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진통제 처방전

이제 약국에서 “진통제 주세요”란 말은 금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진통제 애드빌 출시와 함께, 타이레놀과의 한판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증상과 몸 상태에 꼭 맞는 진통제를 꼼꼼히 따져 복용해야 할 때다.

드디어 애드빌이 국내에 진출했다. 약 좀 안다는 이들이 미국 출장길에 꼭 챙겨오던 이 진통제는 1984년 FDA 승인을 받은 후 60년 역사의 타이레놀을 따돌리고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진통제가 됐다(세계 50여 개국 연간 매출액이 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애드빌의 등장이 이슈가 되고 있는 건 애드빌이 국내 진통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이 아닌, 이부프로펜 계열의 진통제이기 때문. 다시 말해, 약사가 건네주는 진통제 대부분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이었던(타이레놀, 게보린, 펜잘큐 모두!) 국내 진통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은 성분 차이만큼 작용하는 방식, 효과, 부작용도 다르다. 따라서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과 몸 상태와 복용하는 약제를 설명하고, 진통제를 골라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 여자들은 평소에도 진통제를 사용하는 횟수가 빈번한 만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 전문가들이 속 시원히 풀어주는, 내게 꼭 맞는 진통제 선택 체크 포인트.

Q 진통제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A 진통제는 크게 마약성 진통제(병원에서 사용)와 비마약성 진통제로 나뉘고, 다시 비마약성 진통제는 해열 진통제와 소염 진통제(스테로이드성/비스테로이드성)로 나뉜다. 타이레놀 · 펜잘 · 게보린 등의 진통제, 판콜 · 판피린 · 화콜 등을 포함한 감기약은 모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제들로 ‘해열 진통제’에 해당하고, 아스피린과 애드빌 · 부루펜 등의 이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에 해당한다.

Q 어떤 증상에 각기 더 효과적인가?
A 이부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는 염증을 억제(염증, 발열 매개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차단)함으로써 수반된 통증과 발열 증상을 사라지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염증으로 인한 발열, 근육통, 귀앓이, 치통, 생리통 등에 더 효과적이다. 특히 생리통에는 통상적으로 생리 시작 12~36시간 전부터 프로스타글란딘(염증 매개 물질)의 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므로 미리 복용하면 훨씬 강력한 진통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스피린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의 대표 주자였지만, 부작용으로 현재는 진통제와 감기약보다는 뇌졸중, 심근경색 치료와 예방에 더 애용되고 있다.

반면 아세트아미노펜은 미국 맥닐사가 이런 아스피린의 부작용(특히 어린이의 라이증후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진통 · 해열 효과가 있는 성분을 발견, 타이레놀이란 자체 브랜드로 개발한 진통제이니만큼, 소염 진통제에 비해 비교적 부작용과 알레르기가 적다. 때문에 임산부와 영유아, 노인들도 복용 가능하다(식품의약품안전청 인정). 아세트아미노펜은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차단하진 않기에 소염 효과는 거의 없다)해 신체가 통증을 느끼는 기준치를 높임으로써 해열, 진통 효과를 낸다.

Q 각각의 부작용은?
A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대사되는데, 이때 생성되는 NAPQI라는 독성 대사체가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간 질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같은 이유로 술을 먹으면 알코올 분해 효소에 의해 평소보다 더 많은 NAPQI가 만들어지므로 과음 후(하루 세 잔 이상일 경우)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의 복용을 삼가야 한다. 또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하루 3,250mg 이상 과량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이부프로펜은 아스피린보다는 덜하지만 다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와 마찬가지로 위장 장애, 위출혈의 위험성이 있고, 다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와 동시 복용, 장기 복용, 음주 후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아세트아미노펜에 비해 신장 독성이 강하므로 신장 질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이부프로펜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가령 피부 증상(가렵고, 붉어지고, 벗겨지고, 물집이 생기는 등), 호흡 이상(헐떡이고, 가슴이나 목이 조여오고, 숨 쉬거나 말하기 어렵거나), 또는 얼굴, 입술, 입, 혀, 목구멍이 부풀어 오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당장 복용을 중지해야 한다. 아스피린 알레르기가 있다면 당연히 복용 금지다.

Q 각각의 복용법에 차이가 있는가?
A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는 음식물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력이 떨어지므로 공복 시 섭취하는 것이 좋고,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는 위장 장애, 위출혈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식후 30분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미지근한 물 한 컵과 복용할 때 효과가 잘 발휘되며, 올바른 용량과 용법을 지키는 것(임의로 적게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없다)이 중요하다.

Q 진통제를 끼고 사는 이들이 있다. ‘진통제 내성’이란 정말 존재하는가?
A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이거나 해열 진통제는 내성 또는 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들은 단순히 우리 몸의 과도한 염증을 가라앉혀주거나 통증을 줄여주는 것이지 항생제처럼 병원체와 대신 싸워주는 약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통제를 복용했음에도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통증 자체가 예전보다 심해졌거나 본인이 그 진통제와 맞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카페인이 동반된 일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의 경우 장기간 복용하면 카페인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 현재는 판매 중단된 게보린, 사리돈, 펜잘(지금은 펜잘큐로 리뉴얼해 판매 중)이 이에 해당된다.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면 아세트아미노펜의 진통 효과가 강화된다는 것이 카페인을 추가한 이유. 그러나 카페인에 의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위산 분비가 증가되므로 심혈관 질환, 위궤양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또 이는 카페인성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Q 유효기간이 지난 진통제는 약효가 떨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변질 등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것인가?
A 처음 약물의 효과를 100%라고 할 때, 점점 소실돼 90%까지 유지되는 기간을 약품의 사용기한(유효기간)이라고 한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복용하면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알약의 경우 2년 이상 지났다면 버리는 것이 좋다. 알약의 유효기간은 2~3년 정도지만,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한 조건에 잘 보관했을 때의 기간이다. 포장을 벗긴 알약은 일주일 이상 지나면 약효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