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에디터들이 포착한 2026 가을/겨울 쇼의 결정적 장면
런웨이와 그 너머에서 목도한 결정적 장면. <보그> 에디터들이 포착한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최고의 패션 순간.
김다혜, 패션 에디터

2주 전에 함께 촬영한 모델을 런웨이에서 마주하는 건 꽤 특별한 경험이다. <보그> 4월호 커버 모델인 재키 후퍼가 런웨이에 등장할 때마다 여동생의 성장을 보는 듯한 뿌듯함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우리’ 재키가 오늘은 또 어느 쇼에 오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파리 패션 위크는 조금 새로웠다(더 로우로 시작해 루이 비통까지 파리에서만 13개 빅 쇼에 섰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생각지 못한 감동을 선사했다. 쇼 내내 펼쳐진 마술(馬術) 공연이 계기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말 13마리에 둘러싸인 조련사 장 프랑수아 피뇽(Jean-François Pignon)의 미소에서 인간과 동물의 진정한 교감을 느낀 것이다. 덕분에 옷보다 말에 집중하는 일이 종종 생겼지만.
권민지, 디지털 디렉터


쇼가 시작되기 직전의 혼돈과 막을 내린 후의 환희. 에르뎀 쇼가 끝난 후 디자이너 그리팅을 위해 모인 수십 명의 에디터와 셀러브리티 사이, 단독으로 그가 “하이! 보그” 하며 인사를 건넨 순간 조금 달콤했다. 그는 특별히 <보그 코리아>를 무척 좋아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밀라노 GCDS 쇼 전 오프닝 룩 촬영을 위해 백스테이지에 출입할 때는 내가 더 초조했다. 7시 쇼 정각을 30분이나 넘긴 시간에도 완벽하게 옷을 입은 모델이 두세 명이었기 때문. 하지만 모든 것은 순식간에 정리됐다. 5분 만에 조명이 꺼지고 서로 장난치던 모델들이 포스 장착한 채 런웨이로 걸어 나가는 마법 같은 순간. 이런 건 패션 위크에서만 볼 수 있다.
손기호, 패션 에디터


뎀나의 첫 번째 구찌 쇼가 시작되려는 찰나, 갑자기 뒤쪽 계단이 웅성거렸다. 고개를 돌리니 눈앞에 등장한 건 힐튼 자매. 억지웃음을 잔뜩 지으며 인파에 떠밀려 제 자리를 찾아가는 그들을 보고 나서야 뎀나의 구찌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원조 인플루언서의 출현에 앞자리에 앉아 있던 틱톡 스타 무리의 표정이 살짝 굳어가는 것도 재밌었다. 슈퍼리치를 위한, 혹은 슈퍼리치가 되고 싶은 워너비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구찌는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그 모든 소란을 3D 프린터로 새롭게 만들어낸 가짜 조각상(우피치 미술관의 허락을 받아 만든)이 신처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도 새로운 구찌와 꼭 어울렸다. 패션 유희왕 뎀나만이 선사할 수 있는 가짜 같은 현실.
안건호, 웹 에디터

패션 위크 기간, 출장 팀 막내 기자의 역할은 말 그대로 전방위적이다. ‘이러다가 압사당하는 거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혼잡한 상황에서 셀럽의 코멘트 취재를 위해 소속사 직원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일분일초도 허투루 낭비하는 시간이 없도록 모든 출장 인원의 스케줄을 조율한다. 이런 강행군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역시 패션 위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모먼트’ 덕분이다. 이세이 미야케의 피날레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평온함을 선사했고, 듀란 랜팅크와의 인터뷰를 위해 잠입한 백스테이지에서는 장 폴 고티에를 마주했다. 마릴린 맨슨이 내 눈앞을 지나가고, 피갈 지역을 배회하며 신인 모델 우윤서와 사진을 촬영한 기억 덕분에 이번 패션 위크 역시 고단함보다는 즐거움이 (훨씬!) 컸다.
황혜원, 웹 에디터


아르웬을 만난 호빗이 딱 이런 심정이었을 거다. 생애 첫 패션 위크의 첫 컬렉션 프로엔자 스쿨러. 일찍 도착한 탓에 스태프에 뒤섞여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고, 쇼가 열리는 2층이 아니라 무대를 준비하는 5층에 내렸다. 때마침 걸어 나오던 모델 루이자 페로치를 정면으로 마주했는데, 나를 보며 환히 웃는 게 아닌가! (넋을 놓고 있었겠지 분명!) 디지털 디렉터가 “대범하게 하라”고 힘을 줬건만, 남긴 것이라곤 그녀의 뒷모습뿐이다.
신은지, 패션 에디터


솔직히 말하면, 2026 가을/겨울 패션 위크에서 뎀나의 구찌 쇼나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의 펜디 쇼보다 더 기대한 것이 있었다. 바로 윤여정 선생님과의 만남이었다. 보테가 베네타 2026 겨울 쇼를 위해 밀라노를 찾은 윤여정 선생님을 파크 하얏트 호텔 스위트룸에서 마주한 순간, 온몸의 털이 바짝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여유롭지 않은 시간, 한정된 공간에서 그녀의 낯선 모습을 기필코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호기로운 다짐은 노련한 베테랑 앞에서 속수무책일 뿐이었다. “난 하라면 해.” 정말이었다. 첫 패션쇼, 첫 릴스, 첫 팔로잉 촬영. 그녀에게 ‘처음’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처음 하면 첫사랑이 떠올라요.”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처음’이 존재하고, 이렇게 설렐 수 있다니!
가남희, 디지털 에디터


뉴욕 패션 위크에서 가장 긴장된 쇼는 캘빈클라인이었다. 국내외 스타들이 총출동하기 때문. 디지털 에디터의 숙명으로 ‘반드시’ 인사말을 촬영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쇼장과 연결된 통로에 서 있다가 다코타 존슨을 발견했다. 나름 준비한 질문이 있었지만 입 밖으로 다른 말이 나왔다. “데님 or 수트?” 쿨하게 답변하고 떠나려는 그를 다시 붙잡았다. 인사말 촬영이 남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하이! 보그’는 필수니까.
손은영, 패션 디렉터


미켈레의 발렌티노 쇼 참석을 위해 파리 패션 위크 일정을 마친 뒤 로마에 들렀다. 쇼 당일 반나절의 여유 시간을 내어 콜로세움을 관광했다. 현지 가이드에게 배낭여행 이후 25년 만의 방문이라 얘기하자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내게 물었다. 2,000살 가까이 먹은 건축물은 25년 전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비슷한 시간 동안 패션쇼를 봐왔다. 유행이 수없이 반복되고, 수많은 디자이너가 스타가 되거나 사라지고 또 전설이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 배출한 K-셀러브리티가 세계 패션 무대를 장악한 건 정말 인상적인 모먼트가 아닐 수 없다. 남들이 어떤 옷을 만들고 거리의 젠지가 무슨 유행을 즐기든 수십 년 한결같은 꼼데가르송의 런웨이에는 경외의 박수를 보낸다. 칼 라거펠트, 도나 카란, 오스카 드 라 렌타, 조르지오 아르마니, 발렌티노 가라바니 같은 전설이 모두 현역에 있던 시절부터 패션 위크를 취재했던 나는 그래서 2026 가을/겨울 쇼를 맨 마지막으로 마친 발렌티노의 분홍빛 피날레가 인상 깊었는지 모른다.
조영경, 디지털 에디터


패션 위크는 인터넷으로만 동경하던 장면이 현실이 되는 시간이다. SNS로 늘 찾아보던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와 그녀의 어머니를 페라가모 쇼장에서 만난 순간.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가장 고대하던 뎀나의 첫 구찌 쇼 백스테이지에 들어가 그의 인사를 촬영한 순간. 벨라 하디드의 프라다 캣워크를 실제로 본 순간(심지어 네 번이나 걸었다!). 그리고 구찌 쇼장에서 데미 무어가 강아지 필라프와 함께 내 눈앞을 지나간 장면까지. 이번 패션 위크에서 직접 경험한 패션 판타지의 순간을 공개한다.
- 디지털 에디터
- 조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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