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S 런던 패션 위크 DAY 4
유독 짧게 느껴졌던 2025 S/S 런던 패션 위크의 대미는 버버리가 장식했습니다. 뉴욕이 대선을 통한 희망을 이야기했다면, 런던은 새로운 날을 위해서는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죠. 지금 희망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변화가 필요한 시기임을 인정한 자세였습니다. 그들이 말한 ‘변화’란 무엇인지 스크롤을 내려 확인해보세요.
버버리(@burberry)
다니엘 리는 버버리를 바로잡기 위해 방향 전환이 필요함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듯합니다. 조슈아 슐먼(Joshua Schulman)을 CEO로 영입한 것도 그에게 영향을 주었겠죠? 그는 오리 모자, 뜨거운 물병 등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벗어나 실용성에 중점을 둔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하우스의 원형인 트렌치 코트의 스톰 플랩(Storm Flap), 견장, 나폴레옹 칼라와 벨트, 오픈 백 드레스, 깃털 칼라 재킷 등을 다양한 의상에 지능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카멜, 레드, 블랙 버버리 체크는 내장 벨트의 디테일로 일관되게 사용되었으며, 크롭트 더플백에도 등장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체크가 적용된 룩은 버버리의 정통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읽혔고요. “버버리에는 런웨이를 꾸미는 데 분명한 의식이 있습니다. 꿈처럼 느껴지길 바라지만, 누군가는 그곳에 가고 싶은 현실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다니엘 리의 바람처럼, 입고 싶은 룩이 있나요?
파올로 카자나(@paolocarzana)
파올로 카자나는 집 뒷마당에서 가장 작은 저예산 핸드메이드 컬렉션을 개최했습니다. 70명의 게스트가 그의 부모님이 8월에 새로 만든 뒤뜰 벤치에 모여들었죠. 자신과 남자 친구의 침실을 준비실로 바꾸고, 집주인에게 괜찮은지 확인하고, 이웃에게 창문 조명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헤어와 메이크업 팀은 동네 펍으로 초대했죠. 이 모든 것이 잘난 척하거나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옷을 만들고 창조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연기와 거울, 쇼를 완전히 걷어내고 자신만의 기적을 만들고 싶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해가 질 무렵, 식물로 염색한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뒷문을 열고 천천히 걸어 나왔습니다.
첫 번째로 셔츠와 회색 바지, 중세풍 드레이프 모자를 쓴 청년이 정원 계단을 내려와 연못 앞에 무릎을 꿇고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르시스였을까요? 그는 오히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옥을 반영합니다. 인간성, 허영심, 자신의 외모에 신경 쓰고 주변 세상에 신경 쓰지 않는 낡고 오래된 정서로 완전히 이동한 것입니다”라며 “거울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되 우리 자신의 기여에 대해 솔직해져야 하고, 거기서부터 우리는 앞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죠. 자신을 바라보자고요. 일단 지금은 맨발에 넝마를 입고 있군요.
마르케스 알메이다(@marques_almeida)
마르케스 알메이다가 팬데믹 이후 첫 런던 쇼를 선보였습니다. 르네상스 양식의 셰이프와 바로크 양식의 꽃무늬 브로케이드를 새롭게 해석한 룩이었죠. 코번트 가든 중심부에 위치한 세인트 폴 교회를 더블 재킷, 하이넥 러플 셔츠, 17세기 밀크메이드 드레스, 앤티크풍 원단으로 가득 채웠죠. 데님, 보이프렌드 진, 캐주얼 재킷 등 시그니처 스타일은 그대로였지만, 자신들의 이름을 알렸던 찢어지고 닳은 가장자리나 늘어진 실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팬데믹 때 포르투갈로 이동한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국립 미술관을 구경했고, 17세기 네덜란드 초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색이 도는 진줏빛 브로케이드를 활용하고, 꽃무늬 태피스트리와 레이스, 역삼각형의 몸통과 무심한 소매가 벨트 재킷과 조화를 이룹니다. 또한 데님 예술가들은 바로크 스타일의 백합 패턴을 엠보싱으로 만들어 룩에 붙였고, 레이저로 스캔한 과거의 레이스 조각을 워시트 스카이 블루 색조로 염색하는 등 새로운 기법을 고안했습니다. 마르케스 알메이다가 클럽에서 입을 수 있는 옷에서 결혼식 예복이나 디너 파티 룩으로 변화했지만, 성숙하고 세련미 넘치는 룩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옷의 변화는 부모가 된 디자이너들의 개인적인 변화로도 읽힙니다.
#2025 S/S LONDON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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