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속에 존재하는 중금속

깨끗하게 정비된 21세기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 중금속에 노출돼 있다?
수은, 납, 카드뮴, 비소 등의 유해 미네랄은 대부분 우리 인간에 의해,
우리가 숨 쉬는 생활환경 속에 방출되고 있다.



공업지대에 살거나 심각하게 오염된 물을 사용하는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중금속 중독은 남의 일이다? 혹은 분가루에 납을 섞어 발랐다 죽음에 이른 여인들, 비소가 든 화장품 때문에 8년 동안 600명이 의문사한 사건 등 중금속 중독은 멋모르던 중세 시대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깨끗하게 정비된 21세기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역시 일상적으로 중금속에 노출돼 있다. 수은, 납, 카드뮴, 비소 등의 중금속, 즉 유해 미네랄 대부분이 우리 인간에 의해 우리가 숨 쉬는 생활 환경 속에 방출되고 있으니까. “환경이 달라졌으니까요. 예전보다 환경호르몬(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해 내분비계에 혼란을 일으키는 환경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가 흔해졌죠. 주기적으로 펌과 염색을 하고 화장품도 많이 쓰죠. 모두가 자동차로 이동하고, 공원엔 제초제가 뿌려지고, 미세먼지는 심하고…. 지금도 보세요. 스마트폰으로 통화하고 있잖아요. 수십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이 달라졌고, 알게 모르게 중금속, 전자파,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어 몸속 면역 체계가 깨지고 있는 겁니다.” 린 클리닉의 김세현 원장은 중금속 중독은 ‘현대병’이라고 말했다. “후진국일수록 감염 질환이, 선진국일수록 알레르기 질환이 많죠. 지나치게 깨끗하고, 뭐든 편리하게 만들려는 욕심이 환경호르몬, 중금속 중독을 부추기는 겁니다.”

‘납, 수은, 비소라니! 난 그런 중금속 근처에는 간 적도 없다’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우린 의외로 중금속과 밀접하게 생활하고 있다. 한 예로 ‘빨간약’을 기억하는가. 머큐로크롬이라 불리는 이 제품도 수은 화합물인 수용액이다. 살균 작용과 함께 신경에 작용해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기에 최근까지도 사랑받았던 소독약이다. 치아 보충제로 사용되는 아말감도 마찬가지. 아말감에서 나온 납으로 중금속 중독 증상을 일으킨 경우는 적지 않다. 또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김밥을 매일 먹은 사람은 알루미늄 수치가, 골프를 많이 치는 사람은 제초제에 의한 비소 수치가 높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중금속이 쌓이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차움 안티에이징 센터 박병진 교수는 “가볍게는 피로, 두통, 면역력 저하, 탈모, 대사 질환 등이 흔히 나타날 수 있고, 중금속에 따라서는 암, 심혈관계 질환,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된 것들도 있습니다. 혈액 내 점도를 높여 혈액순환을 저하시키고, 나아가 동맥경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신경독성, 혹은 발암성으로 인해 치매, 신경염, 혹은 암과의 관련성도 보고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중금속 오염의 진실>을 쓴 오모리 다카시는 중금속 중독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를 집 짓기에 비유해 설명했다. ‘건강’이란 집을 지으려면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토대는 5대 영양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며, 이 위에 기둥을 잘 세워야 건강이란 지붕을 얹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토대에 잡동사니나 불필요한 돌덩이가 섞여 있다면? 건물이 기울거나 균열이 가는 건 시간문제다. 중금속이 바로 이런 불필요한 돌덩이들이다. 건강 보조 식품이란 보조 기둥을 세워보려 해도 쉽지 않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돌덩이를 없애는 것. 몸에 좋다는 것을 더하기에 앞서, 해롭고 불필요한 것을 빼내는 마이너스 건강법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금속으로 요리를 하다
그렇다면 왜 중금속이 체내로 들어오는 걸까. 가깝게 주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중금속 오염 가능성만 알아도 섬뜩하다. 노후된 수도관을 통해 흘러나온 수돗물은 납을 함유할 수 있고, 코팅이 벗겨져 눌어붙는 프라이팬을 계속 사용하거나, 코팅 프라이팬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고 가열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찌그러지거나 황금색이 사라져 속이 은색으로 변한 양은 냄비에 계속 조리를 하는 것도 금물. 양은 냄비에 끓인 김치찌개는 기가 막히게 맛있지만 알루미늄을 함께 섭취하고 싶지 않다면 지체 없이 교체해야 한다. 쿠킹 포일을 깔고 고기, 생선 등을 굽는 것도 피해야 한다. 숯불이나 가스 불이 포일을 녹일 정도로 강하진 않은데, 문제는 소금, 양념 등과 만났을 때!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알루미늄이 용출되기 때문에 이제 소금 대하구이와 캠핑용 포일구이는 잊도록 하자. 금속제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인 후 남은 물을 계속 사용하는 것도, 표백 방부 처리된 일회용 젓가락으로 국물 요리를 먹는 것, 맥주와 탄산음료 등 캔 음료를 컵에 따르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것(침이 알루미늄을 녹인다)도 유해 미네랄을 들이켜는 행위다. 조리 시 환기도 중요하다. 조리 과정에서 생기는 유해 물질의 양은 상상 그 이상. 특히 구이와 튀김 요리 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농도는 중국발 스모그가 최악이었을 때보다도 높은 수치다. 박병진 교수는 “주방에서 요리 중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호흡기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으며, 만성화되면 만성기관지염, 혹은 발암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잦은 환기가 가장 중요하고, 기관지가 약하거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라면 친환경 주방 용구를 사용하거나 직접적인 가스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혼자 사는 1인 세대가 늘어나면서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고, 잘못된 주방 조리용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중금속 중독의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사율이 낮을수록, 뚱뚱할수록 위험하다
다행스럽게 우리에겐 자정 능력이 있다. 중금속이 들어왔다고 전혀 배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해 미네랄이 몸 밖으로 배출돼 그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메틸수은 70일, 납 10년, 카드뮴 수십 년). 또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매일 꾸준히 몸속에 침입해 어디선가 자리를 잡고 틀어박히면 생각지 못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들어오는 양을 줄이고 유해 미네랄을 적극적으로 배출하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배출 경로는 크게 다섯 곳. 대변이 75%로, 많은 유해 미네랄이 음식 형태로 섭취되는 만큼 이것이 내장에 쌓이지 않게 활발히 내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20%는 소변. 혈액이 콩팥을 돌아 나갈 때 몸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노폐물이 분리되는데, 이때 유해 미네랄도 노폐물과 함께 수분에 섞여 배출된다. 물을 자주, 많이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다음은 땀. 김명신 원장은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인간은 매일 1리터의 땀을 흘린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해독 작용을 위해서는 피지샘을 통해 나오는 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은의 경우 피부를 통해 땀으로 잘 빠져나가는 만큼, 유산소운동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3%는 폐를 통한 호흡. 그리고 아주 적은 양이지만 모발, 손발톱을 통해서도 빠져나간다. 손발톱 주변을 자주 마사지해주면 그 양을 늘릴 수 있다. 영민한 독자라면 이미 눈치챘겠지만, 배출 경로는 특별한 곳이 아니다. 결국 대사와 순환이 활발한 신체를 유지하는 것이 중금속 배출의 키워드다.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려 기초대사량을 늘리고,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갖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건강의 황금 법칙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더불어 림프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림프 마사지, 호흡 명상, 아로마 요법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위험 요소는 다름 아닌 지방! 우리 몸에 들어오는 모든 독소가 축적될 때는 지용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뚱뚱한 사람은 지방이 적은 사람에 비해 축적된 중금속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김명신 원장은 강조했다. “지방은 독소 창고인 셈이죠. 즉, 비만을 해결하는 것도 중금속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또 이런 지용성 독소를 수용성으로 바꾸는 해독 기관은 간으로, 우리 몸속의 유일한 필터죠. 간이 독소를 수용성으로 바꿀 때 도움을 주는 비타민, 글루타싸이온 등 항산화 물질을 섭취하는 것도 독소 배출에 도움이 됩니다.”

중금속을 해독하는 위대한 밥상
음식도 중요한 요소다. 식품을 통해 유해 미네랄을 섭취할 수도, 배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혈중 수은 농도는 미국, 독일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 가장 큰 원인은 어패류 섭취에 있다. 특히 먹이사슬 상부에 해당하는 대형 생선(참치, 고래, 상어 등)에는 바닷물보다 약 1만 배의 수은이 농축된다. 껍질과 내장은 제거하는 것이, 생선회보다는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며, 임산부는 대형 생선 섭취를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도 한 달에 한 번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또 강가에서 캔 나물(방출된 하수의 중금속을 머금고 있다)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축산물의 지방(지방에 중금속이 자리 잡는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찬가지. 마블링의 실체는 아름답지 않다)도 경계 대상이다. 물론, 잘못된 금속 조리 도구 사용으로 음식에 중금속이 스며드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스테인리스는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스테인리스도 합금이기 때문에 질 나쁜 스테인리스 제품에서는 카드뮴과 알루미늄이 녹아 나올 수 있다. 이를 철 수세미 등으로 문질러 씻으면 흠집이 생겨 세제나 음식물 찌꺼기가 낄 수 있으니 부드러운 수세미나 행주로 설거지하도록 하자. 요리를 한 후(특히 양념이 강한 요리일 경우)엔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그대로 담아두는 것을 피하고, 환자식이나 이유식처럼 가장 안전해야 할 음식을 조리할 때는 유리 냄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중금속 배출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마늘, 파, 양파, 부추, 생강, 고수 등의 양념이나 향신료에는 유독 성분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으니 듬뿍 사용하도록 하자. 또 항산화 식품이라 불리는 식재료(브로콜리, 토마토 등), 펙틴 성분이 풍부한 사과도 도움이 된다. 가능한 무농약이나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선택하고(농약 자체가 중금속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기나 채소를 뜨거운 물에 데치면 유독 물질이 일부 제거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필수 미네랄! 유해 미네랄이 축적됐다 해도, 평소 필수 미네랄(철, 아연, 구리, 코발트, 크롬, 요오드 등)을 충분히 보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건강 상태는 크게 다르다. 같은 환경에 살아도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질환이 생기지 않은 사람이, 비슷하게 생선을 많이 먹는데도 중금속 수치가 낮은 사람이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실험용 쥐에 이염화수은을 투여하면 7일 만에 모두 죽는데, 셀레늄을 함께 투여하면 한 마리도 죽지 않는다. 셀레늄이 수은의 독성을 중화하기 때문이다. 칼슘, 철은 카드뮴 흡수를 억제하고 독성을 약화시키며, 황은 셀레늄과 결합해 수은, 비소, 납, 카드뮴의 독성을 없앤다. 또 우리 몸은 유해 미네랄을 잡아주는 메탈로티오네인이란 ‘디톡스 단백질’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활성화시켜주는 것이 아연. 아연 보조제를 복용하거나 평소 굴, 간, 붉은 살코기 등 아연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킬레이트 치료, 모발 검사, 독소 치료
중금속은 수치가 심각해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고,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가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은 ‘스트레스’ ‘과로’ ‘과민성’이란 단어를 거론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안전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유해 미네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싶은 당신이 선택 가능한 것은 모발 검사다. 김명신 원장은 “피로감이 심하다, 방사능과 중금속이 심각한 지역으로 여행을 자주 간다, 대형 생선을 즐긴다, 캔과 인스턴트식품을 자주 접한다, 해독 능력이 떨어진다, 뚱뚱하다,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있다, 여러 방법을 강구했지만 피부에 문제가 있다 등의 증상이 의심된다면 모발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김세현 원장은 모발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건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비해 모발 검사 결과의 정확도가 많이 높아졌죠. 그러나 모발 검사가 정상이라고 건강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발 검사를 권하는 이유는 수많은 환경 유해 물질 중 거의 유일하게 수치로 확인 가능한 검사이기 때문이죠. 이 수치가 좋지 않으면 다른 환경호르몬에도 노출된 환경에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성조숙증이나 자폐증, 기능 장애 등을 보인 후에 중금속, 호르몬 수치에 이상이 있는지 알아봐야 소용이 없잖아요. 자신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도움이 될 수 있죠.”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원할 때는 킬레이트 치료를 할 수 있다. EDTA 킬레이트제를 주사로 투여하면 몸속 유해 미네랄을 질소나 산소를 가진 집게로 꼼짝 못하게 집어서 몸 밖으로 배출한다. 이는 심혈관계 질환 치료로 사용되던 것인데, 현재는 중금속 항산화 치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김세현 원장은 그렇다고 킬레이트 치료를 가볍게 여기진 말라고 조언했다. “유해 미네랄만 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필수 미네랄도 빼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 후 혈액검사, 필수 미네랄을 채워주는 등의 노력을 해야하고, 또 주사제를 직접 투여하는 것이라 사람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즉, 경험이 많고 노하우가 있는 의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연한 공포심을 조장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어떤 행동이 중금속 중독을 조장하는지 아는 것이다. “스타벅스 일회용 종이컵을 멋지다고 들고 다니지만 몸을 생각한다면 결코 아름다운 행동이 아니죠.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건 최악이죠. 만약 이런 행동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안다면 똑같이 행동하지 않겠죠.” 결국 유해한 환경을 인지해 가능한 한 피하거나 개선하고, 면역력과 대사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취재 후, 나는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컵과 젓가락을 따로 준비했다. 또 철수세미로 박박 닦아왔던 스테인리스 냄비, 코팅이 살짝 벗겨진 프라이팬은 미련 없이 버렸다. 가능하면 유기농 채소를 구입하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고,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 섭취를 줄였다. 물론 운동도 한다. 귀찮지 않느냐고? 우리가 인터넷 쇼핑과 맛집 검색, 모바일 오락에 쏟는 노력의 10분의 1만 들여도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중금속 중독까지 신경 쓰는 유난스러운 생활 지침이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다만 실행하지 못했던, 건강한 삶을 위한 행동 강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