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커트가 입고 싶은 건 봄바람 때문이 아니에요
꽃구경 갈 때나 기분 내며 바짝 입고 마는 일회성 유행이었다면 애초에 꺼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올해 우리가 스커트를 집어 든 건 1년 내내 일상을 지탱해줄 유니폼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몇 시즌 동안 런웨이에 스커트가 등장했고, 이들이 주목하는 건 1990년대의 명료한 태도입니다. 화려한 장식 대신 선 하나, 주름 한 줄로 승부를 걸던 미니멀리즘은 2026년 거리에 ‘입고 싶은 실루엣’의 기준을 다시 제시하죠. 케이트 모스가 툭 걸쳤던 그 무심한 치마가 왜 지금 다시 우리 손에 들려 있는지, 1990년대 아카이브를 관통하는 세 가지 변주를 확인하세요.
드레이프 스커트
1990년대 캘빈클라인은 간결하되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허리춤에 잡힌 주름을 보세요. 흐물흐물한 면 티셔츠 아래 흐르는 유연한 드레이핑은 몸의 곡선을 억지로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움직일 때마다 묘한 긴장감을 주죠. 2026년 캐롤리나 헤레라는 이 공식을 영리하게 비틀었습니다. 잘 다려진 화이트 셔츠의 단추를 풀고, 허리를 바짝 조인 블랙 스커트를 매치했죠. 여기서 핵심은 옆선을 따라 터진 과감한 슬릿과 그 경계를 메우는 풍성한 주름입니다.

Calvin Klein 1998 F/W RTW. Getty Images

Carolina Herrera 2026 S/S RTW
시스루 스커트
1996년 미우미우가 선보인 속이 훤히 비치는 미디스커트는 당시 패션계를 뒤집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투명함은 더 이상 파격이 아니라 레이어링의 즐거움으로 다가오죠. 1990년대가 피부를 그대로 드러냈다면, 올해는 그 위에 섬세한 란제리 디테일을 한 겹 덧씌웠습니다. 레이스 자수와 가벼운 실크가 뒤섞인 란제리 스커트는 자칫 잠옷처럼 보일 위험이 있죠. 그래서 우리는 이 연약한 소재를 투박한 부츠나 헐렁한 셔츠와 맞붙여야 합니다. 마크 패스트처럼 넉넉한 셔츠를 입고, 끝자락을 묶어보세요. 서로 다른 질감과 실루엣을 섞는 겁니다.

Miu Miu 1996 S/S RTW. Getty Images

Mark Fast 2026 S/S RTW
미니스커트
1990년대 미니스커트는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알라이아의 타이트한 미니는 여성의 몸을 당당하게 드러냈죠. 2026년 다시 돌아온 미니스커트 역시 그 태도를 계승합니다. 끌로에가 제안하는 짧은 치마를 보세요. 보풀이 일어난 듯한 크로셰 조직이나 층층이 쌓인 러플 디테일은 미니스커트를 결코 가볍게 두지 않습니다. 특히 엉덩이 라인을 간신히 가리는 짧은 길이에 오히려 어깨가 강조된 재킷을 걸치는 룩은 1990년대 파워 드레싱의 현대판 변주곡이죠. 다리를 얼마나 드러내느냐보다 그 짧은 스커트 위로 얼마나 힘 있는 상의를 얹어 균형을 잡느냐가 이번 시즌 미니스커트의 포인트입니다.

Alaïa 1990 S/S RTW. Getty Images

Chloé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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