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영감을 디자인하는 3인과의 만남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공개 현장에서 디자이너 주역들을 만났다. 잠깐의 인터뷰에도 그들은 영감을 전해주었다.
천사의 깃털을 입은 코쿤, 에스투디오 캄파나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루이 비통 전시에서 움베르토 캄파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이 아직도 선연하다. 그는 혼자였고, 어딘가 깊은 슬픔에 잠긴 듯 보였다. 40여 년간 캄파나 형제로 함께 작업해온 동생 페르난도를 떠나보낸 지 불과 몇 달 되지 않은 때였다. 인터뷰 도중 그는 동생에 대한 기억을 더듬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고, 그 순간 함께 나눈 조용한 슬픔 역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올해, 다시 만난 그는 놀라울 만큼 생기 넘치고 건강해 보였다. 군더더기 없이 단단한 몸, 짧게 정돈한 버즈 커트, 무엇보다 얼굴에 어린 활력이 인상적이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자연스럽게 “정말 좋아 보이는군요”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아마 지금 내 영혼이 아주 좋은 곳에 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일흔세 살이라는 게 믿어지나요?”
그의 곁에는 코쿤 다이크로익(Cocoon Dichroic)이 다채로운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예술가 제랄딘 곤잘레스(Géraldine Gonzalez)와 협업해 완성한 코쿤의 새로운 에디션이다. 깃털을 연상시키는 다이크로익 잎은 보는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두 가지 색채를 품고 있었는데, 곤잘레스가 약 3개월에 걸쳐 하나하나 직접 제작했다. “곤잘레스의 비전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우리 스튜디오의 모든 작업은 언제나 소재에서 출발합니다. 이번 작업 역시 물질성 자체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가벼움의 본질을 느낄 수 있죠. 하늘에서 온 어떤 존재 같기도 하고, 천국에서 내려온 천사 같기도 하고요. 때로는 혈관이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한 외계 생명체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코쿤은 어떻게 매번 이렇게 새로운 에디션으로 탄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알을 닮은 형태 자체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코쿤이 몇 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는지는 자신도 세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코쿤과 함께 칼레이도스코프(Kaléidoscope) 캐비닛 역시 아쿠아마린 톤의 유니크 피스로 선보였다. 기존 가죽 스톡에서 선별한 이그조틱 레더를 사용해 500개 이상의 패싯으로 완성한 이 작품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같은 이국적이고 유기적인 디자인의 뿌리에는 에스투디오 캄파나가 태어난 브라질의 정서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2009년 설립한 비영리 기관 캄파나 연구소(Instituto Campana)를 통해 사회·교육 프로그램과 자연 보존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오늘날 그의 삶 역시 브라질에서의 이러한 실천에 깊이 맞닿아 있다. “나무 심는 걸 좋아해요. 직접 경작도 하고요. 그것만큼 영혼을 치유하는 일이 또 있을까요. 그렇게 영혼을 돌보면서 디자인하고, 계속 창조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결국 내게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삶의 기쁨과 희망을 전하는 것. 그것이 지금 내 삶의 전부입니다.” 그 말을 전하는 움베르토의 얼굴을 바라보며, 문득 그는 다른 차원에서 잠시 이곳에 내려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명상을 위한 테이블, 프랑크 장세

프랑크 장세가 이번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에서 선보인 아쿠아(Aqua) 테이블은 올해 전시의 핵심 주제인 피에르 르그랭에 대한 오마주와 가장 깊이 맞닿은 작품처럼 느껴졌다. 물결을 연상시키는 곡선형 블랙 마블 상판, 부드럽게 다듬어진 둥근 모서리, 상판과 다리를 연결하는 목재 구조는 루이 비통 스피디 백의 가죽 래핑 디테일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아르데코의 우아함과 장인적 구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테이블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단지 형태의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다. 프랑크 장세와 나눈 대화 속에는 디자인을 단순한 물건 제작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내면을 다루는 행위로 바라보는 태도가 깊이 배어 있었다. 엔지니어이자 사업가로 출발해, 이후 심리 치료사로 활동해온 그의 독특한 이력은 작품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경매장을 다니며 아르데코 작품을 접했다. 그 경험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삶 전체를 결정짓는 감각적 기억으로 남았다. 장 미셸 프랑크와 에밀 자크 룰만의 작품을 동경하며 성장한 그는 결국 직접 캐비닛 제작을 배우고 고전 건축과 구조를 연구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해나갔다. “종종 내가 1925년에 태어났다고 말하곤 해요.” 그가 웃으며 한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의 디자인 철학을 정확히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했다. 그는 과거를 단순히 복제하는 대신, 지금 이 시대가 미래에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아쿠아 테이블 역시 그런 자세에서 출발했다. 그는 이 작품을 설명하며 ‘빛’과 ‘감정’, ‘머묾’에 대해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매끈한 블랙 스톤 표면 위로 흐르는 곡선은 단순한 장식적 제스처가 아니라, 물결처럼 빛을 붙잡고 공간 안에 잔잔한 긴장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였다.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으면 산속 호수 위에 퍼지는 잔물결을 응시하듯, 조용히 시선이 머물게 한다. “이건 일종의 명상 같은 경험이에요. 선(禪)과 비슷하죠. 그저 바라보며 머물게 되는 거예요.”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면, 그는 디자이너라기보다 오히려 공간과 감정을 다루는 철학자 혹은 치료사처럼 느껴졌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가 거듭해서 언급한 ‘장(Field)’이라는 개념이었다. “가구와 인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장이 형성된다고 여깁니다. 어떤 오브제는 아무 감각도 남기지 않지만, 어떤 것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고 공간의 공기를 바꾸죠.” 그의 말투는 차분했고, 사유는 깊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명상과 정신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마음을 고요하게 다스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음이 흐려진 상태에서 만든 결과물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기운을 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맑은 상태로 작업하면 결과물 역시 맑아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그는 스스로 명상을 잘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는 사실이다. ADHD 성향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이 어렵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대신 그는 ‘명상을 위한 의자’를 만들었노라고 했다. 직접 명상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명상의 상태를 경험하게 만드는 오브제를 만들고 싶었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빛과 물성, 감정과 침묵, 그리고 인간 내면의 상태를 천천히 응시하게 만드는 하나의 풍경. 프랑크 장세는 그 풍경을 통해, 디자인이 단지 기능이나 형태를 넘어 삶의 질감과 정신 상태까지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실험적 패턴의 암체어, 로우 에지스
팔라초 세르벨로니의 웅장한 그랑 푸아예 룸(Grand Foyer Room),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그 환상적인 공간 한가운데 로우 에지스(Raw Edges)의 새로운 ‘스텔라(Stella)’ 암체어가 놓여 있었다. 시선을 위로 올리자 천장 거울 속으로 소파의 둥근 선과 푸른 색채의 물결이 우주적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거울은 의자의 유기적인 곡선과 푸른 색감의 패턴을 무한 증식하고 있었다. 이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로우 에지스의 야엘 메르(Yael Mer)를 만났다. 이번에 선보인 스텔라 암체어는 단순한 소파 디자인이 아니었다. 로우 에지스는 이 작업을 통해 ‘앉는 오브제’에 대한 개념을 다시 질문한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조형적 실루엣 위에 입힌 텍스타일 패턴은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를 왜곡하며 시각적 착시를 만들어낸다. 평면 위에 존재하던 패턴이 입체 위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 그 관계를 탐구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사실 이 작업 과정은 정말 치열하고 정신없었거든요”라며 웃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가득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의자의 시작이 아주 작은 ‘나무 상자’였다는 사실이다. 의뢰 내용을 오해해 상자 대신 보관함을 디자인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던 루이 비통 측의 제안으로 결국 이 유기적인 형태의 의자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 스튜디오가 지금 가장 집중하는 주제이기도 해요. 2차원 패턴이 3차원 형태와 만났을 때 어떤 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이 소파의 제작 방식은 파격적이었다. 패턴이 없는 흰 원단 위에 프로젝터로 그래픽을 투영한 뒤 펜으로 직접 그려내고, 이를 다시 소재로 만드는 ‘거꾸로 된 방식’을 시도했다. “전 세계에서 이런 기술적 모험을 함께할 클라이언트는 루이 비통뿐일 것”이라 말하는 그녀의 눈빛에서 파트너십에 대한 깊은 신뢰와 장인 정신에 대한 존중이 읽혔다.
야엘 메르와의 대화는 그녀의 디자인만큼 경쾌하고 속도감이 넘쳤다. 질문을 던지면 막힘없이 이어지는 답변에선 치열한 고민의 흔적과 지적인 통찰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특히 대화가 AI와 미래의 디자인으로 흘러가자 그녀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렸다. AI가 기발한 결과물을 낼 수는 있지만, 인간에게는 여전히 실체적인 경험과 촉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철학이다. 그녀는 지금도 렌더링 소프트웨어 대신 플라스탈린(공예용 화합물)이나 종이로 직접 시제품을 만들며 손의 감각을 유지한다. “아이디어와 창작물은 결국 우리의 것”이라 단언하는 그녀를 보며, 왜 매년 4월 우리가 이 먼 밀라노까지 가서 직접 사물을 보고 만져야 하는지를 다시 깨달았다. 지적이면서도 거침없는 야엘의 언어는 그날 마주한 스텔라 암체어의 푸른 물결처럼 명쾌하고도 깊은 잔상을 남겼다. VL
- 글
- 강보라(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COURTESY OF LOUIS VUITTON
- SPONSORED BY
-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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