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최소라, “저는 제 삶을 살고 싶어요”

최소라에겐 목표가 있다.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패션 화보

최소라, “저는 제 삶을 살고 싶어요”

최소라에겐 목표가 있다.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RED HO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Daniel Lee)가 선보이는 두 번째 버버리 컬렉션.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톱 모델 최소라는 실제 런웨이에서 입은 붉은색 의상을 다시 착용한 채 <보그> 카메라 앞에 섰다.

THE ICON 야외 활동에 초점을 맞춘 2024 봄/여름 컬렉션은 하우스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트렌치 코트를 다양하게 재해석한 것이 특징. 허리선을 낮추는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새롭고 우아하게 변모했다.

STRONG WILL 갑옷을 갖춰 입은 기사가 깃발을 든 채 말을 타고 질주하는 모습. <보그>는 다니엘 리가 되살린 버버리의 승마 기사 로고 디자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비대칭 드레스에 경갑 부츠를 매치한 강력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NEW PRINT 기사 로고는 컬렉션 전반에 걸쳐 등장했다. 특히 말 머리 모양의 메탈 클립과 체인 이미지를 활용한 프린트는 트렌치 코트, 드레스, 셔츠, 쇼츠 등 아이템 대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다.

HUG ME 최소라가 품에 안은 두 가지 사이즈의 ‘나이트(Knight)’ 백. 기마상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말 머리를 형상화한 메탈 클립 하드웨어가 핵심이다.

IN THE DARK 그림자에서도 느껴지는 최소라의 에너지.

MOVE! 드레스에 달린 긴 프린지 장식을 아름답게 흩날리는 최소라의 역동적인 움직임.

WOMAN IN BLACK “우리 마음속에는 트렌치 코트를 함부로 다루지 않겠다는 일종의 틀이 있습니다. 이 유산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간직하면서도 개념화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깔끔하고 날렵한 실루엣에 집중했습니다.” 다니엘 리의 날카로운 테일러링을 적용한 검정 트렌치 코트의 우아함.

DARK KNIGHT 가죽 재킷 위로 판금 어깨 보호대를 얹은 최소라. 의상과 액세서리는 버버리(Burberry).

최소라에게 물어볼 질문을 정리하며 친구에게 그녀의 이름을 말하자, 그는 최소라가 얼마나 대단한 모델인지 이야기했다. 그때 우리 머리 위로 ‘세계 모든 쇼를 평정한’이라든가 ‘압도적으로 눈부신 뮤즈’ 혹은 ‘그 자체로 아이콘인 모델’ 같은 문구가 적힌 말풍선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한 시대가 지나도록 그녀가 남긴 패션계 혹은 그 바깥의 수많은 사람에게 즐거운 상상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선명하게 떠올랐다. 누군가는 신화라 말할 것이고, 명백하게 옳지만, 어쩐지 최소라는 옆 테이블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따라’를 마시는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만화 같은 업적은 여전히 맹렬하게 진행 중이다.

“기준을 남에게 맞추지 않고 스스로 높은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소라가 대답했다. 질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작업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라는 것이었고 유사한 질문을 여러 차례 건넸으나 대답은 일관되었다. “누군가를 닮으려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인생은 한 번뿐이고, 모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살잖아요. 저는 제 삶을 살고 싶어요.” 아마도 수없이 받아온 동일한 질문에 대한 그만의 정제된 답변일 것이다.

최소라는 세계 최고 무대에 선 후로 단 한 번도, 단 한 칸도 내려온 적이 없다. 이건 상징적 수사가 아니라 사실이다. 무려 10년 동안. 그래서 물었다. “소라 씨, 소라 씨의 전성기는 언제였죠?”라고. “슬램덩크 강백호가 안 감독님에게 물어보는 톤으로”라는 첨언과 함께. “백호 군. 자네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네.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닐세.” 빛처럼 신이 난 언어로 그녀가 대답했다. 절정의 순간이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다는 믿음으로.

그녀가 최근 다른 사람에게 한 호의의 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고, (나는 저 물음표의 위트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은 행복한 말은 “결혼하고 얼굴 폈다는 말이 달게 들려요”이고, (‘달다’라는 단어가 놓인 위치의 낯섦이 즐겁고), 최근에 한 도전은 “임신 시도”이며, (부디 성공을 기원합니다), 최근에 한 사랑의 표현은 “여보, 나 가임기야”라고 한다. 이 도발적인 위트와 팩트는 그녀를 낯선 세계의 우주적 존재로 만든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질문. 최소라는 직업인으로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게 될까. 전 세계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세계 최고의 모델(최소라는 2017년 세계 여성 모델 랭킹 톱 50에 올랐고, 2019년에는 89개 쇼에 서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쇼에 선 모델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021년부터는 한국인 최초로 ‘인더스트리 아이콘’ 랭킹에도 올라 있다)도 장래 고민은 할 테니까. “무엇을 하고 사는지보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생각하고 싶어요. 일도 마찬가지예요. 은퇴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태도가 방향이 되는 거죠.” 만약 나에게 ‘최소라는 어떻게 아시아인이라는 투명하고 견고한 벽을 부수고 런웨이 바닥을 천둥처럼 찍으며 사람들의 안구 속으로 들어갔을까’라고 물으면 또다시 비슷한 이야기를 건넬 것이다. ‘무엇을 하며’와 ‘무엇을 위해’가 펼치는 장면에 대해. 그저 저것뿐이라고. (VK)

포토그래퍼
박종하
패션 에디터
김다혜
피처 에디터
류가영
이우성(시인)
모델
최소라
헤어
조미연
메이크업
이숙경
세트
이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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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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