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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성 자기 계발 시대 : 캔디크러쉬에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

2024.01.18

습관성 자기 계발 시대 : 캔디크러쉬에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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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몇 권 썼다. 대개는 에세이다. 에세이를 쓰면 꼭 이런 불평을 듣는다. “책에서 배울 게 하나도 없네.” 일단 죄송합니다, 그런데 섹션을 잘못 찾아오셨어요, 자기 계발서를 사셨어야죠, 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안다. 일상에서도 의미를 길어 올리는 통찰력만 있다면 장르가 무슨 상관이겠나. 아쉽게도 내게 결핍된 그 능력 말이다. 단지 재밌자고 뭔가를 하기에는 독서보다 드라마 시청이나 게임이 효율이 높다. 아직 글이라는 걸 읽는 사람들은 더 실용적인 정보를 원한다. 그래서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항상 자기 계발서가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에세이도 어떻게 살기로 했다는 선언이나 영감이 될 만한 생활 방식을 제시하는 쪽이 성공 확률이 높다. 최근에는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선집이 여러 권 베스트셀러에 들었다. 그는 일찌감치 ‘신경 끄기의 기술’에 통달하고 그걸 시쳇말로 ‘사이다’ 말발로 풀어낸 사람이다. 독서에서마저 효율을 추구하는 이 시대 한국인에게 꼭 맞는 작가다. 게다가 사망한 지 오래되어 저작권도 없다. 출판사로서는 이런 횡재가 없다. 그래서 나도 자기 계발 시대, 효율의 시대, 교훈 결핍의 시대를 맞아 나의 경험에서 교훈을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공유하는 훈련을 시작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캔디크러쉬에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 세태 풍자를 하려는 게 아니다. 정말이지 교훈을 찾으려고 보니 책이 아니어도 세상이 온통 배울 거리였다. 캔디크러쉬로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 여기 그 교훈이 있다.

첫째, 목표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데 한눈팔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다. 게임을 하다 보면 해당 단계의 미션을 파악하기도 전에 손이 절로 나간다. 그러면 안 된다. 초콜릿만 깨면 되는데 젤리를 모조리 깨려고 하면 아까운 기회만 날린다. 공부할 때,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 과제의 포인트가 뭔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야지, 곁가지에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면 안 된다. 손님들이 원하는 건 국밥인데 스테이크 잘 만들어봐야 소용없다. 내일이 시험이면 그 범위만 공부하면 된다. 내 인생에 필요한 친구는 두어 명뿐인데 모든 인간과 잘 지내려고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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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기다릴 때와 터뜨릴 때를 구분하라

스페셜 캔디를 조합해서 큰 폭발을 터뜨릴 기회는 드물게 찾아온다. 어떤 레벨에서는 그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리는 게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가끔은 ‘한 방’을 기다리다가 기왕 만들어둔 스페셜 캔디를 써보지도 못하고 게임이 끝나버린다. 큰 폭발을 위해 상황을 구축하며 기다리느냐, 폭탄은 다 쓰고 죽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은 기회에도 움직이느냐, 이건 판세를 보고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소위 ‘텐배거’에 올인하느냐, 단타를 치느냐는 당신의 성향과 시장 환경을 종합해서 고려할 문제다. 당신은 큰 성공을 위해 장기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는 게 맞는 사람일 수도 있고, 도전할 무언가를 찾지 못한 대신 작은 기회에 충실한 타입일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아무것도 안 하고 우두커니 있기만 안 하면 된다. 그러면 아예 게임이 진행되지 않으니까.

셋째, 원한을 품지 마라

게임 앱을 열 때 당신은 결심할 것이다. 10분만 해야지. 하지만 다짐은 곧 ‘한 판만 더’로 바뀐다. 마지막 한 판은 누군가 당신을 방해하기 전까지 끝없이 갱신된다. 아쉽게 이번 판을 놓쳤지만 조금만 더 어떻게 해보면 내가 원하는 결말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게임이 계속되는 한 당신은 언젠가는 진다. 반드시 그렇다. 이 모든 과정 자체가 게임이 고안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 아까워! 한 번만 더!’ 하다가 일상을 망치고, 뇌를 망치고, 나아가 인생까지 말아먹게 된다. 아예 터무니없이 깨진 판에는 미련이 덜하다. 뭔가 해볼 만해 보이는데 실패하면 더 집착하게 된다. 연인과 이별할 때도 마찬가지다. 인연이 다했는데도 자기 뜻대로 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게 분해서 집착하다가 인생에 망조가 든다. 성에 안 차는 서비스, 가망 없는 꿈, 비즈니스, 시험, 사소한 분쟁 따위를 물고 늘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은 만회하려고 애써봤자 내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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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실패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라

자, 여기 캔디크러쉬에 중독되어 시력과 수면과 시간을 낭비한 작가가 있다.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애초에 내가 작가가 된 것도 뉴욕에서 주택 사기를 당한 뒤 그 경험을 팔아서 돈이라도 벌고 싶어서였다. 운명처럼 사기당한 돈과 인세 액수가 일치했다. 여러분도 모쪼록 실패에 연연하고 집착하는 대신 그것을 영감 삼아 발전해나가기를 바란다.

이런 식이면 ‘고스톱에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이나 ‘신생아에게 배우는 직장 생활 노하우’ 같은 것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것이다. 옳은 말씀이다. 어디서든 배움을 찾는 능력, 굴러다니는 먼지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기술, 그런 것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요구다. 그만큼 우리 내부에서 동기를 찾기가 어려워서 외부의 자극에 기대게 된 시대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한국인이 시험 문제 풀기에 익숙하다 보니 세상 사는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사색보다 학습에 의존하게 된 건 아닐까. 그래서 성인의 독서마저 순수한 유희나 생각의 먹이가 될 자료를 찾기보다 정답으로 직진하는 양상이 펼쳐지는 게 아닐까 우려도 든다. 하지만 불안해 말지어다. 세상은 넓고 교훈은 무궁무진하다. 그렇게나 교훈이 필요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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