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S 뉴욕 패션 위크 DAY 5
2025 S/S 뉴욕 패션 위크 5일 차가 밝았습니다. 쇼 내용을 알고 스케줄을 짠 것처럼 이날은 블랙과 화이트로 점철되었으며, 전복적인 뉘앙스의 쇼도 눈에 띄었죠. 정치적인 여타 쇼와 달리 자신의 이야기로 풍성했던 5일 차 런웨이를 살펴보세요.
마이클 코어스(@michaelkors)
마이클 코어스는 넷플릭스의 <리플리: 더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코어스의 쇼룸 무드 보드에는 <리플리>의 주인공인 딕키와 마지의 사진이 이탈리아 절벽과 바다를 찍은 흑백사진과 함께 붙어 있었습니다. 드라마는 전편이 흑백으로 연출돼 ‘히치콕이 찍은 리플리’라는 평을 받았을 정도로, 명암 대비만으로 극적인 상황을 표현해냅니다. 마이클 코어스는 시리즈의 내용에 영향받았다기보다 영상 속 이탈리아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것 같습니다. ‘소박한 풍요로움’을 담은 룩들이 줄지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수영복 의상, 1950년대 하이 슬릿 스커트, 가죽 바스켓 백, 뜨개로 이루어진 반두까지 도시와 시골, 높은 곳과 낮은 곳이 뒤섞여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루아르(@luar)
컬렉션의 출발점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디자이너의 10대 시절 삶이었습니다. 도미니카 출신인 라울 로페즈(Raul López)가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던 브루클린의 삶을 정리하고 로어 이스트로 오면서 세상과 마주했던 것이 영감이 되어주었죠. 가족 앞에서는 스키니 진을 벗어 던지고 버튼업 셔츠를 입는 반항적인 펑크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쇼에는 극적인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로페즈의 특기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허리를 높이 조이고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을 입힌 마지막 룩은 그런 면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시그니처인 룰로 단추(Rouleau Buttons)를 단 운동복 세트도 그랬고요. 이번 쇼의 제목을 ‘엔 보카 케도(En Boca Quedó)’로 지었는데, 흔히 도미니카에서 이제 떠나겠다는 의미로 대화를 끝낼 때 쓰는 말입니다. 누에고치처럼 얼굴만 쏙 내놓은 모양새가 어린 시절 세상으로부터 상처받고 싶지 않았던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라 풀이해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그저 옷을 보고 즐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쇼를 보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무척 좋았거든요. 이는 프런트 로에 마돈나가 앉아 있었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토템(@toteme)
엘린 클링(Elin Kling)과 칼 린드먼(Karl Lindman)의 뉴욕 첫 쇼입니다. 2014년 브랜드를 창립한 이들은, 조용한 럭셔리의 부상으로 최근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번 주 맨해튼에 두 번째 매장을 엽니다. 그들의 컬러 팔레트는 흑과 백이며, 스웨이드나 코튼 등 소재의 특성을 이용해 채도를 달라 보이게 만드는 매칭을 즐겼습니다. 스타일리스트로 카밀라 니커슨을 영입한 덕에 클링 특유의 절제미가 더욱 돋보이는 룩 연출도 가능해졌죠. 쇼 노트에서 이들은 봄 실루엣을 ‘파시(Pacy,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라 표현하며 바쁘고 활동적인 여성, 뉴요커를 위한 룩임을 명시했습니다. 토템의 모든 옷에서는 여유가 흘러넘쳤지만요. 여유 있는 무드를 표현하고 싶거나, 옷 조합할 새 없이 바쁠 때 힘들이지 않고 기본 이상의 룩을 연출하길 원한다면 사진 속 룩에 주목해보세요.
엘레나 벨레즈(@elenavelez)
현재 패션계는 모든 것을 연약하게 만드는 것에 열광하지만, ‘안티-프레자일 패션’의 선두 주자로서 엘레나 벨레즈는 전혀 다른 노선을 향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보그>에서 해체주의적 실루엣과 정교한 만듦새로 완성한 강인하고 거친 여성성이라 일컬었던 그녀만의 무드는 2025 S/S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다만 내용이 조금 달라졌죠. 컬렉션 제목인 ‘라 퓌셀(La Pucelle, 처녀)’은 혁명 이후 프랑스와 자유의 상징이 된 잔 다르크의 필명에서 따온 것입니다. 엘레나는 마리안, 레이디 컬럼비다, 자유의 여신상 등을 찾아보며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을 생각했지만, 그보다 그 소녀들이 치어리더나 미스 아메리카 같은 미인 대회의 여왕이 될 수 있다는 현대적 해석과 통합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습니다. 쇼 노트에는 ‘맨 가슴에 전투의 상처를 입은 발키리가 다양한 현대적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적혀 있었죠. 이번 쇼를 두고 장단점이 분명해 보였다는 평이 있었지만, 버건디 코르셋, 튤에 코튼 기둥을 삽입한 (코르셋처럼 보이는) 엠파이어 라인 드레스에 드로스트링을 넣어 허벅지를 드러낸 룩은 그녀 자신이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이상적인 여성에 대해 “자신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를 활용하고 활성화해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덕분에 그녀가, 그녀의 이야기가, 이 쇼가 더 잘 이해됩니다.
#2025 S/S NEW YORK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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