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무는 도시에서 발견한 신화적인 빛 ‘미시카’
마라케시의 붉은 벽과 사막은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색이 변하는 거대한 캔버스 같다. 그 풍경 안에서 ‘미시카’의 강인한 보석은 오래된 신화와 여행의 기억처럼 빛났다.

해 질 무렵의 마라케시는 루이 비통 하이 주얼리와 기묘하게 잘 어울린다. 붉은빛 오커(Ochre) 성벽과 테라코타 건물, 태양빛에 바랜 핑크 톤의 공기, 메디나 골목 안을 떠도는 향신료 냄새와 사막의 텁텁한 바람. 올해 루이 비통이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미시카(Mythica)’를 공개하는 장소로 마라케시를 다시 선택한 이유는 (2022년 하이 주얼리 컬렉션 ‘스피릿(Spirit)’을 선보였다) 단순히 이국적인 배경 때문만은 아니다. 메종은 이 도시에서 자신들이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온 ‘여행’과 ‘발견’, 광물의 유구한 시간을 하나의 서사로 완성했다.
모로코의 마라케시는 늘 패션 하우스에 특별한 도시였다. 사하라 사막과 설산을 품은 아틀라스산맥 사이에 놓인 이 도시는 아라베스크 건축과 아랍과 베르베르 문화, 안달루시아와 프랑스적 감각과 북아프리카의 야생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곳. 이브 생 로랑이 마라케시에 매혹됐던 이유도, 디올(2020 크루즈 컬렉션)과 생 로랑(2023 봄/여름 남성 쇼) 같은 패션 하우스가 반복해서 이 도시로 돌아가는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에 있다. 단순히 이국적인 여행지가 아니라 예술가와 디자이너에게는 수십 년 동안 창작의 원천이 되어온 도시다. 색채, 빛, 공예, 건축, 자연, 역사적 교차성이 한곳에 응축된 마라케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휴양지가 아니라,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나 역시 화보 촬영을 포함해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이었다.) 그곳의 수채화 물감처럼 한없이 파란 하늘은 1920년대 초 프랑스 화가 자크 마조렐에게 ‘마조렐 블루’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감을 제공했고, 오염되지 않은 도시가 간직한 독특한 색채와 이국적인 풍경은 이브 생 로랑의 패션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마라케시 코드’는 루이 비통 하이 주얼리 미시카 컬렉션의 분위기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투박한 성벽과 리아드, 무어(Moorish) 스타일, 젤리지(Zellige) 타일과 아라베스크 패턴으로 깎아 만든 스투코(Stucco) 등의 전통적 양식과 공예품, 그리고 브랜드의 현대적인 오브제 사이에 병렬된 보석은 여행자가 낯선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에서 발견한 보물처럼 느껴졌다. 아가파이(Agafay) 사막 위 요새와 같은 호텔 ‘카스바 디프(Kasbah d’If)’에 펼쳐진 주얼리는 오래된 신화 속 유물처럼 보였고, 주얼리로 한껏 치장한 채 횃불과 촛불 사이로 등장한 모델들은 하렘의 여인들처럼 신비로웠다.

이번 컬렉션 역시 전임자 프란체스카 앰피시어트로프 특유의 ‘스톤 헌터’ 철학이 강하게 드러난다. 루이 비통은 이제 단순히 희귀한 보석을 구매하는 메종이 아니다. 광산과 젬 페어를 골고루 살피고, 지질학적 기원을 추적하며 원석의 서사 자체를 컬렉션 안으로 끌어들인다. 모잠비크산 루비와 잠비아산 에메랄드, LV 모노그램 스타 컷으로 완성된 최상의 다이아몬드는 단지 희귀하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 아니다. 각각의 스톤은 자신만의 풍경과 시간, 지구의 기억을 품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루이 비통이 마라케시를 통해 여행 DNA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점이다. 트렁크와 함께 대륙과 대륙을 오가고 미지의 세계로 향하며 도전과 모험의 역사를 써 내려갔던 브랜드의 출발처럼, 오늘날 메종의 하이 주얼리 역시 낯선 도시와 문화, 광물과 공예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하이 주얼리 이벤트는 단순한 주얼리 프레젠테이션이라기보다 메종이 꿈꾸는 세계관을 체험하는 순간에 가까웠다.

루이 비통 여성으로부터 영감, 자유, 힘, 무한함뿐 아니라 운명, 더 높은 곳으로의 비상과 같은 정신을 마라케시에서 잇고자 했던 2022년의 ‘스피릿’처럼 이번 컬렉션 역시 시간을 초월한 신화의 구조와 요소처럼 영웅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강인한 존재인 여성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마라케시라는 장소를 만나면서 도전, 각성, 변화를 거쳐 궁극적 승리에 이르는 여성의 상징적인 모험이자 자기 창조의 서사는 훨씬 더 감각적이고 유목민 같은 분위기를 띠게 됐다. 은밀한 궁전 같은 로열 만수르 호텔의 리아드 안에 놓인 11개 테마의 탁월한 젬스톤과 LV 모노그램 스타 컷 다이아몬드 110점은 눈부시게 빛나며 촛불과 음악, 향신료 향 사이에서 전시품과 오브제의 경계를 흐렸다.

이번 컬렉션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메종이 ‘광물의 시간’과 ‘인간의 손 기술’을 동시에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각각의 스톤은 자신만의 지질학적 기억과 원산지의 풍경을 품고 있다. 루이 비통의 스톤 헌터들은 세계의 광산과 젬 페어를 오가며 단 하나의 컬러와 결정 구조를 찾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그 원석 위에 프랑스풍 구조미를 겹쳐놓는다. 그래서 어떤 목걸이는 때때로 에펠탑의 철골 구조처럼 보이고, 어떤 주얼리의 세팅은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장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각 단계는 ‘미시카’ 이야기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이룬다. 먼저 이 장대한 서사는 화살 모티브 중심의 ‘콘퀘스트(Conquest)’와 함께 시작된다. 콘퀘스트는 하우스를 대표하는 모티브로 자신의 운명에 맞서고자 하는 의지와 모든 신화를 이끄는 방향성을 상징한다. 강렬한 역동성은 총 21.86캐럿에 달하는 선명한 쿠션 스텝 컷 루비 21개를 세팅한 목걸이에 담겨 있다. 그리고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에 둘러싸인 하나하나의 화살 모티브는 오닉스로 윤곽을 강조해 한층 더 강한 대비와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녀가 자부심을 가지고 착용하는 보호의 상징인 ‘토템(Totem)’으로 이끈다. 토템은 자연스러운 여성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상징으로서 볼륨감과 구조감 속에서 역시 강인한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총 10점으로 구성된 토템은 옐로·화이트 골드와 시그니처인 셰브런 모티브를 통해 역동적 에너지와 방향성을 더했다.

그녀의 용기와 고귀함은 ‘포티튜드(Fortitude)’의 강렬한 라인과 존재감 넘치는 젬스톤에서 포착된다. 용기, 고귀한 마음, 위대한 정신은 모든 신화를 이루는 근본적 특성, 즉 그녀를 이끄는 본질적인 자질을 표현한다. 여기서 그녀는 좀처럼 보기 힘든 캄보디아산 ‘지르콘(Zircon)’을 발견하게 된다. 하이 주얼리에서는 매우 드문 천연 지르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결정체로 꼽히며 선명한 색감과 본연의 투명한 광채로 잘 알려져 있다. ‘에니그마(Enigma)’는 기하학적 코드와 아쿠아마린이 얽힌 구조 속에서 모든 신화에 깃든 미스터리와 비밀을 포용한다. 이야기의 신비로움은 ‘스펠(Spell)’의 형광 다이아몬드를 통해 이어지며 하이 주얼리의 새로운 해석을 선보인다. 미시카 컬렉션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대담한 스펠 컬렉션은 특별한 다이아몬드가 발산하는 푸른 기운을 띤 형광빛이 길을 밝힌다(이 특별한 다이아몬드는 오직 자외선 아래에서만 빛을 발한다). ‘메스머리즘(Mesmerism)’에는 루이 비통 미시카의 중요한 젬스톤 중 하나인 심오한 그린 컬러의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17.18캐럿이 매달려 있다. 이름처럼 여성스러운 매혹의 힘에는 시적 감수성과 섬세한 정교함이 깃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 흐름은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가 어루만지는 공기처럼 가벼운 ‘위스퍼(Whisper)’로 이어지며 천상으로 인도하는 가운데 신성한 영감을 준다. 덧없이 흩어지는 구름 모티브를 담아낸 14점의 주얼리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밤하늘로 이끌고, 그곳에서 저녁 별 ‘시리우스(Sirius)’가 그녀의 길을 비춘다. 이는 신화적 존재들이 깃든 천상의 세계를 상징하는데 투르말린과 아쿠아마린, 탄자나이트의 강렬한 블루와 그린 컬러가 경이로움과 신성한 평온함을 자아내며 북아프리카의 밤하늘을 비추는 별자리처럼 빛난다.

여정의 끝, 마지막 단계에서는 ‘포춘(Fortune)’에 다다른다. 형태를 지닌 동시에 초월적인 결실인 포춘은 금빛 옐로 주얼리와 오렌지 옐로·화이트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눈부신 구조물에 담겨 있다. 인도와 통찰, 깨우침을 지향하는 포춘은 초기 루이 비통 하이 주얼리 시그니처 디자인 중 하나인 대담한 하이칼라 목걸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트라이엄프(Triumph)’에서는 회복과 재생을 예찬하며, 이는 불사조의 비상과 루이 비통 V 형태로 정교하게 조각된 골드 피스로 상징된다.

이 모든 것은 ‘빅토리(Victory)’에서 절정에 이른다. 찬란한 월계관을 연상시키는 화이트 골드 레이어 구조 위에 정교하게 세팅한 컬러 다이아몬드가 눈부시게 펼쳐지는 목걸이, 3.31캐럿의 페어 컷 팬시 비비드 핑크 다이아몬드와 1.01캐럿의 그린 다이아몬드가 어울린 반지 등등. 컬러 스펙트럼 전반을 아우르는 수집가적 가치를 지닌 컬러 다이아몬드는 성공에 대한 찬가를 상징한다. 빅토리는 화려한 월계관에서 영감을 받아 골드리프를 섬세하게 엮은 패턴의 마스터피스 목걸이로 컬러 다이아몬드 38개를 독특한 배열로 엮었다. 그 독특한 색조가 오렌지와 옐로, 그린에서 블루, 퍼플과 핑크에 이르기까지 전 스펙트럼을 아우르는데 무려 19.71캐럿에 달한다. 그리고 컬러 다이아몬드 한가운데 자리한 3.88캐럿의 LV 모노그램 스타 컷 다이아몬드 아래 세팅된 3캐럿의 팬시 비비드 오렌지·옐로 페어 컷 다이아몬드에서 정점을 이룬다.

각 단계와 각각의 고유한 주얼리가 어우러져 그녀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며 현대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신화를 만들어낸다. 각 테마는 루이 비통 여성의 영웅적 운명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착용자가 자신의 개인적인 여정을 찬란함과 자신감, 정체성과 함께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이 같은 신화적 서사와 여정, 이를 위한 원초적 에너지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장소가 바로 마라케시.
흥미로운 것은 루이 비통이 이제 하이 주얼리를 단순한 고가 럭셔리 제품이 아니라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라케시 이벤트는 런웨이와 갈라 디너, 현대미술 전시와 건축적 공간 연출이 뒤섞인 하나의 몰입형 설치 작품에 가까웠다. 이벤트에 초대된 프레스와 VIP들은 보석을 쇼케이스 안에서만 바라보지 않았다. 붉은 흙벽과 사막의 바람, 예술품처럼 배치된 오브제 사이를 걸으며 메종이 구축한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갔다. 그 풍경은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를 닮아 있었다. 트렁크를 들고 미지의 도시로 향하던 여행자의 시선, 낯선 문명과 공예를 수집하던 호기심, 그리고 광물과 보석 안에서 시간을 읽어내려는 집요함. 그래서 마라케시에서 선보인 미시카는 단순히 화려한 하이 주얼리 이벤트가 아니라, 지구와 역사, 여행과 공예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 거대한 감각의 아카이브처럼 느껴졌다.

루이 비통은 하이 주얼리의 미래를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 더 크고 희귀한 다이아몬드일까, 아니면 더 정교한 장인 정신일까. 마라케시에서 공개한 2026 미시카는 그 답이 의외로 지구의 가장 오래된 기억에 있다고 말한다. 먼저 행사는 모로코의 상징적인 호텔인 로열 만수르에서 시작됐다. 이국적인 호텔 곳곳에 진열된 주얼리를 먼저 마주한 후 해가 지자 무대는 마라케시 외곽 아가파이 사막으로 옮겨졌다. 황톳빛 성채와 사막의 적막, 석양, 불꽃과 별빛이 어우러진 풍경은 이번 컬렉션이 말하고자 하는 거대한 서사를 위한 완벽한 배경이 되었음은 물론. 엘렌 다로즈(Hélène Darroze, 미쉐린 3스타 셰프이자 로열 만수르 호텔 내 레스토랑 ‘La Grande Brasserie’와 ‘La Grande Table Marocaine’ 총괄 셰프,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 여성 셰프 캐릭터 ‘콜레트’의 실제 모델)가 사인한 만찬이 주얼리 쇼 뒤로 이어졌다.
최근 몇 년간 루이 비통은 모노그램 스타 컷 다이아몬드, V 모티브, 트렁크 제작 기술에서 비롯된 그래픽적 요소를 통해 하이 주얼리 언어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미시카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컬렉션의 중심에는 오렌지·블루·그린·핑크·퍼플 등 희귀한 컬러 다이아몬드 38개를 집약한 ‘스테이트먼트 목걸이’가 자리한다. 여기에 모잠비크산 루비, 임페리얼 토파즈, 캐츠아이 토파즈 등 하이 주얼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원석이 더해졌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블루 지르콘의 등장이다. 지르콘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광물로 꼽히며, 일부는 30억 년이 넘는 시간을 품고 있다. 메종은 이 고대의 원석을 80캐럿이 넘는 대형 스톤으로 선보이며 보석의 희소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확장했다. 물론 남성들을 위한 브로치와 팔찌 같은 하이 주얼리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시카가 특별한 이유는 보석을 사치품이 아니라 지구가 수십억 년에 걸쳐 만들어낸 기록물로 바라본 점이다. 광물이 탄생하기까지의 시간, 대륙의 이동, 화산활동, 지구 깊은 곳에서 일어난 지질학적 변화까지 하이 주얼리의 언어로 번역했기 때문.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마라케시만큼 적합한 장소가 있을까? 사막과 암석, 마른 강바닥, 아틀라스산맥의 눈, 흙과 불의 풍경은 지구의 원초적 에너지를 떠올리니까. 밤이 완전히 내려앉자 행사의 분위기는 또 한 번 극적으로 전환됐다. 카스바 디프 성벽 위로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예고 없이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인공조명이 거의 없는 아가파이 사막의 밤하늘을 가득 채운 불꽃은 조금 전까지 쇼케이스 안에서 반짝이던 다이아몬드와 컬러 스톤이 하늘로 흩어져 빛을 발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폭죽이 터질 때마다 성벽은 금빛으로 물들었고, 다시 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 장면은 미시카 컬렉션이 이야기하는 지구의 시간과 광물의 탄생을 시각적으로 압축한 순간처럼 느껴졌고, 수십억 년 전 지구 깊은 곳에서 형성된 원석이 장인의 손을 거쳐 하이 주얼리로 탄생하고, 다시 빛으로 환원되는 듯했다! 나는 다른 게스트와 마찬가지로 휴대폰 카메라의 촬영 버튼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탄성을 지르며, 그토록 아름답고 황홀한 밤의 한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결국 이날 밤의 불꽃놀이는 미시카가 담고 있는 세계를 가장 감각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드넓은 사막의 적막,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 그 위를 수놓은 불꽃까지. 루이 비통은 보석을 통해 시간을 이야기했고, 그 시간을 한 편의 압도적인 풍경으로 완성했다. TG
- 패션 디렉터
- 손은영
- 포토
- Courtesy of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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