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의 첫 번째 컬렉션에 포함되었던 페이스 마스크를 재현한 아이디어. 인형 메이크업을 닮은 소재가 독특하다.
지난 4월 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메종 마르지엘라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의 시작을 알린 오간자 드레스. 꾸뛰르에 해당하는 아티즈널 컬렉션의 일부다.
‘메종 마르지엘라/폴더’ 프로젝트 중 하나인 상하이 거리의 ‘아티즈널’ 전시.
청두에서 열린 ‘타비’ 슈즈 컬렉터의 전시에는 자이언티도 함께했다.
2009년 봄/여름 컬렉션의 가발 톱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비앙케토’ 기법을 체험할 수 있는 선전의 공간.
4월 1일 메종 마르지엘라가 마련한 쇼장 풍경.
상하이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Guess I’m Falling in Love’를 들었다. 1988년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자신의 첫 번째 패션쇼를 시작하며 고른 곡. 파리를 떠나 중국에서 처음 열리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쇼로 향하는 길을 위한 배경음악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번 패션쇼는 단순히 파리에서 선보인 컬렉션을 재현하는 일종의 ‘레플리카’ 쇼와 달랐다. 메종은 이번 쇼를 위해 파리 패션 위크 패션쇼를 포기했다. 2026 가을/겨울 컬렉션 그리고 오뜨 꾸뛰르 라인에 해당하는 ‘아티즈널’ 컬렉션을 함께 보여주기로 마음먹었으니 꽤 의미심장한 선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렌 마르탱(Glenn Martens)은 한 달 전 미국 <보그> 팟캐스트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그 결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미 선보인 쇼를 반복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면 깊이 파고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집중해 제대로 된 전체 컬렉션을 가져갈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글렌은 단순히 쇼를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 전역에 마르지엘라 하우스를 소개하기 위해 ‘메종 마르지엘라/폴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4월 1일 상하이에서 열린 패션쇼가 그 시작. 그리고 한 달간 상하이, 청두, 선전으로 이어지는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서는 1989년 하우스의 시작부터 전날 저녁 선보인 2026 가을 아티즈널 컬렉션까지 중요한 아카이브를 전시했고, 청두에서는 하우스를 대표하는 ‘타비’ 신발에 포커스를 맞춘 전시를 선보였다. 또 선전에서는 하얀색 페인트를 옷 위에 칠하는 ‘비앙케토’ 기법을 체험하는 아틀리에를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이 모든 프로젝트는 드롭박스를 통해 하우스의 아카이브와 정보를 누구나 살펴볼 수 있다. 그야말로 마르지엘라의 중국 상륙 대작전이라 부를 만하다.
그 시작을 목도하기 위해 쇼장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우리는 어떤 곳에서 쇼가 펼쳐질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패션 브랜드가 상하이에서 행사를 열 때 선호하는 거대한 미술관이나 푸동의 야경이 보이는 와이탄의 어딘가가 아닌가 하고 추측할 때쯤 도착한 곳은 도시 외곽에 자리한 컨테이너 창고였다. 인천 항구에서나 볼 법한 공간은 직각의 컨테이너가 5층 건물 높이로 쌓여 미로를 이루고 있었다. 지게차가 오갈 법한 통로는 런웨이가 되었고, 컨테이너 안은 관람석이 되었다. 기존 패션 문법에서 한번 비켜서는 브랜드와 꼭 어울리는 장소였다.
시작은 아티즈널 컬렉션이었다. 유리처럼 반짝이는 오간자를 여덟 겹 이상 겹쳐 페인트가 흘러내리는 듯한 드레이핑 드레스와 메이크업의 흔적을 닮은 마스크. 글렌의 의도는 분명해 보였다. 젊은 고객에게 마르지엘라의 세계를 제대로 교육하는 것. 페인트칠을 떠올리는 소재부터 1989년 첫 번째 컬렉션에 등장한 인형 메이크업을 닮은 마스크를 재현한 것도 모두 마르탱의 유산을 이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셈이었다. 여기에 2000년대 중반 등장한 누드 컬러 ‘세컨드 스킨’ 파트, 깨진 흰색 도자기를 붙여 완성한 60kg이 넘는 ‘도자기’ 드레스, 하우스의 실루엣을 대표하는 ‘에드워디언’ 스타일, 녹인 왁스로 드레스를 코팅한 ‘밀랍’ 디테일, 아주 오래된 소재를 뜯어내거나 찢어서 이은 듯한 ‘의복의 기억’이라 이름 붙인 파트까지.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아이템을 재탄생시키는 방법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만약 마르지엘라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이 봐도 하우스의 코드를 대충은 깨달을 만한 친절한 컬렉션.
“패션계 전체가 마르탱의 유산 위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종 마르지엘라야말로 역사상 가장 많이 ‘약탈당한’ 하우스입니다. 하나의 학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패션을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놓았습니다.” 글렌은 스스로가 그 학파의 학생이자 하우스를 이어받은 후계자로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알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74벌이 아주 천천히 등장한 쇼가 끝나자 내 자리 맞은편의 VIC(가장 중요한 고객) 섹션에 앉은 몇몇이 눈물을 닦아내는 듯했다. 쇼가 끝난 뒤 만난 아티스트 마크(Mark)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데는 끝이 없다는 걸 깨닫게 해준 쇼였어요.” 글렌의 교육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상하이 연동 거리에는 또 다른 컨테이너가 자리 잡고 있었다. 1990년 컬렉션에 등장한 드레스부터 전날 저녁 우리가 봤던 드레스까지 하우스가 기록할 만한 아티즈널 피스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마르지엘라 하면 떠오르는 금발 가발로 만든 톱, 마네킹의 보디스로 만든 톱, 존 갈리아노 시절의 섬세한 오간자 드레스와 트렌치 코트 등도 자리하고 있었다. 전시를 둘러보다 우연히 만난 한국의 한 디자이너는 곧 비행기 시간이 다가옴에도 자리를 뜰 수 없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디테일 하나씩 살피다 보면 끝이 없어요. 혹시 한국에서도 이 전시 열 생각 없느냐고 물어봐주실래요?” 전시가 한창이던 그때 골목에 자리한 한 저택 테라스에서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북적이는 거리를 바라보는 글렌 마르탱이었다. 자신이 마련한 마르지엘라를 위한 학당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관람객을 바라보는 글렌의 얼굴에는 살짝 뿌듯한 미소가 보였던 것 같다. VK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 포토
- COURTESY OF MAISON MARGI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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