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아쿠아 디 파르마의 향기로운 카페

2024.02.08

by 송가혜

    아쿠아 디 파르마의 향기로운 카페

    이탈리아 특유의 활기, 단순한 우아함, 건축적 디자인의 향수병과 장인 정신이 깃든 제조 방식으로 완성된 세련된 향. 1916년, 신선하고 현대적인 이탈리아 신사에게서 영감을 받은 첫 향수 ‘콜로니아’를 시작으로 아쿠아 디 파르마는 100여 년간 브랜드의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전파했다. ‘콜로니아’ 시리즈와 ‘미르토 디 파나레아’ 등의 인기 향수부터 일상에 향긋한 터치를 더하는 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향수 월드의 가파른 상승세와 함께 범람한 수많은 브랜드 가운데서도 고유한 유산은 굳건하다.

    2024년 아쿠아 디 파르마는 카페를 컨셉으로 한 부티크 ‘옐로우 카페’를 서울의 중심부, 잠실 에비뉴엘 지하 1층에 공개했다. 아르데코 양식이 가득한 낭만적인 공간에서는 다양한 향은 물론 깊은 풍미의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까지 맛볼 수 있다. 20년 이상 럭셔리·뷰티 업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새롭게 합류한 CEO 줄리오 베르가마쉬(Giulio Bergamaschi)와 부티크 디자인을 지휘한 프랑스 출신의 저명한 건축가, 도로테 메일리슈종(Dorothée Meilichzon)을 이곳에서 만나 아쿠아 디 파르마의 비전과 공간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Giulio Bergamaschi

    The CEO, Giulio Bergamaschi

    아쿠아 디 파르마라는 유서 깊은 브랜드에 합류하고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럭셔리 업계에 능한 당신이 매료된 이 브랜드만의 강점은?

    전통적인 장인 정신, 현대 예술을 동시에 존중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장인 정신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의 커다란 틀을 구성한다면, 현대 예술은 오늘날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죠.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공명하는 이유는 그 오랜 유산을 새로운 언어로 재해석해 젊은 세대가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티크 테마를 ‘카페’로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브랜드 탄생지인 이탈리아와 한국의 공통점이 무엇일지 고심하다 ‘커피’라는 매개체를 떠올렸습니다. 한국의 소비자는 혁신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며, 일상에서 세련된 경험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죠. 빠른 호흡의 일상에도 자신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짧게나마 누리는 걸 중요시하고요. 획기적이고 다양한 컨셉의 카페가 많아지는 트렌드를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카페라는 공간은 활기 넘치는 우리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고,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컨셉이었습니다. 삶과 일상에 대한 찬미를 우리의 시그니처 색상인 노란빛으로 화사하게 표현했죠.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성장하는 향수 월드에서 여전히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수하죠.

    ‘럭셔리’란 굉장히 오랫동안 존재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인의 기술과 그들의 손길이 닿은 문물, 그것이 탄생하기까지 흐른 시간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그 노하우를 보존하는 데 열정을 쏟죠. 그렇게 만든 제품은 소비자가 알아보기 마련입니다. 그것만은 변치 않을 진리라고 생각해요.

    최근 당신이 체감한 향수 산업의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역사적으로 혁신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지시가 내려오는 ‘톱다운’ 방식이었습니다. 규모가 큰 브랜드일수록 더 그래왔고요. 하지만 젊은 세대가 활발하게 향수를 향유하는 방식은 기존의 혁신 방향을 완전히 뒤바꿨습니다. 그들이 향수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브랜드에선 관심을 기울이며 트렌드의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죠. 개인화된 경험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브랜드에 신선한 영감을 줍니다.

    브랜드의 유산, 끊임없는 협업과 새로운 향을 창조하는 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나요?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오랜 역사와 우리의 신념을 현대 언어로 풀어내는 동시에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브랜드의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오히려 그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향수는?

    한국인은 가볍고 산뜻하게 입을 수 있는 향기를 선호하는 것 같더군요. ‘미르토 디 파나레아’는 여름, 지중해, 꿈같은 여행이 떠오르는 향입니다. 바질과 시트러스, 베르가모트가 조화로운 향은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샘솟는, 휴가와 같은 향기라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향수를 한 가지 꼽아주세요.

    ‘자페라노’와 ‘콜로니아’의 향을 레이어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페라노’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향은 ‘콜로니아’가 더해지는 순간 매력이 배가되죠. 젊은 세대가 우리의 향수를 활용하는 방법을 보고 습득한 노하우예요.

    아쿠아 디 파르마의 다음 스텝은?

    전통적인 유산을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더 강화할 계획입니다. 한층 품위 있고 고상한 경험을 우리의 향과 색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죠. 이 부티크 카페처럼요.

    Dorothée Meilichzon

    The Architect, Dorothée Meilichzon

    아쿠아 디 파르마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었나요?

    CEO인 줄리오가 지난여름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제가 설립한 디자인 에이전시(CHZON)는 호텔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주로 맡고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을 설계하다 보니 ‘카페’라는 테마에 적격일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눴죠.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고, 방문해보고 싶었기에 좋은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지역, 강한 색채의 아르데코 양식은 평소 제 디자인 스타일과도 잘 부합할 거라 확신했고요.

    ‘옐로우 카페’의 관전 포인트를 직접 짚어준다면?

    아주 많지만, 가장 자랑하고 싶은 건 향수병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입구의 장식장입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죠. 아쿠아 디 파르마의 역사, 정체성이 모두 담긴 요소라고 봐요. 개인적으로 이 향수병을 보면서 단순하면서도 구조적인 디자인에 늘 감탄하기도 했고요. 한눈에 봐도 화사한 공간이지만, 곳곳을 들여다보면 독창적이고 생기 가득한 요소가 숨어 있습니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직접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당신의 공간 디자인을 보면 감각적인 색채 조합이 눈에 띕니다.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지 궁금하군요.

    평소 ‘균형’을 가장 염두에 둡니다. ‘옐로우 카페’는 노란색이 키 컬러죠. 브랜드의 대표 색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탈리아의 작열하는 태양, 사람을 즐겁고 환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죠. 따뜻하고 밝은 메인 컬러에 적절히 차가운 색으로 균형을 주고 싶었어요. 카펫, 쿠션 등 곳곳에 파란색과 보라색을 사용해 대비를 줬고, 화이트를 배치해 절제미를 더했죠. 화이트는 아르데코 양식을 표현하는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노란색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전반적으로 다양한 색을 배치한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곡선 디자인을 많이 활용하죠.

    돌이켜보면 제대로 된 직선을 그릴 줄 몰라서 굳어진 시그니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웃음) 파리에 살다 보면 곳곳에 수많은 아르데코 양식을 포착할 수 있어요. 오히려 직선 형태는 많지 않죠. 부드러운 곡선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공간 디자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예요.

    2년 연속 ‘Architectural Digest’의 인테리어 건축가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영광스러운 일이죠. 수백 명의 사람이 모이는 호텔, 대규모 공간을 디자인하는데, 그 결과물이 전문가와 대중에게 인정받았다는 의미니까요.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이 10년 전인데, 최근 다시 주목받으면서 우리 스튜디오의 디자인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계기가 돼 기쁩니다.

    이번 협업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솔직하게 말하지만 놀랍게도 없었습니다. 브랜드를 떠올리자마자 영감이 떠올랐기에 디자인 설계는 빠르게 마무리됐고, 구현한 대로 공간이 탄생한 듯해 만족스러워요. 다만 시공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서울 팀의 작업 속도가 경이로울 만큼 빨랐죠. 애초에 빡빡한 가이드라인이 없었습니다. 브랜드의 키 컬러를 강조해달라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우리에게 일임했죠. ‘한국’ 하면 창의성, 활발하고 과감한 젊은 세대가 떠올라 그런 대담한 요소를 최대한 많이 적용했습니다. 가구, 집기 등 모든 형태에 개성이 녹아 있죠.

    협업을 결정하는 데 당신만의 기준이 있다면?

    요구 사항과 디자인 지침이 지나치게 많으면 협업을 지양하는 편입니다. 우리 인테리어 스튜디오만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첫 번째 기준이니까요. 두 번째는 그 브랜드만의 탄탄한 정체성입니다. 그래야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상하고, 공간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향수를 알려주세요.

    한 가지만 꼽기는 어렵군요. 최근에는 아쿠아 디 파르마 ‘노테 디 콜로니아 5번’의 향과 ‘노빌레’ 시리즈를 선호합니다. 기분과 상황에 따라 영감을 주는 향을 선택하죠.

      사진
      Courtesy of Acqua di Parma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