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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팬덤 문화: 어떤 디자이너가 광신도를 만드는가

2026.03.24

패션 팬덤 문화: 어떤 디자이너가 광신도를 만드는가

릭 오웬스, 뎀나 같은 디자이너는 대중적인 인기를 넘어 열정적인 팬덤을 갖고 있습니다. 이 팬덤을 형성한 광신도들은 정확히 누구일까요?

구찌 2026 가을/겨울 패션쇼 피날레에서 인사하는 뎀나. Getty Images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실루엣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부츠가 보이나요? 릭 오웬스입니다. 발렌시아가 오버사이즈 코트가 스쳤다면, 뎀나입니다. 피비 파일로가 만들었던 셀린느 박스 백과 카우보이 부츠도 지나가는군요.

2010년대 후반, 피비 파일로가 셀린느를 떠날 때를 기억하나요. 그녀의 열렬한 팬들, ‘파일로파일(Philophiles)’이 마지막 컬렉션을 사려고 매장 앞에 진을 쳤습니다. 최근에는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열린 2026 봄/여름 쇼를 보려고 릭 오웬스 팬들이 버스 정류장 위에 올라선 풍경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요.

이들에게 가격은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존재와 똑같아지겠다는 목적이 생긴 순간, 범주는 쇼핑을 벗어나 신념의 영역으로 넘어가거든요. 가끔 현실이 위태해질 정도까지 소비를 일삼고, 옷을 입었을 때에야 정체성이 완성된다고 여기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런 이들에게 옷은 물건을 넘어 사는 방식이자 주객전도되기 쉬운 목적입니다.

2017 LVMH 프라이즈를 위해 모인 피비 파일로, 니콜라 제스키에르, 칼 라거펠트. Getty Images

요즘에 생긴 문화도 아닙니다.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오뜨 꾸뛰르 창시자뻘인 찰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가 이미 팬덤 구조를 만들어놨거든요. 자기 이름을 옷 안쪽 라벨에 자수로 박아 넣고, 스스로 아티스트처럼 브랜딩하며 디자이너를 추종 대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사람들은 옷만 사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보는 세계를 사고 싶어 했습니다.

프랑스 오뜨 꾸뛰르 및 패션 연맹(Fédération de la Haute Couture et de la Mode) 이머징 브랜드 디렉터 세르주 카레이라(Serge Carreira)는 패션 팬덤 현상을 이렇게 바라봅니다. “패션에서 팬덤은 현실을 넘어 추상적인 세계에 자신을 투영하는 행위입니다. 팬이라는 건 특정 아티스트나 브랜드를 향해 비이성적인 수준의 신념과 감탄을 느끼는 사람이죠.”

셀린느 2011 가을/겨울 레디 투 웨어 쇼에서 피비 파일로. Getty Images

릭 오웬스는 양면을 바라봅니다. “제가 살면서 느끼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느낄 만한 걸 솔직하게 표현하는 건 패션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그런 디자이너를 존경하고,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이 방식이 늘 좋은 결과만 낳는 건 아닙니다. “내 옷은 곧 나예요. 모든 게 하나로 연결돼 있고 분리되지 않죠. 그런데 그게 과해지면 자신을 가두는 벽이 되기도 합니다. 왜곡되고 희화화될 수도 있고요.”

릭 오웬스 2020 봄/여름 남성복 쇼에 모습을 비친 릭 오웬스. Getty Images

강하게 드러나는 스타일로 팬을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신비주의로 팬들을 미치게 만드는 디자이너도 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파격적인 미학으로 시대를 풍미하며 절대적인 컬트 팬덤을 형성했던 헬무트 랭, 마르탱 마르지엘라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입니다. 인터뷰를 일절 거부하고, 공식 석상을 피하고, 쇼 끝인사조차 생략하는 식으로 존재를 숨겼죠.

그들에게 신비로움은 옷만큼 강력한 전략이었습니다. 세르주 카레이라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침묵도 표현입니다. 여지를 남기니까요. 말을 많이 하면 상상할 공간이 줄어들죠. 마르탱 마르지엘라나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 같은 인물들이 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더 강한 매력을 만들었습니다.” 모습을 감추니 더 궁금해지고, 그 공백을 팬들이 스스로 채워 넣게 만듭니다. 부재로 완성되는 존재인 셈이죠.

Martin Margiela 2009 S/S RTW. Getty Images
Comme des Garçons 1997 S/S RTW. Getty Images

충성스럽고 열정적이며 때로 선을 넘는 팬들은 디자이너를 신적 존재로, 그들의 옷을 선언처럼 추앙합니다. 그 신앙심 덕분에 패션은 단순한 산업의 부산물이라는 누명을 벗습니다. 그리고 패션은 실험이자 선택이고, 투영이며 욕망이라는 본질을 숨기지 못한 채, 가장 노골적인 방식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며 타오릅니다.

하솔휘

하솔휘

웹 에디터

2025년 4월 <보그>에서 시작했습니다. 패션 감각이 필요한 모든 분야의 글을 씁니다. 많이 듣고, 다니고, 읽고, 고민하면서 제대로 된 글을 재밌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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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re Marain
사진
Getty Images
출처
www.vogu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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