에너지를 느낄 수 있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오브제는 티토 아뇰리(Tito Agnoli)가 디자인한 라탄 소재의 이지 체어예요. 이 클래식한 의자가 품고 있는 미학은 간결한 우아함이라고 생각해요. 시대를 초월해서 살아남은 작품으로 어떤 공간에 두든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면모를 아주 좋아합니다. 역사 깊은 빈티지 가구이자 존재 자체로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여실히 깨닫게 해주기 때문에 아끼는 제품이에요.

    MUSIC FOR HOME 저와 로크는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때때로 이 도시가 주는 번잡함에서 훌쩍 벗어나는 걸 좋아해요. 저희 아파트먼트는 도시 중심부에 위치하지만 동시에 고요한 오아시스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오후 햇살이 집을 따뜻하게 어루만질 때, 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향긋한 커피 한 잔, 그리고 피아노 연주와 함께 포근함을 만끽하곤 해요. 많은 작곡가 중 쇼팽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고요.

    또 활기찬 바이브를 느낄 땐 소울과 펑크 음악을 들으며 11m에 달하는 긴 복도를 따라 로크와 함께 춤추곤 해요. 클래식 뮤직과 파워 펑크의 조합은 우릴 때론 차분하게, 때론 무한히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어요.

    Courtesy of Diptyque
    Courtesy of Aesop

    SCENT WITH HOME 언제나 은은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나도록 꽃을 집 안 곳곳에 두곤 해요. 강하거나 특징적인 향보다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향을 좋아합니다. 특히 휴식을 취하거나 요가를 할 땐 딥티크의 베이 캔들이나 이솝의 무라사키와 함께하죠.

    PERFECT DAY AT HOME 완벽한 하루는 갓 내린 커피와 로크와의 산책, 그리고 아침 햇살 아래 즐기는 요가로 시작하고 싶어요. 더욱 완벽한 하루를 위해서는 음악을 빼놓을 수 없겠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고 느긋하게 창의성을 발휘하고 싶을 땐 요리가 정답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식사하고 영화를 한 편 보고 싶어요. 아, 홈메이드 팝콘도 함께해야죠. 이렇게 저녁을 편안히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MEANING OF HOME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는 안식처이자 오아시스! 느긋하고 여유롭게 쉴 수 있고,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 없이 오롯이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죠. 그 자체로 제 삶을 형성하고, 꿈을 추구하는 저만의 무대라고 생각해요. 저를 환영해주는 동시에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제 마음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마이월드는 정성과 애정을 담아 ‘집’이란 공간을 가꾸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이들의 명료하고 오롯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시리즈 칼럼입니다.

    포토
    Cici(Ciydem Buchholz)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