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클라라 민의 좋은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저기에 다리를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슈만을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에서 가치 있는 문화적 시너지를 일으키는 클래식계의 새로운 리더로 거듭난 클라라 민의 좋은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바흐, 브람스, 아르보 패르트에 이어 세자르 프랑크의 레퍼토리가 마무리되자 파리의 밤하늘이 번쩍였다. 파리가 세계의 경제, 정치, 패션의 중심지로 각광받던 1875년에 완공된 자크마르 앙드레 박물관은 엄청난 천둥소리에 휩싸였고, 천장까지 치솟은 창문 바깥으로 세찬 빗줄기가 별똥별처럼 내리쳤다. 이 소동을 모르는 이는 1시간 30분 내내 연주에만 집중한 바이올린 거장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Vladimir Spivakov)와 피아니스트 엘렌 메르시에(Hélène Mercier)뿐이었다. 지난 6월 23일부터 3일간 파리에서 개최된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에 참석한 관객들은 잊지 못할 순간을 가슴속에 새기느라 공연이 끝난 후 한참 동안 자리를 지켰다. “다들 예상치 못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는 반응이었어요. 에어컨도 없고, 조명 하나 설치하기 어려운 역사적인 공간에서 오귀스탱 뒤메이(Augustin Dumay)나 장 프레데릭 노이부르거(Jean-Frédéric Neuburger) 같은 위대한 동시대 음악가의 선율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기회를 위해 작은 불편쯤은 얼마든지 감수하는 예술 애호가들이 모두 모였다는 점이 정말 특별했죠.” 이번 페스티벌을 총지휘한 클라라 민(Klara Min)이 그로부터 한 달 후 소회를 건네왔다.

올해 5회를 맞이한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은 2018년 뉴욕에서 처음 열렸다. 긴 시간 뉴욕을 기반으로 활약하며 음악인들의 시너지와 결속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깨닫게 된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의 비전이 처음으로 구체화된 순간이었다. 고립된 생활이 익숙한 예술가뿐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후원자와 음악 전공자, 꿈나무, 애호가가 모두 집결한 클래식의 장에서 그는 이 모든 일을 꾸밀 땐 미처 예상하지 못한 강력한 화합과 시너지가 움트는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곤 했다. “클래식 음악가 중 슈만에게 늘 친근감을 느꼈어요. 그가 음악에서, 그리고 실제 삶에서 ‘하모니’를 창조하려 노력했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했거든요. ‘예술가의 미래는 예술가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슈만의 이념에 영향을 받아 NYCA(New York Concert Artists & Associates)라는 비영리 재단을 설립한 것이 2008년이에요. 천성적으로 실리에 약하고 교류에 소극적인 예술가들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슈만의 이상을 실현한 셈이죠.” 페스티벌과 별개로 클라라 민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미나와 마스터 클래스 등을 열어 무대 안팎에서도 열심히 음악적 교류를 도모해왔다.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위대한 거장이 되는 것과 교수가 되는 것 사이에 수많은 길이 있음을 설파하며 그들의 시야를 확장해주었다.

그러나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은 시작일 뿐이다. 자신의 도전을 향한 세계적 호응과 지지에 힘입어 최근 그는 ‘벨벳 바이 민(Velvet by Min)’이라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개척했다. 가장 중요한 컨셉은 세계적인 예술 및 비즈니스 리더들을 잇는 독점적 프로그램, 헤리티지 공간, 그리고 네트워킹을 귀빈에게 선사하는 것. “피아니스트로서 축적한 경험과 안목,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문화 교류의 장을 큐레이션하려 해요. 유명한 음악가와 화려한 VIP만 앞세운 이벤트가 아니라 예술을 통해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터닝 포인트 같은 순간을 창조하는 것이 목표죠.”
파리에서의 마지막 무대가 끝나자 클라라 민은 에너지, 금융, 통신,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를 이끄는 소수의 비즈니스 리더들과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디너 모임을 위해 옆방으로 옮겼다. 공연이 일으킨 생생한 감동에 젖어 19세기 중반 파리의 예술혼이 봉인된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한 이들의 대화가 훗날 어떤 문화적 비전으로 구현될지 클라라 민의 즐거운 상상이 시작된 가운데, 여전히 공연장에 남아 대화에 몰두하는 어느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은퇴 후 특별한 문화적 경험을 좇아 전 세계를 순회 중인 미국인 부부의 파리 여행 목적은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열리는 호크니의 대규모 개인전과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자크마르 앙드레 박물관 웹사이트를 들락날락하다가 우연히 공연 티켓을 손에 넣은 두 사람은 손꼽아 기다려온 하루의 여운을 삼키느라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아쉬울 건 없다. 벨벳 바이 민의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은 내년 리다 첸 아르헤리치(Lyda Chen-Argerich), 고티에 카퓌송(Gautier Capuçon),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 오귀스탱 뒤메이, 다니엘 로자코비치(Daniel Lozakovich) 등과 함께 지난해에 이어 다시 서울을 찾는다. 아직은 공개할 수 없지만, 파리와 뉴욕에서도 특별한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며 완전히 새로운 도전도 시작된다. 최근 클라라 민의 레이더에 K-뷰티가 새롭게 걸려들었다는 사실이 힌트다.(“유럽에서 미팅할 때마다 K-뷰티 이야기가 끊이질 않더군요.”) K-뷰티에 대한 유럽인의 열정적인 관심을 포착한 클라라 민은 한국에 친숙한 자신의 안목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이제껏 쌓아온 문화적 맥락 안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소개할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다. 긴 시간에 걸쳐 예리해진 클라라 민의 비전이 예술과 문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계인의 환대 속에서 하나씩 베일을 벗고 있다.
다섯 번째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이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렸다. 뉴욕, 보르도 등 개최지마다 개성 있는 분위기를 내세웠는데, 특히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한 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다르게 느껴진 지점은?
고풍스러운 매력이 흘러넘치는 파리에서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장면으로 들어간 것처럼 오래전 과거로 회귀한 기분이 들었다. 각자 스타일대로 멋지게 차려입은 연주자와 관객들이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 더위를 버텨가며 2시간 가까이 공연에 집중하는 모습에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장 프레데릭 노이부르거처럼 아직 한국에서는 한 번도 공연한 적 없지만 유럽에서는 유명한 연주자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도 특별했다. 그에 비하면 지난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은 무대도 훨씬 크고, 더 쾌적하고, 세련된 분위기로 가득했던 것 같다.
연주자 섭외뿐 아니라 게스트 라인업과 케이터링, 행사 진행까지,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진두지휘하느라 3일 내내 정말 바빠 보였다.
이젠 익숙하다. 하지만 새 브랜드(벨벳 바이 민)를 시작한 만큼 직원을 더 뽑을 계획이다.(웃음)
공연만큼 칵테일 파티와 디너 행사도 공들여 준비했다. 게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나? 적은 인원만 참석하기에 고민이 깊었을 듯하다.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할 때마다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후원사에 가장 필요한 게스트가 누구인가’다. 다행히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새로운 만남을 반기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가 구축된 편이다.
유서 깊은 공간에서 음악에 집중하는 로열패밀리의 모습을 관전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호크니가 연상되는 백발의 후원자가 적극적으로 리듬을 타며 연주를 즐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예술가와 학생들이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한데 어우러진 광경이 아주 좋아 보였다.
음악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내겐 다 똑같은 관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연주자에 대한 애정이 제일 깊다. 공연마다 그들의 진심이 피부에 와닿곤 한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대한 만남은?
개인적인 만남보다는 프랑스에서 알게 된 다양한 분야의 CEO들과 한국 CEO들이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길 바랐다. 음악과 문화가 정말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믿음을 서로 공유하면서, 그 유대감을 기반으로 그들이 함께 큰 그림을 그리길 소망한다.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의 시작점으로 돌아가보자. 청중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전문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의 역동적인 교류를 더 부추기는 페스티벌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뭔가?
세상에 음악회는 이미 수두룩하다. 하지만 주최자 대부분 음악적 이해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만 하던 사람들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디어는 티켓이 잘 팔릴 만한 사람을 섭외하는 일에 그칠 뿐이다. 음악에 진심이면서 실력까지 갖춘 음악가를 위한 무대는 여전히 부족하다.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의 취지는 그런 음악가와 클래식을 사랑하지만 더 가까워지는 방법은 알지 못하는 일반 청중을 연결하는 것, 진심과 진심을 연결하는 것이다. 지난 7년에 걸쳐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을 소개하며 그 비전이 지닌 힘을 확신하게 됐다. 이를 통해 예상치 못한 시너지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주만큼 교류도 중요한 이 축제에 임하는 음악가들의 마음가짐은 어떤가? 적극적인 네트워킹을 부담스러워하진 않나?
뮤지션에게 음악은 취미가 아니라 삶이다.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원이 필요하다. 음악이 순수함의 영역으로 남아야 한다는 인식은 어쩌면 음악이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을 경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음악가들은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분배도 너무 불공정하다. 유명한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생활비도 빠듯할 정도의 돈이 주어진다. 이 생태계가 건강하게 잘 돌아가기 위해서도 후원은 필수적이다. 페스티벌이 한 번 열릴 때마다 한 명의 기업가가 품은 비전이 클래식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를 후원한 현대처럼 음악의 중요성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기업인이 있는 한 클래식계의 건강한 활력은 유지될 거라는 믿음이 확고해졌다. 그 사실을 부담스럽게 여길 음악가는 없다.
뉴욕 카네기 홀, 런던 위그모어 홀, 베를린 필하모니 홀 및 콘체르트하우스, 파리 코르토 홀, 빈 콘체르트하우스 등 북남미 전역과 유럽에서 피아니스트로서 광범위하게 활동해왔다. 맨 처음 비즈니스 감각을 발휘한 순간은 언제인가?
뉴욕에서 대학에 다닐 때까지는 감사하게도 부모님이 지원해주셨지만, 대학원 때부터는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했다. 클래식을 공부하는 다른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그렇듯 교회에서 반주를 하고, 학생들 가르치면서 푼돈을 모으고,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계속했다. 그러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맨 처음 유학을 결심한 이유였던 피아니스트로서의 장기적 비전을 세우는 일이라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벌이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오직 연주에만 몰두했다. 누군가에게 초대받길 기다리는 연주자는 집시와 같다고 느꼈다. 세상과 타협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꿈꾸는 음악을 스스로 기획하는 터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당시 친하게 지낸 클래식 공연 홍보 대행사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음악회는 어떻게 만들고, 청중은 어떻게 모으는지 현장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쳤다. 전부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것들이었다. 공연을 개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서 몇몇 친구를 끌어들였는데 다들 연주는 같이 해도 기획이나 운영에서는 발을 빼고 싶어 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떠맡게 됐다. 그렇게 맨 처음 기획한 공연이 뉴욕 야마하 아티스트 서비스와 함께 선보인 브람스와 슈만 시리즈였다. 주어진 일을 하나씩 했을 뿐인데, 이런 기회들이 나중에 더 큰 일을 기획하기 위한 계기와 연습이 될지는 몰랐다.
공연 문화에 관해 새롭게 깨달은 것이 많았을 듯하다.
물론이다. 살면서 돌이켜보면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귀인을 많이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다. 이후 AICF(America-Israel Cultural Foundation)의 빌 슈와르츠(Bill Schwarz)와 모건 스탠리의 룩 월터 재단(Luc Walter Foundation)을 비롯해 소중한 인연을 많이 얻었다. 좋은 인연으로부터 얻은 배움과 용기에 힘입어 ‘내 것을 만들자’고 해서 2008년 시작한 것이 NYCA다.
최근 ‘벨벳 바이 민’이라는 새 브랜드를 론칭하며 더 큰 무대를 예고했다.
그동안 NYCA에서 수차례에 걸쳐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을 선보이며 새로운 플랫폼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나만의 비전을 설계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이젠 축적된 경험과 인사이트를 토대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그 안으로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할 타이밍이라는 예감이 든다. 음악과 문화, 패션과 뷰티 모두 결국 새로운 경험으로 연결된다. 세계적인 예술 및 비즈니스 리더들을 잇는 독점적 프로그램, 헤리티지 공간, 그리고 네트워킹을 귀빈에게 선사하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누군가의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뒤흔들 만한 순간을 만들고 싶다.
뷰티 분야에 대한 도전은 예상치 못했다.
내게는 뉴욕이 고향이지만, 벨벳 바이 민은 프랑스를 기반으로 전 세계로 확장할 계획이다. 클래식을 중심에 두는 벨벳 바이 민의 확장 영역인 ‘벨벳 뷰티’를 통해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 안에서 한국을 오가며 직접 경험한 몇몇 고급 브랜드를 럭셔리 호텔 같은 한정된 공간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해온 일과는 결이 다소 다르지만,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하나로 아우르는 가치 있는 경험을 목표로 한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이 외에도 내년에 선보일 이벤트가 빼곡하다.
이번 파리 공연 리플릿에 소개한 것처럼 내년 6월에 서울에서 다시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을 선보인다. 나를 포함해 리다 첸 아르헤리치, 고티에 카퓌송, 미샤 마이스키, 오귀스탱 뒤메이, 다니엘 로자코비치 등 연주자 10여 명과 라흐마니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가 함께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무대를 꾸민다. 피아니스트로서는 11월 14일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와 함께 공연을 펼친다. 그동안 최근 발매된 두 번째 슈만 앨범을 많은 분이 즐겨주셨으면 한다.
파리 공연 두 번째 날 깜짝 앙코르 공연으로 라벨의 곡을 짧게 연주했다. 잠깐이지만 행복했나?
사실 이제 무대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없다. 물론 연주를 하는 것은 좋지만, 꼭 무대가 아니어도 된다.
클래식 뮤지션 중 슈만을 가장 동경하는 이유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나처럼 여러 역할을 떠안았던 예술가라는 점에서 와닿는 면이 많다. 작곡가이자 평론가였으면서 주변 음악가를 돕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쇼팽처럼 자기 것만 고집하는 음악가보다 슈만이나 리스트처럼 주변을 살피는 음악가에게 늘 더 마음이 간다. 나도 비슷한 달란트를 타고난 것 같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일은 쉽지 않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을 만큼 가슴 뿌듯한 일이다.
인생 최고의 결정을 꼽는다면?
언제나 직감을 따라왔기에 하나만 꼽긴 어렵다. 2021년 처음 파리에 온 것도 순전히 직감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런데 그 후로 엘렌을 비롯해 소중한 사람을 많이 만났고, <보그>와도 인연을 맺지 않았나. 그런 행적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가장 잘했다고 여기는 선택은 음악을 시작한 것이다. 몇 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음악을 멀리했다가 음악 없는 삶이 얼마나 불행한지 깨달았다. 확실히 음악은 내게 축복이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당신의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짙어진다. 요즘 자주 되새기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나의 뜻과 의지를 맹신하던 과거를 떠나보내고, 예술가 특유의 완벽주의와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이 세상에는 나보다 더 큰 존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지금 내 삶에 들이닥친 파도를 잘 헤쳐나가고 싶다. 또 사업을 키우는 시기지만 삶의 안정을 추구하려는 욕구도 동시에 커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일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게 음악과 삶은 똑같이 소중하다. 그중 하나만 동력으로 삼으면 금방 멈춘다는 걸 잘 알기에 일과 삶 모두 잘 누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미래에 대해 어떤 예감을 갖고 있나?
좋다. 잘될 것 같다. 삶에도 흐름이란 게 있지 않나. 최근 몇 년 사이 주변에 좋은 기회와 인연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올해는 여태껏 쌓은 네트워크를 잘 다져서 비전을 단단히 제시하고, 내년은 그걸 설득력 있게 구체화하는 시기로 만들고 싶다. 벨벳 바이 민이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을 잘 감싸안는 큰 그림이 되길 바란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천이 되어서?
맞다. 마음에 든다, 그 표현.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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