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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연말, 클래식 음악을 삼킨 영화 7

2023.12.02

by 이숙명

    2023 연말, 클래식 음악을 삼킨 영화 7

    음악영화는 대체로 규모가 작지만 꾸준한 수요가 확인된 장르다. 좋은 음악, 그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관객의 이해를 더해주는 서사, 훌륭한 음향이 조화를 이룰 때 느껴지는 강렬한 감동 덕분이다. 일부 음악 장르에서는 공연장의 아쉬운 접근성과 일회성을 영화가 보완해주기도 한다. 10월 개봉한 재즈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가 국내 누적 관객 수 11만 명을 돌파한 사례는 박스오피스 침체기에도 영화 팬들의 변함없는 음악 사랑, 혹은 음악 팬들의 영화 사랑을 증명한다. 관객의 감성이 유독 풍부해지고 화려한 이벤트를 꿈꾸게 되는 연말연시는 음악영화의 성수기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클래식이 많다.

    샤인 리마스터링 4K

    감독 스콧 힉스 | 주연 제프리 러쉬 |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 러닝타임 105분 | 15세 관람가 | 11월 23일 개봉

    클래식 음악영화의 전설 <샤인>(1997)이 리마스터링을 거쳐 재개봉했다. 전국 9개 관에서만 개봉한 만큼 좌석은 연일 매진이다. <샤인>은 호주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헬프갓은 젊은 시절 극악의 난도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훌륭하게 연주해 주목받는다. 하지만 정신분열증이 발병하면서 그의 삶은 점차 쇠락한다. <샤인>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정신병 사이에서 사투를 벌여온 헬프갓의 일생을 드라마틱하게 다룬다. 제프리 러쉬가 수상한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골든글로브 남우 주연상을 포함해 전 세계 영화제 46관왕을 차지한 작품이다. 완벽한 사운드로 이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으니 예매를 서두를 것.

    아메리칸 심포니

    감독 매튜 하이네만 | 주연 존 바티스트, 술라이커 저우아드 | 장르 다큐멘터리 | 러닝타임 100분 | 15세 관람가 | 11월 29일 공개(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는 재즈 아티스트이자 팝 가수, 클래식 뮤지션인 존 바티스트가 교향곡을 창작하는 과정을 담았다. 존 바티스트를 잘 모르는 관객도 재즈 애니메이션 <소울>의 작곡가이자 음악 컨설턴트라면 관심이 갈 터. 그가 클래식 음악계의 흔치 않은 흑인 뮤지션으로서 겪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신념, 철학이 아름다운 연주와 함께 펼쳐진다. 이 작품은 그의 아내이자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의 작가 술라이커 저우아드의 항암 치료 기간에 촬영되었다. 서로에게 영감이 되어주는 이들의 관계, 생과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도 깊은 울림을 준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감독 브래들리 쿠퍼 | 주연 브래들리 쿠퍼, 캐리 멀리건 | 장르 드라마 | 러닝타임 129분 | 15세 관람가 | 12월 6일 공개(넷플릭스)

    지휘자이자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과 그의 아내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 콘 번스타인의 평생에 걸친 인연과 사랑을 그렸다. 연출 데뷔작 <스타 이즈 본>(2018)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브래들리 쿠퍼가 이번에도 감독과 주연을 겸했다. 원래 이 작품을 감독하려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스타 이즈 본> 초기 편집본을 보고 쿠퍼에게 연출을 맡겼다고. <마에스트로 번스타인>도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브래들리 쿠퍼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모습을 연구해 극 중 1976년 런던 필하모닉 연주를 직접 지휘했다. 클래식 음악 팬에게는 올겨울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불멸의 오페라: 보헤미안

    감독 페트르 바츨라프 | 주연 보히테흐 다이크, 바바라 론치 | 장르 드라마 | 러닝타임 141분 | 청소년 관람 불가 | 12월 7일 개봉

    클래식 음악계 전설의 풍운아 요제프 미슬리베체크 일대기다. 미슬리베체크는 18세기 이탈리아 사교계를 사로잡은 스타였으며, 모차르트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영화는 화려한 의상과 무대, 오페라 아리아에 관련된 그의 성공과 파멸을 그렸다.

    크레센도

    감독 헤더 윌크 | 주연 임윤찬 | 장르 다큐멘터리 | 러닝타임 111분 | 전체 관람가 | 12월 20일 개봉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공연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렇다. 임윤찬을 클래식계 슈퍼스타로 떠오르게 한 무대다. <크레센도>는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었는데,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 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에 개봉하는 것은 15분이 추가된 감독판이다. 임윤찬 공연 티케팅에서 좌절을 맛본 팬들에게는 좋은 위로가 될 것이다.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감독 네오 소라 | 주연 류이치 사카모토 | 장르 다큐멘터리 | 러닝타임 103분 | 전체 관람가 | 12월 27일 개봉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연주를 담은 콘서트 필름이다. 그는 긴 투병 생활로 올해 3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동안 라이브 공연을 하지 못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전 세계 팬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로 대표작 20편을 골라 혼신의 연주를 펼친다. 한국에서는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돌비 애트모스로 상영된다.

    라이즈

    감독 세드릭 클라피쉬 | 주연 마리옹 바르보 | 장르 코미디, 드라마 | 러닝타임 | 117분 | 15세 관람가 | 2024년 1월 개봉

    음악보다 춤에 포커스를 두고 발레부터 현대무용까지 여러 댄스 장르를 섭렵하지만 좋은 취향을 지닌 귀 밝은 관객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기에 리스트에 올려둔다. 주인공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촉망받는 발레리나다. 그는 남자 친구의 외도에 충격받아 공연 도중 발목 부상을 입고 발레를 포기할 위기에 처한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파리로 여행을 떠난 그는 여러 예술가를 만나며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2018)의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의상팀, <아네트>(2021)의 시각효과팀이 참여했다. 무용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언어다. 주인공 마리옹 바르보는 실제 파리 오페라 발레단 소속이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황홀하다. 2016년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안무가 호페시 셰히터가 안무 및 작곡을 맡았다. 다프트 펑크의 토마스 방갈테르도 작곡에 참여했다.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 특유의 따뜻한 유머와 삶에 대한 통찰이 담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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