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광대’가 되고픈 MZ세대 개그맨 이은지
개그맨 이은지의 화려한 외출, MZ 파파라치를 끌어모으다.
오늘 파파라치 컨셉으로 킬 힐을 신고 성수동을 누볐군요. 행인에게 먼저 말 걸고 개그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개그맨 이은지의 아티스틱한 면을 발휘하는 작업이라 좋았어요. 요즘 플랫폼이 워낙 많잖아요. 여러 플랫폼에 맞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때론 과감하고 때론 순수해야 보는 이들도 재미있죠.
MZ세대를 대표하는 1990년대생 개그맨이에요. 과거엔 개그맨이 코너 속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지만, 요즘엔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본인의 매력으로 사랑받아요. 그 점에서 이은지라는 인물을 그저 좋아하는 팬도 많아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해요?
내 방식대로 살아왔을 뿐인데 좋아해주니 감사하죠. 저보다 멋진 1990년대생 MZ들이 많아요. N잡러처럼 여러 직업을 갖거나, 미래를 좇기보다 현재에 충실하고, 공동체에 얽매이기보다 나를 아끼는 세대죠. 내게도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발견됐나 봐요. 종종 방송에 나와 “제일 중요한 건 나 자신입니다”라고 말하거든요.
1990년대부터 활동한 개그맨들이 지금도 맹활약하고, 3~4년 전부터 박나래, 장도연, 안영미 등 1980년대생 여자 개그맨이 주목받았어요. 하지만 1990년대생 여자 개그맨은 이은지가 유일해요. 또래들이 ‘드디어 내 친구가 활약하는구나’ 반가워했겠군요.
그러네요. 주변에서 “이제 은지 차례네” 해주실 때 감사하고 기뻐요.
비교가 어렵겠지만 선배 개그맨과 1990년대생 개그맨의 차이는 뭘까요?
뭔가 당돌해요. 개그계에 위계질서가 있다 보니 이전엔 후배가 치고 나가기보다 선배들이 “기다리면 네 차례가 올 거야”라며 격려하시곤 했어요. 이젠 많은 젊은이가 직접 기회를 만들어요. 유튜브로 자기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도 그중 하나죠.
개그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는 확실히 줄었어요.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 자리는 너무 적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코미디빅리그(코빅)> 하나 남았죠. 이전에 인터뷰한 어떤 개그맨은 이런 얘기도 했어요. “설 수 있는 자리도 적어졌고, 시대가 변했음에도 기존 코미디 무대는 제약이 너무 많아서 하고 싶은 바를 펼칠 수 없다. 그래서 유튜브를 한다.”
공개 코미디는 코너당 보통 3분가량이고 300~400명의 관객을 집중시키기 위해 강하게 집약해서 폭발시켜야 해요. 유튜브는 ‘디테일’한 면을 영상에 담아 공감을 사는 콘텐츠가 많아요. 저는 다 매력적이어서 <코빅>과 유튜브 모두 열심히 하고 있죠.
2000년대 밀리오레 댄스 배틀 우승자 ‘길은지’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피식대학의 성공 이유도 ‘하이퍼리얼리즘’ 덕분이죠. 차마 인지하지 못한 섬세한 부분까지 코미디로 구현해 공감과 웃음을 줬어요.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하나요? (이은지는 길은지가 부캐가 아니라 자신의 친척 언니라고 말한다. 둘의 세계관은 철저히 분리돼 있다.)
“맞아, 맞아, 저런 사람 봤어!”란 반응을 들을 때 신나요. 그걸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죠. 주변 언니나 아주머니의 행동을 세심히 관찰하고 기억해요. 어릴 때도 학교 선생님을 잘 따라 했거든요. 흉내 내면 애들이 막 웃었어요.
확실히 개그맨이 관찰력이 좋아요. 아이디어 노트도 있겠죠?
노트는 없고 MZ세대라서 휴대폰이나 맥북에 씁니다. 하하하.
부캐와 자신을 완전히 분리하죠. 세계관을 지키기 위한 고충은 뭔가요?
이전엔 “유행어 하나 해주세요” 하면 바로 보여드렸거든요. 하지만 ‘길은지’는 이은지의 친척 언니라 이은지가 보여드릴 수 없어요. 둘은 한 공간에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화끈하게 보여드릴 수 없어서 아쉬울 뿐이지, 세계관 유지가 힘들진 않아요. 감사하게도 팬들도 이은지와 길은지를 다르게 대해주세요.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른 부캐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죠?
부캐 연기를 할 때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해요. 부캐가 늘면 혼란스러워 어느 정도 조절해야 할 거 같아요.
요즘 왜 부캐에 열광할까요?
정말 왜 그럴까요? 내면의 억눌린 뭔가를 대리 표출하는 모습이 후련한 걸까요? 코로나19로 재밋거리를 찾다 보니 부캐가 뜬 걸까요? 아! 플랫폼의 다양화도 이유일 거예요. 이전이라면 개그맨 이은지는 <코빅>만 했을 텐데 이제는 유튜브, 릴스, 틱톡 등 플랫폼이 많으니까 그에 맞춰 캐릭터를 선보이게 됐죠. 하나의 캐릭터로는 여러 플랫폼을 감당할 수 없잖아요.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리니 보는 분들도 재미있어하고요.
부캐를 하면서 본인도 해소되는 면이 있죠?
그렇죠. 길은지는 말투도 세고 반말도 하거든요. 지나가는 사람에게 “너, 나 모르니?”라고 인사하면 진짜 퀸카가 된 거 같아요. 하하하.
평소에도 밝은 성격이죠. 크게 두 부류의 개그맨이 있어요. 무대와 달리 평소엔 낯을 가리는 사람, 이은지처럼 어디서나 밝은 사람.
사람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활달하죠. 하지만 일정 시간은 혼자 조용히 에너지를 충전해야 해요.
뭘 하며 충전하나요?
산책을 하거나 집에서 접이식 자전거로 사이클을 타면서 땀을 쫙 빼요.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잡생각도 안 나요.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아프고 마음이 가라앉아요. 운동이 바이오리듬을 싱글싱글하게 만들어주죠.
원래 댄스스포츠를 해서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자연스러운가 봐요.
그런 것도 있죠. 많이 움직여야 오늘 하루를 잘 끝낸 거 같아요.
댄스스포츠를 하다 개그맨을 꿈꾼 이유는 뭔가요?
어머니께서 딸을 예체능 쪽으로 키우시려다 댄스스포츠를 만났어요. 어릴 때부터 개그맨이 되고 싶었지만, 자연스레 댄스스포츠를 하고 대입 시험도 무용과와 체육학과로 봤어요. 하지만 개그를 포기하기 힘들어 혼자 코너를 짜서 시험을 봤는데 한 번에 방송연예과에 붙었어요. 그 길로 이 자리까지 왔죠.
역시 개그에 재능이 있었군요.
재능은 모르겠지만 ‘데스티니’ 같아요.
몇 차례 개그 오디션에 낙방하다 2014년 <코빅> 공채에서 ‘썸앤쌈’ 대본을 받아 박나래 역할을 해서 합격했죠. 당시 어떤 개그맨이 되리라 결심했나요?
“오래 걸릴 거야”라고 되뇌었어요. 바로 스타가 되리라 생각하면 실망이 크잖아요. 힘들고 슬퍼지기 싫어서 천천히 가자고 결심했어요.
그 후 8년여 무명 기간이 있었어요. 그런 생각이 도움 되던가요?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을 좋아해요. 재능과 끼가 있더라도 성급히 굴면 반감을 살 수 있죠. 그렇게 느긋이 마음을 먹었기에 8년의 세월이 그리 안 힘들었어요. 사실 언젠가는 잘될 줄 알아서 버텼어요. 당돌하죠? 저 MZ세대예요. 하하하.
언제 인기를 실감해요?
<코빅>에 이번 주부터 방청객이 왔어요. 등장할 때의 호응을 우리끼리 ‘등호’라고 하거든요. 2년 전과 지금 등호 데시벨이 달라졌어요.
공개 코미디의 매력은 뭘까요?
아주 ‘라이브’해요. 무척 긴장되지만 객석에서 빵빵 터질 때 확 흥분되죠. 그래서 많은 선배들이 스케줄이 바빠도 공개 코미디를 놓지 않는 거 같아요. 사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거 하나 남았잖아요. 끝까지 잘해내고 싶어요. 우리가 있어야 다른 프로그램이 생기고 서로 경쟁해야 사람들이 더 봐주죠.
제일 기억에 남는 코너로 ‘자매들’을 꼽았어요.
선배 한 명 없이 동기끼리 했던 코너예요. 너무 잘하고 싶어 서로 싸우고 어리숙하게 끌고 간 코너지만 그렇기에 더 애틋해요. ‘국주의 거짓말’도 기억나요. 그 코너에 저는 30초밖에 안 나오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아이디어를 냈거든요. ‘은지의 거짓말’이 아니어도 괜찮았어요. 누군가는 나의 30초를 보고 웃을 테니까요.
개그맨 박미선을 롤모델로 꼽은 이유는 뭔가요?
굉장히 지혜로우세요.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해요. 저뿐 아니라 후배들이 정말 좋아해요.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최근에 선배에게 어떤 고민 상담을 했나요?
박미선 선배님이 자기 일처럼 들어주셔서 눈물을 흘렸어요. 내용은 전 남친 일이라 비밀입니다. 하하하.
개그맨으로서 해보고 싶은 일이나 프로젝트는 뭐죠?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시트콤을 해보고 싶어요. <똑바로 살아라> <순풍산부인과> <세 친구> <안녕, 프란체스카> <거침없이 하이킥> <프렌즈> <모던 패밀리> <빅뱅 이론> 모두 좋아해요.
그중 탐나는 역할은요?
<빅뱅 이론>의 페니. 할 말 다 하고 화끈하게 살거든요.
개그맨으로서 사명감은 뭔가요?
뭐니 뭐니 해도 제대로 광대가 되어야죠.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숙명처럼 여기며 살게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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