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Style Tour

플래그십 스토어는 패션계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마다 가장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 스타일 숍은 바로 자동차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베이징, 파리, 도쿄, 뉴욕에서 투어 코스로도 충분한 체험공간 네 곳을 꼽았으니 북마크를 권한다.

 

베이징 산리툰_벤츠 ‘메르세데스 미 (Mercedes Me)

자동차 회사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엄밀히 말해 브랜드 체험 공간이다. 고객들에게 호감을 끌고 자신들의 가치를 전하는 것에 집중한다. 사실 벤츠는 꽤 오랫동안 베를린과 뉴욕을 비롯한 유명 패션위크의 대형 스폰서 중 하나였다. 별도의 컬렉션을 제안할 정도로 <보그>의 독자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의 플래그십 스토어 ‘메르세데스 미’는 2014년 독일 함부르크를 시작으로 밀라노와 도쿄, 홍콩 등 전세계 트렌드의 주요 지점에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 벤츠는 베이징의 명품거리, 산리툰에 새로운 공간을 열었다. 800명 수용이 가능한 역대 최대 규모로 트렌디 한 카페와 다이닝을 통해 컨벤션 공간을 자처한다. 디지털 전시의 기술력을 느낄 수도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터치 테이블에서 취향에 맞는 내 차를 골라 보고 최신 벤츠를 시승해 볼 수도 있다. 쇼핑에 도통 관심이 없는 남자와 여행 중 잠시 쉬어 갈 데이트 코스로 적격일 듯.

 

파리 샹젤리제_르노 ‘아뜰리에 르노 (L’Atelier Renault)

파리의 중심, 샹젤리제 거리에는 서울의 도산사거리만큼이나 갖은 자동차 전시장이 즐비하다. 푸조나 시트로엥도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100년 역사의 ‘아뜰리에 르노’. 우리나라에선 르노삼성으로 부르는 르노의 특별한 체험 공간이다. 르노가 ‘프랑스 국민 브랜드’인 만큼, 부담 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친근함을 콘셉트로 기획되었다. 한창 시절의 카스텔 바작이나 라코스테를 연상시키는 프랑스 특유의 컬러 플레이로 꾸민 곳에서 한 밤까지 차와 음식,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까지 있어서 ‘리얼 파리지엥’의 일상을 훔쳐 보기에도 적격인 곳. 무엇보다 현지 사람들이 권하는 이유는 파리의 전반적인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명당이란 점과 주변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는 늦은 밤이나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는 사실이다.

 

도쿄 아오야마_렉서스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 (Intersect by Lexus)

요지 야마모토나 겐조, 무인양품을 동시에 떠올려 보라. 헤리티지와 스트리트 문화 사이에서 일본 디자이너들 만의 섬세한 정서가 분명히 있다. 어딘가 모르게 한 발 물러선 듯한 느낌도 포함해서 말이다. 아마도 렉서스가 생각한 럭셔리의 중요한 포인트도 비슷했던 것 같다. 사람 사이의 각별한 관계와 교류를 키워드로 꼽았고 그 장을 연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도쿄 아오야마에 작지만 밀도 있는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를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도쿄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이 모이는, 미팅 장소가 됐으니까. 톰 브라운과 홍콩 리츠 칼튼, 유니클로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만든 공간 디자이너 마사미치 카타야마의 설계 속에 토와 테이의 선곡이 흐르는 이 곳. 각별히 이 공간만을 위해 디자인한 그릇에 수준 높은 다이닝까지 제공하니, 안 갈 이유가 없다. 그 값이 주변 상점 보다는 합리적이라고. 단, 차는 한 두 대 밖에 볼 수 없다. 비슷한 이유로 잠실 롯데월드몰 1층에 ‘커넥트 투’ 카페를 운영한다.

 

뉴욕 허드슨 스트리트_캐딜락  ‘캐딜락 하우스 (Cadillac House)

요즘 아메리칸 럭셔리 스타일이 궁금하다면 랄프 로렌 하우스뿐만 아니라 ‘캐딜락 하우스’를 꼭 방문해야 한다. 캐딜락은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자신들이 114년 전 태어난 뉴욕으로 돌아와 소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갤러리 타입의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컨벤셔널 갤러리’라 이름 붙인 캐딜락 하우스는 패션과 아트 분야에서 이름 높은 창작집단, 비저네어(Visionaire)가 전체 기획을 맡고 있다. 비저네어는 그들이 만드는 특별판 매거진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여러 패션 명품 브랜드의 전시 기획으로도 유명하다. 뉴욕의 커피 브랜드 조(JOE)의 바텐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CFDA(미국패션디자인협회)가 공동 선정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패션 소품과 의상을 바로 옆 리테일 랩(LETAIL LAB)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뉴욕 패션 위크의 런웨이와 셀러브리티들의 디제잉 파티가 열리는 때가 아니라도 즐길 거리는 풍성하다. 패션 포토그래퍼 리처드 아베돈과 앤디 워홀 회고전 등 내공 있는 전시가 항상 무료로 열리고 있는 또 하나의 문화공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