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뒤흔들 요염한 미학, 코케트 트렌드
로맨틱, 향수, 순수함, 여운, 부드러움. 우리가 ‘코케트’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코케트 스타일은 2024 S/S 시즌 굵직한 트렌드 중 하나인데요. 고딕적이고 그런지한 스타일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에서는 코케트를 “진심 어린 애정 없이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좀 다른 의미로 풀어볼 겁니다. 그저 ‘요염하고 매혹적인’ 매력에서 끝나지 않아요. 자신을 표현하고 포용하는 여성성을 기념하는 미학 중 하나죠. 코케트 스타일이 트렌드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건 2020년입니다. 실크 소재의 발레 플랫, 리본 장식 등을 장착한 채 우리 앞에 등장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옷장에 이렇게 깊숙이 스며들 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자, 이제 지난 4월 켄달 제너가 선보인 ‘꿈의 드레스’를 살펴봅시다. 깨끗한 화이트 컬러, 자연스럽고 유려한 바이어스 컷, 풍성한 퍼프 소매, 큼직한 리본 장식까지, 코케트 스타일의 이상적인 모습이죠?
코케트 스타일은 지난 몇 년간 핀터레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건 몇 달 전부터입니다. 이제 인스타그램을 조금만 스크롤해도 이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죠. 혹자는 코르셋의 유행이나 지난해 바비코어에서 파생된 핑크 컬러 정도면 충분한 미학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케트 스타일을 대표하는 디테일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할 것 없이 리본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미 리본을 활용한 각종 패션이 하루걸러 업데이트되는 중입니다. 최근 스킴스 캠페인에 출연한 라나 델 레이의 이미지를 보면 코케트 스타일이 이미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걸 알 수 있죠. 이 미학을 위해 반드시 (리본 달린) 새로운 옷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머리핀부터 손톱, 안경과 가방 장식 등 뷰티와 액세서리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거든요.
코케트 스타일이란?
코케트 스타일은 1990년대 도쿄 하라주쿠 지역을 중심으로 퍼진 ‘롤리타 스타일’과는 결이 좀 다릅니다. 공주님처럼 부피감이 풍성한 드레스나 비교적 다크한 컬러감, 만화적일 정도로 두꺼운 주름 장식 등을 필요로 하진 않죠. 오히려 소재나 색상, 셰이프 등 모든 요소가 비교적 가벼운 편입니다. 1996년 영화 <스틸링 뷰티>의 리브 타일러가 대표적인 예죠.
영화에서 그녀는 가볍고, 얇고, 짧은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춥니다. 워크맨 헤드폰을 착용하고,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채 꽃을 따죠. 계산된 몸짓이나 과한 옷차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지닌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죠. 우리는 그런 그녀의 순수함에 매료됩니다. ‘코케트’의 미학도 여기에 더 가깝습니다. 어딘가 들뜨고 경쾌한 기운으로 가득하지만 어떤 부분은 발칙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순수하던 그 시절이 떠오르고요. 한마디로 이 세상 모든 소녀(그리고 소녀인 적이 있는 모든 여성)를 위한 트렌드입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아네트>(2006) 속 커스틴 던스트도 코케트 스타일의 상징적인 캐릭터입니다. 코스튬 디자이너 밀레나 카노네로(Milena Canonero)의 지휘 아래 구축된 그녀의 캐릭터는 달콤한 디저트를 연상케 하는 파스텔 색조와 섬세한 레이스 장식 등으로 무장했죠.
시대가 흐르며 달라지는 해석과 새롭게 추가되는 의미를 마주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코케트 스타일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처럼 성적인 렌즈를 통해 소녀의 순수함을 들여다보는 종류의 것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앞서 언급했듯 소녀에서 여성으로, 사춘기를 거쳐 성장한 어른이 유년 시절 자신을 들뜨게 하던 요소를 다시 떠올리는 노스탤지어에 더 가깝지요.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수줍어서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들을 마음껏 즐길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일 수도 있고요(그 시절에는 리본과 핑크, 레이스를 좋아하는 건 쿨하지 않다는 공공연한 분위기도 있었으니까요).
1990년대 패션과 함께 탄생한 트렌드
틱톡과 핀터레스트에서 코케트 미학을 다룬 모든 콘텐츠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1990년대 슈퍼모델들의 패션이 무드보드에 자주 등장한다는 걸 발견했죠. 에르베 레제(Hervé Léger)의 1996 S/S 컬렉션 속 에바 헤르지고바는 몸에 꼭 맞는 미니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여성의 보디라인을 강조하고 있지만 핑크 컬러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부각했죠.
샤넬 1993 F/W 꾸뛰르 런웨이에 선 클라우디아 쉬퍼는 또 어떻고요. 그녀는 코르셋과 더블 스커트가 특징인 미니 웨딩드레스를 입었습니다. 여기에 긴 오페라 장갑과 모헤어 망토, 스니커즈를 닮은 레이스업 부츠를 곁들여 걸리시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자아냈죠. 발렌티노 1994 S/S 컬렉션은 청순미와 관능미의 만남이었습니다. 헬레나 크리스텐슨은 레이스 장식이 인상적인 마이크로 톱과 하늘거리는 스커트를 입고 런웨이를 가로질렀지요. 코케트 미학의 상징 중 하나인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건 채로요.
끌로에의 1998 S/S 컬렉션과 1999 S/S 컬렉션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지젤 번천, 에스더 캐너더스(Esther Canadas), 케이트 모스가 입은 생생한 컬러의 새틴 스커트·드레스를 보세요! 지젤 번천의 뺨에 칠한 분홍색 블러셔까지, 모든 요소가 지극히 ‘코케트’스럽습니다.
2024 S/S 시즌에 등장한 코케트 스타일
극도로 페미닌한 이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하는 브랜드는 시몬 로샤입니다. 하우스가 주로 활용하는 가벼운 소재, 레이스와 리본 디테일은 유년 시절의 향수를 자극할 때가 많죠. 2024 S/S 시즌에는 각종 비즈 장식으로 세련미를 더했고요.
그 뒤를 잇는 건 샌디 리앙입니다. 풍성한 벌룬 소매, 곳곳에 활용한 깅엄 체크와 핑크 컬러, 진주를 비롯한 꽃, 리본 모티브로 페미닌한 실루엣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클래식하고 고전적인 아이템도 샌디 리앙의 손을 거치면 거뜬히 ‘코케트’스러워집니다. 꽃과 리본이 앙증맞게 자리한 리틀 블랙 드레스가 모든 걸 말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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