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미세침 화장품, 고통스러울수록 효과가 좋다?

2024.04.11

by 송가혜

    미세침 화장품, 고통스러울수록 효과가 좋다?

    고통스러울수록 효과를 발휘하는 미세침 화장품. 과연 그 진가는?

    “따끔거리는 만큼 변화를 느낄 거예요.” 자신감 넘치는 슬로건의 주인공은 최근 품귀 현상을 빚으며 ‘떡상’한 ‘리들샷’이라는 화장품이다. 2주 만에 초도 물량 품절, 중고 거래, 다이소 오픈 런까지 그야말로 대란을 일으킨 이 주범은 총 10ml에 단돈 3,000원.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으로 비롯된 현상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깐 달걀처럼 보들보들한 피붓결로 개선해준다는 간증이 블로그와 SNS에 쏟아진다. 오랜만에 입소문 제대로 난 화장품을 만났다는 기분에 호기롭게 다이소를 방문했으나 첫째 시도는 실패. 여러 차례 헛걸음 끝에 결국 외딴 동네에서 ‘리들샷 300’을 드디어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처음 바르자마자 아주 얇은 바늘로 피부 표면을 얕게 두드리듯 저릿한 자극을 일으키는 성분의 정체는 바로 ‘미세침’. 말 그대로 화장품 포뮬러 안에 침과 같은 형상의 물질이 함유된 것이다. 피부과 의사의 전문적인 손길도 아니고, 내 손으로 직접 날카로운 것들을 얼굴에 도포하다니 자칫 상처라도 난다면? 하지만 그것이 이 성분의 주목적이다. 이 미세침의 기원은 해면동물에서 발견한, 이름하여 ‘스피큘(Spicule)’이라는 탄산칼슘과 규산(실리카)으로 구성된 일종의 석회질로 주로 각질 제거제에 활용되어왔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바늘처럼 뾰족한 결정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담수에서 추출되는 침상 형태의 스피큘을 찾아내고, 효소 반응과 원심 분리, 가열 등 정제 과정을 수차례 거쳐 높은 순도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죠.” 화장품 연구원 김해민 소장은 설명한다. 모공의 크기가 약 200μm라면 그보다 14~15배 정도 작은 입자의 성분이 피부 장벽을 물리적으로 뚫고 들어간다. 그다음 단계는 이 스피큘에 유효 성분을 접목하는 것이다. 공정을 통해 병풀 추출물, 펩타이드 등을 결합하고 연결해 ‘시카 리들™’ ‘알텀 펩타이드’ ‘피토실리카’ 등 각 브랜드의 특허 복합체로 탄생한다. 스피큘은 통로를 열고 해당 성분을 진피층까지 깊숙이 전달하는 일종의 ‘운반체’ 역할로 이해하면 쉽다. 그 무엇보다 보호의 역할이 최우선인 우리의 피부 장벽은 흡수보다는 방어의 성격이 강하다. 아무리 고가의, 고기능 화장품이어도 피부에 겉돌면 무용지물. 결국 유효 성분이 얼마나 피부 깊숙이 침투되는지가 곧 그 품질과 효능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기에 그야말로 ‘신박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뷰티 월드에서 처음 등장한 혁신은 아니다. 미세침, 즉 MTS(Microneedle Therapy System) 기술은 스테인리스 롤러 또는 패치 제품으로 그 실체를 알렸다. “서양에서 개발된 MTS 롤러의 경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바늘 두께입니다. 그만큼 피부에 커다란 구멍을 내기에 상대적으로 통증도 심하고 회복 기간도 오래 걸리죠.” 연구원 출신 화장품 브랜딩 & 제조 컨설턴트 김수정 이사는 국내에서 MTS 롤러의 존재감이 미미했던 이유를 해석한다. 이보다 한 단계 고차원의 기술을 탑재한 것이 바로 ‘마이크로니들 패치’. 고분자 유효 성분을 매우 가는 바늘 모양의 고체로 굳혀 붙이는 패치 타입으로 개발했다. 다만 가공 과정에서 고온을 요하다 보니 성분의 한계가 있어 주로 여드름 치료제로 사용돼왔으며 단가가 비싸다는 게 단점이었다. 도구로 피부에 인위적인 상처를 내거나 국소 부위에만 붙일 수 있었지만 이제 간편하게 얼굴 전체에 바르는 스킨케어로 발전한 것이 ‘리들샷’ 같은 화장품의 핵심 원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산뜻한 반투명 제형. ‘리들샷’을 처음 얼굴에 발랐을 땐 견딜 만한 따끔함이라고 여겼는데 몇 초가 지나자 코 주변을 따라 사포로 얕게 밀어낸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화끈거림이 잦아들고 나서 거울을 확인하니 코 밑이 붉어져 한층 못나진 민낯이 보였다. 검증되지 않은 화장품이나 자극적인 성분에 꽤 보수적인 편이기에 ‘괜찮은 건가?’라는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자랐다. 다행히 통증은 일시적이라 붉은 기는 몇 시간 후 가라앉았고 다음 날 세안할 때 피부가 어느 정도 부드러워진 느낌은 받았으나 글쎄, 다음 날에도 사용하고 싶을 만큼 큰 매력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피부가 건조하거나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미세한 상처라도 자가 회복이 쉽지 않죠. 그만큼 처음 발랐을 때 통증과 자극이 큰 것이고요. 또한 성분의 생김새가 날카롭기에 흡수한답시고 지나치게 마사지하며 바르는 것도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첫 경험이 꽤 고통스러웠던 내게 휴먼피부과의원 김수영 원장이 조언했다. 확실히 피부 컨디션이 양호한 상태에서 다시 체험한 ‘리들샷’의 효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2~3일 간격을 두고 사용하니 피부 진정 기능을 지닌 병풀 추출물이 효능을 발휘하는 것인지 붉은 기도 가라앉고 필링 세럼을 바르고 잔 다음 날처럼 피부가 매끈해진 느낌이었다. “운반체 역할을 하는 스피큘은 석회질로 피부에 녹아들지 않고, 표피에 머물러 있다가 피부 턴오버 주기에 따라 각질을 밀어내며 서서히 배출됩니다.” 그 과정에서 피붓결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는 거라고 예젤의원 이상욱 원장이 설명하며 “간혹 피부 온도에 이온화되면서 미네랄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화장품도 있지만 이론적으론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미세침의 함량이 높을수록 좋은 것일까? 피부를 통과하는 유효 성분의 절대적인 양이 늘어난 만큼 원리대로라면 효과는 더 빠르고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 ‘리들샷’ 역시 미세침의 단위 용량에 따라 50, 100, 300, 700으로 세분화된다. 가장 낮은 함량에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본다면 도파민을 좇듯 점차 강도를 높이게 되지만, 그만큼 많은 상처를 내면 자극은 커지는 이치라 사용 주기와 주의 사항을 면밀히 참고하는 것이 필수다.

    신기술을 탑재한 기능성 화장품은 ‘양날의 검’과 같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일본 가네보 화장품에서 아시아 전역에 출시한 미백 화장품이 피부에 백색 반점을 일으켜 전량 회수와 집단소송 사태가 발발한 적 있다. ‘로도데노루’라는 미백 성분이 멜라닌세포와 반응했을 때 독성을 내며 백반증을 유발한 것이다. 눈부시게 진화한 오늘날 뷰티 생태계에선 피부 안전성과 기능을 충분히 검증한 제품을 출시하기에 ‘험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디까지나 유행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신의 피부에 대한 명확한 이해도, 기술에 대한 데이터가 증빙된 상품을 선택하는 꼼꼼함과 과용하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실제로 미세침 화장품 사용 후기 가운데 ‘처음’만큼 큰 효과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피부 역시 자극이 반복되다 보면 적응되기도 하고, 재생 주기에 들어섰을 때는 탈락시킬 각질이 없기에 효력이 미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때는 바로 다음 단계의 고함량으로 넘어가기보단 피부에 휴식을 줘야 하는 타이밍이다.

    눈여겨볼 점은 이렇듯 미세침을 제형에 녹인 앰풀, 세럼은 유독 한국에 분포되어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변화된 성향으로부터 기인한 현상이라 분석한다. “일명 ‘욕 세럼’처럼 과거엔 피부에 통증과 트러블을 유발하는 화장품은 분쟁거리였습니다. 하지만 화장품과 의약품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이제 소비자는 그것이 피부를 치유하는 ‘긍정적인 자극’이라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죠.” 김해민 소장은 말한다. 전 세계에서 화장품 관여도가 높기로 자자한 한국의 소비자는 정보를 거르는 판별 능력이 뛰어나기에 내게 필요한 효능이라면 언제든 도전하는 능동적 태도를 취한다. 보편적인 유통 방식이 변화하며 대체 불가한 가격 경쟁력으로 5,000원 이하의 제품만 취급하는 ‘갓성비’의 천국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등 ‘비싼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젊은 세대 사이에 팽배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브이티코스메틱의 ‘리들샷’은 가장 낮은 함량의, 샘플처럼 적은 용량의 제품을 접근성 높은 다이소에 출시하면서 본품 구매로 유도하는 획기적인 마케팅 사례로 평가된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여러분의 몫. 그 따끔함을 감내할 준비는 됐나? (VK)

      포토그래퍼
      김수진
      모델
      김도현
      헤어
      전수현
      메이크업
      정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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