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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자유롭고 나답게, 김고은과 샤넬

2025.07.05

한없이 자유롭고 나답게, 김고은과 샤넬

코코 샤넬의 꿈은 예쁜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디자이너이기 전에 사상가이자 사회운동가였죠. 샤넬은 여성에게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옷을 만들었습니다. 우아하면서도 몸을 구속하지 않는 리틀 블랙 드레스, 최초의 ‘여성용 수트’ 역시 그런 열망에서 탄생했죠. 그녀는 모든 여성이 옷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길 원했고, 모두가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죠.

김고은은 코코 샤넬이 정의했던 ‘현대적 여성상’에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2015년 <보그>는 데뷔 4년 차인 김고은과 인터뷰 중 그녀가 열정적으로 연기를 대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명료했죠. “좋아하니까 열심히 할 수 있다.” 데뷔 이래 누구보다 자유로운 태도로, 두려움 없이 좋아하는 일을 좇아온 김고은다운 답변이었습니다.

화보 '김고은과 트위드 드 샤넬의 공통점' 중에서. 사진 김희준
화보 '김고은과 트위드 드 샤넬의 공통점' 중에서. 사진 김희준

데뷔작 <은교> 때부터 남달랐습니다.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박해일과 함께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도 모자라, 신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연기력으로 단숨에 주목받았죠. 이후로도 그녀는 고착화되는 걸 거부했습니다. 영화 <차이나타운>에서는 대부업 종사자, <협녀, 칼의 기억>에서는 복수의 칼을 가는 검객, 그리고 지난해 <파묘>에서는 무당으로 분하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끊임없이 넓혀왔죠. 2015년 김고은은 <보그>와 배역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저 더 도전해보고, 더 실험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코코 샤넬은 “가장 용감한 행동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 김고은을 봤다면, 코코 샤넬은 뭐라고 했을까요?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그녀가 김고은의 용기를 칭찬했을 거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샤넬이 김고은의 가치를 처음 알아본 것은 2014년이었습니다. 코코 샤넬을 추억하는 전시 <장소의 정신(The Sense of Places)> 오프닝 행사에 김고은을 초청한 것이 그 시작이었죠. 이후 2018년에 열린 샤넬 크루즈 컬렉션과 이듬해 열린 꾸뛰르 컬렉션에 함께한 뒤, 2019년 앰배서더로 선임했습니다. 샤넬과 김고은이 6년 동안 관계를 이어오는 것은 단지 그녀가 견지하는 삶의 태도가 샤넬의 철학과 맞닿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김고은은 샤넬의 다면적인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하는 앰배서더이기도 하죠. 김고은은 때로는 캐주얼하게, 때로는 보이시하게 샤넬을 연출합니다. 풀 룩을 입을 때는 샤넬 특유의 우아하고 페미닌한 분위기를 살려내고요.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그녀의 스타일링은 ‘누구나 샤넬을 입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Courtesy of Chanel
Courtesy of Chanel

김고은이 일상적인 룩에 샤넬을 섞는 방법부터 알아볼까요? 먼저 반항의 상징과도 같은 청바지를 활용한 스타일링입니다. 지난 6월 교토에서 열린 ‘리치 포 더 스타(Reach for the Stars)’ 행사 참석차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김고은은 심플한 화이트 셔츠에 샤넬 백과 청바지를 매치했습니다. 보이시한 헤어스타일과 어울리는 느낌의 시계(김고은이 2년 전 캠페인을 촬영했던 샤넬 J12 워치입니다)를 착용한 센스도 눈에 띄었죠. 지난해 12월 공방 컬렉션에 참석하기 위해 항저우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도 청바지 차림이었습니다. 타 브랜드의 카펜터 팬츠와 항공 재킷을 연상케 하는 샤넬 아우터에 밀리터리풍 백을 조합했죠.

@ggonekim
Chanel 2025 Resort

김고은은 런웨이 룩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변주하는 데 능합니다. 지난 4월 샤넬은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을 재단장해 ‘더 헤리티지’라는 이름의 부티크를 오픈했는데요. 매장을 방문한 김고은은 샤넬 2025 리조트 컬렉션에 등장한 후디드 트위드 재킷의 짝으로 청바지를 선택했습니다. 샤넬이 제시한 답을 곧이곧대로 따르기보다 평소 자신이 선호하는 무드를 반영하며 브랜드의 세계를 확장했죠.

@ggonekim

김고은은 칸에서 럭셔리 아이템과 비교적 저렴한 아이템을 조합하는 ‘하이 앤 로우’의 정석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샤넬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트위드 재킷에 앙증맞은 프린트가 더해진 링거 티셔츠를 매치했죠. 김고은은 다른 가격대의 아이템을 섞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믹스 매치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듯합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답게, 샤넬을 입는 색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Courtesy of Chanel
Chanel 2025 Pre-Fall

물론 브랜드가 주관하는 이벤트에 참석할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샤넬입니다. 최근 교토 행사부터 살펴볼까요? 캐주얼하던 공항 룩과는 달리 시크한 검정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격식 있는 자리인 만큼 하이 주얼리를 착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샤넬이라는 우주에는 옷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듯했습니다.

항저우 공방 컬렉션에서 포착한 김고은.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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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프리즈 위크 기념 파티에 참석한 김고은. Courtesy of Chanel
2024년 타이베이 주얼리 행사장에서 고급스러운 올 블랙 룩을 선보인 김고은. Courtesy of Chanel

김고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올 블랙 룩을 선보인 적 있습니다. 2023년 프리즈 위크를 기념해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파티에는 페미닌한 니트와 가죽 스커트를 매치한 채 모습을 드러냈죠. 이듬해 타이베이에서 열린 주얼리 행사장에는 시크한 올 블랙 룩의 정석을 보여주었고요.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을 때는 시폰 케이프를 활용한 룩을, 2025 공방 컬렉션에서는 올 화이트 룩을 착용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블랙, 화이트, 실버, 골드만으로 ‘가장 클래식한 브랜드’로 손꼽히는 샤넬의 우아한 매력을 100% 끌어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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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블랙과 화이트를 꼭 어른스럽게 입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2023년 7월, 한여름에 열린 ‘트위드 드 샤넬’ 행사 당시 김고은의 룩만 봐도 알 수 있죠. 화이트 컬러를 활용했지만,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레이스 드레스를 선택한 덕분에 보헤미안풍의 자유분방한 룩이 완성됐죠. 코코 샤넬은 “아름다움이란, 당신이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할 때부터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샤넬을 입을 때는 어떤 공식도 따를 필요가 없죠.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나’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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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극과 극을 오가는 배역을 맡으며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답게, 컬러풀한 룩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사이키델릭한 패턴이 가미된 러플 드레스, 핑크빛 점프수트를 착용하며 ‘샤넬=클래식’이라는 틀을 깼죠.

10년 전 <보그> 인터뷰에서 “스스로에 대해 제약을 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그대로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실력을 갈고닦은 김고은은 2016년 첫 드라마에 도전합니다.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웹툰 원작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었죠. 김고은의 캐스팅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음 작품인 <도깨비>에 캐스팅될 때도 논란 아닌 논란이 있었고요. 하지만 김고은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랑하는 일을 좇고,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죠. 결과로 증명했고요!

샤넬을 입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취향에 맞게 샤넬을 재해석하는 것은 물론, ‘풀 룩’을 입을 때도 한 가지 스타일에 국한하지 않죠. 브랜드의 정체성을 존중하되, 그것을 조금씩 변주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김고은과 샤넬의 세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팽창하고 있습니다.

포토
김희준, Courtesy of Chanel, Instagram,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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