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한 남자’로 돌아온 츠마부키 사토시

2023.08.28

by 김나랑

    ‘한 남자’로 돌아온 츠마부키 사토시

    일본에서 하마구치 류스케와 함께 주목받는 젊은 감독 이시카와 케이. 그가 2020년 <꿀벌과 천둥> 이후 3년 만에 영화 <한 남자>를 선보였다. 이는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사랑하던 남편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안도 사쿠라)와 그 남자의 정체를 찾아가는 변호사 키도(츠마부키 사토시)가 극을 이끈다.

    이 작품은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에 초청됐고,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총 8개 부문을 휩쓸었다. 키도를 연기한 츠마부키 사토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워터보이즈>, <분노>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일본의 청춘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츠마부키 사토시가 한국을 찾았다.

    <한 남자>는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고, 8월 30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당시 눈이 높은 한국 관객에게 영화를 선보이는 자리라 무척 긴장했다. 다행히 큰 박수를 세 차례나 받았다. 폐막작 선정만 해도 영광이었는데 호평을 받으니 이 작품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키도란 인물은 ‘X’로 지칭되는 신원 불명의 남자의 과거를 추적하는 변호사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인생만 살 수 없었던 인물들에 공감해간다. 이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가?

    사람은 여러 얼굴을 가지면서도 그 또한 하나다. 키도는 이를 몸소 체험하는 캐릭터다. 그렇기에 이 캐릭터에 대해 명확히 ‘어떤 사람이다’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상대하는 사람마다 얼굴이 달라지듯이 키도를 좀 더 자유로운 영역에 두고 연기했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앞서 말했듯이 내가 인물을 하나로 정의하지 않으려 했다. 관객에게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변호사 역할은 처음이다.

    맞다. 주변의 변호사를 취재하고 재판도 보러 갔다. 다들 스타일이 달랐다. 어떤 분은 열정적으로 변론했고, 어떤 분은 담담하게 재판을 이끌었다. 한 변호사에게 “변호사도 여러 스타일이 있군요”라고 말했는데 그가 놀라운 답변을 했다. “지금은 츠마부키 사토시 씨를 대할 때 나오는 내 모습이죠. 다른 사람 앞에 서면 또 달라지겠지요.” 그 대화에서 ‘사람을 하나로 단정 지어 생각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다시 한번 깨달으며 키도라는 역할을 기존 생각대로 준비할 수 있었다.

    극 중 키도가 재일 교포 3세라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영화에서도 재일 교포라 차별받는 장면이 있다.

    그 점으로 망설이는 일은 없었다. 내 주변에도 재일 교포 친구와 동료가 많다.

    이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정말 받을 줄 몰라서 기뻤다기보다 놀라웠다. 하지만 역시 상은 받으면 좋더라(웃음). 연기를 사랑해서 해왔지만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님이 감독상을 받을 때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뻤다. 그의 데뷔작부터 지켜봐왔기 때문인 것 같다.

    <워터보이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 청춘스타 츠마부키 사토시를 기억하는 팬이 많다. 그들에게 <한 남자>는 진중한 배우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확신하지만, 그런 면에서 놀라는 팬도 있을 거 같다.

    나도 이제 40대다(웃음).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게 배우에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난 그 시절의 작품을 잘 못 보겠다. 내가 아니라 딴사람 같아서 어색하고, 조금 부끄럽다.

    1998년에 데뷔해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가?

    10대 때부터 ‘어떤 배우로 이름을 남겨야지’ 같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어떤 배역이든 제대로 해내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성 소수자 역할을 하면 정말 성 소수자처럼 보이고, 나쁜 역할을 하면 실제 츠마부키 사토시란 사람이 싫어질 만큼 연기하고 싶다. 나보다는 그 작품의 역할로 기억되고 싶다. 다만 소망이 있다면 일본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배우 하정우와 친해진 걸로 안다. 하정우 배우 말고도 작업하고 싶은 한국 배우는?

    이번에도 하정우 씨와 만날 거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기에 오히려 작품에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로 출연하고 싶다. 또 다른 한국 배우를 말하라면 황정민 배우! 최근 <수리남>을 봤는데 정말 그의 열정이 많이 느껴져서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작품을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좋을 거 같다. 내 안에는 여러 명의 내가 있기 마련이다. 그걸 받아들이면 좀 더 편해진다. 못난 나도 나라고 말이다. 난 이 작품을 하며 이런 생각을 품게 됐고, 일종의 구원을 받았다. 그렇기에 여러분도 이 작품을 통해 좀 더 편해질 수 있을 거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흥행할 당시 한국에 왔었다. 그때 만나는 사람마다 작품을 잘 봤다고 인사해주셔서 기뻤다. 그 후 한일 합작 영화에도 출연해 멋진 추억을 남겼다. 영화가 없는 인생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영화를 사랑한다. 영화에는 국경이 없기에 언젠가는 한국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사진
    Courtesy Photo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