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Rad Guys

2023.02.26

by VOGUE

    Rad Guys

    수컷의 으르렁거림이 들릴 듯한 남자들. 박중훈, 주진모, 양익준, 김무열, 지수가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로 돌아왔다. 이 세상에서 증발한 정의를 찾아 악의 도시를 헤매는 나쁜 녀석들에게 두려움은 없다. 악에 대항하는 승부는 더 강하고 지독해졌다.

    주진모의 숄 칼라 재킷과 팬츠는 클래스(Class at 1LDK Seoul), 티셔츠는 고샤 루브친스키×아디다스(Gosha Rubchinskiy × Adidas at 10 Corso Como).

    주진모의 숄 칼라 재킷과 팬츠는 클래스(Class at 1LDK Seoul), 티셔츠는 고샤 루브친스키×아디다스(Gosha Rubchinskiy × Adidas at 10 Corso Como).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장르 드라마 시대의 서막을 알린 작품이었다. 경찰과 검사가 잡지 못한 범죄자를 형무소에 갇혔던 범죄자가 소탕하는 이야기는 ‘악인이 악인을 잡으면 정의인가’라는 논란을 낳았고, 확실한 캐릭터로 완벽한 오락성을 인정받았으며, 울분이 터지도록 답답한 사건을 해결해주는 ‘대리 만족 드라마’로 화제를 낳았다. 매일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일터로 출근하는 우리에게 각목을 휘두르며 날아다니는 조폭들로 가득 찬 물류 창고, 가로등이 깜박거리는 골목길, 협박과 거짓 증언이 오가는 취조실은 실존하는 현실이자 완벽한 판타지 세계다.

    양익준의 빈티지 라이더 재킷은 쇼트(Schott), 그레이 터틀넥은 휴고 보스(Hugo Boss), 블랙 진은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양익준의 빈티지 라이더 재킷은 쇼트(Schott), 그레이 터틀넥은 휴고 보스(Hugo Boss), 블랙 진은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눈을 질끈 감고 싶을 정도로 잔인한 폭력이 난무하고, 귓가에 거친 욕설이 윙윙 울리며, 피해자들의 사연에 가슴 졸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범죄 스릴러 드라마에서 나쁜 놈은 잡힌다는 사실을 그리고 합당한 벌을 받을 것이라는 결론을. 희망을 전제로 한 잔인함은 해피 엔딩의 다른 얼굴이고 지금 이 시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 지금도 <나쁜 녀석들>을 떠올리면 음습한 공기와 모공까지 거친 기운이 서려 있던 배우들의 이죽거리는 얼굴이 생각난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정의보다 돈, 정의보다 출세가 우선하는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고,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라는 새로운 판이 짜였다. 더욱 거대하고 독해진 판에 입장한 주인공은 박중훈, 주진모, 양익준, 김무열, 지수다. 이름 석 자만으로 기대를 품게 하는 배우이자 날것의 수컷 냄새를 풍기는 거친 남자들. 세대를 아우르는 나쁜 녀석들 군단의 탄생 후 <나쁜 녀석들> 제작진은 ‘악의 도시’라는 부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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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 썰어놓은 것 같은 작품.” 돈이면 뭐든 하는 ‘또라이’ 형사 ‘장성철’을 연기하는 양익준이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를 설명하고자 든 비유다. 예고편에서 광기 어린 눈으로 소리 지르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 생선만 썰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배우의 촉이 있잖아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막 몸에 있는 털이 서더라고요. 지난 정권에서 만들었으면 방송도 못했겠다 싶을 정도로 현실 비판적인 요소가 많았어요. 이 드라마에서 우리는 모두 꼭두각시예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하고 촘촘한 조직이 우리를 조종하죠. 그나마 인물들이 또라이에 가까워서 마리오네트처럼 움직이려고 해도 다른 쪽으로 가려고 힘을 쓰기는 하지만, 결국엔 다시 돌아오고 커다란 어떤 힘에 의해서 좌지우지돼요. 이 드라마는 정말 좀 쇼크예요. 홀같이 시커메요.” 사회 부조리나 사회에 대한 잘못된 질서가 현실과 너무 똑같아서 발생하는 공포가 있다. 대본에서 읽은 스토리가 며칠 뒤 뉴스에서 나오는 일이 허다했고, 대본은 마치 예언집 같았다.

    김무열의 무톤 재킷은 오프화이트(Off-White),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Levi’s), 첼시 부츠는 생로랑(Saint Laurent).

    김무열의 무톤 재킷은 오프화이트(Off-White),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Levi’s), 첼시 부츠는 생로랑(Saint Laurent).

    현실을 브라운관으로 옮긴 ‘리얼리즘’은 주진모를 ‘악의 도시’로 끌어당기는 요인이 되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 <사랑하는 은동아>에 연이어 출연하며 거친 역할에 목말라 있을 즈음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대본이 도착했다. “처음에 조폭 역할이라고 해서 ‘또 힘 주는 역할로 나오면 사람들이 싫어할 텐데’ 하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시놉’이랑 대본을 읽어봤는데 그냥 치고받는 액션이 아니라 거친 사내지만 그 안에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이 정확하게 있었어요. 이런 인물이라면 장르를 따질 것이 아니라 해야 되는구나 싶었죠.” 주진모는 한정훈 작가와 한동화 감독을 만난 첫 술자리에서 2시간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과거를 숨긴 조직 폭력배 ‘허일후’를 연기한다. “촬영에 들어가보니 더해요. 유흥가를 묘사할 때도 사실적으로 나오니까 세다고 체감할 수밖에 없어요. 진짜 뉴스에서 보듯 상황이 연출되고 대사도 정제하지 않고 리얼하게 갑니다. 촬영장 가서 놀랄 때도 많아요. ‘여기 진짜가 아니라 세트였어?’ 하고요.”

    박중훈의 체크 패턴 스리피스 수트는 맨온더분(Man On The Boon), 터틀넥은 유니클로(Uniqlo).

    박중훈의 체크 패턴 스리피스 수트는 맨온더분(Man On The Boon), 터틀넥은 유니클로(Uniqlo).

    현실감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배우들의 얼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출연 배우들은 아무도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다. 물론 헤어 스타일링도 하지 않는다. 양익준이 고민하는 건 ‘어떻게 하면 더 지저분할 수 있을까’다. 스태프들에게 “‘드럽게’ 더럽게”를 요청하며 ‘더러움의 온도’를 맞춰가는 중이다. 지수는 다른 사람 대신 감옥에 갔다가 거액의 돈을 챙기는 ‘한강주’를 상상하며 머리를 바싹 깎고 피부를 태웠다. 이들 다섯 배우가 얼굴에 묻히는 건 오로지 피범벅 분장뿐이다. “피 분장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내가 이만큼 다쳤구나, 이 정도 힘듦을 표현해야겠구나 생각해요. 이 장면에서 어떻게 해야 멋있게 나올까 생각하지 않으니까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메이크업 여부와 상관없이 한결같이 잘생긴 주진모의 전언이다. 참고로 <보그> 촬영이 있던 날,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저녁 촬영이 남아 있던 김무열은 화보 촬영용 메이크업을 깨끗이 지우고 마치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듯 깨끗하고 맑고 자신 있는 얼굴로 현장을 떠났다.

    다섯 배우로부터 두 달 정도 진행된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촬영 현장 상황을 들어본 바를 종합하면, ‘미치도록 고되지만 이보다 흥미진진할 수는 없다’로 정리된다. ‘영화 같은 드라마’라는 타이틀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악의 도시’의 스케일은 전작을 훌쩍 뛰어넘는다. 1회 분량을 한 달 가까이 찍은 건 이미 현장의 전설이 된 이야기. “다음 주에는 300명이 싸울 거예요. 드라마에서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싶어요. 박중훈 선배를 선두로 5~6명이 쳐들어갈 건데, 되게 영화적이죠. 그런데 그 안에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굉장히 사실적이에요. 평생 한 번이나 경험할 수 있는 액션 장면 아닐까 생각해요. 그다음 주가 되면 500명이 싸울 거 같아요.(웃음)” 양익준은 이 정도면 ‘반지의 전쟁’ 아니냐며 혀를 내둘렀다. 명량대첩 부럽지 않은 스케일이다.

    주진모의 블랙 코트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티셔츠는 유니클로(Uniqlo), 첼시 부츠는 유니페어(Unipair).

    주진모의 블랙 코트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티셔츠는 유니클로(Uniqlo), 첼시 부츠는 유니페어(Unipair).

    남자로 태어나 검사 역할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에 흔쾌히 ‘노진평’ 역할을 맡은 김무열은 검사 책상에 몇 번 앉아보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바깥 생활만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가 딱 보통 사람만큼의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과 다니다 보니까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리고 액션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래서 체력 관리를 하기 위해 진짜 틈나면 자고요. 원래 다른 작품 할 때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몸 관리를 하는데 이번에는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차 안에 먹을 거 갖다놓고 영양 섭취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본격 액션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지수는 그야말로 육체적으로 혼란스럽다. “몸을 그렇게 잘 쓰는 편이 아닌데, 싸움꾼 캐릭터라서 엄청 싸워요. 무기를 쓰는 것도 아니고 맨손으로 싸웁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액션에 소질이 없나 싶어 실망하고 집에 가서 연습하고 길거리에서도 발 차기를 했어요.(웃음) 길거리 파이터 분위기를 내기 어려워서 영화도 찾아봤어요. <레이드 2> 액션이 진짜 멋있어서 ‘아, 저런 느낌이구나’ 했지만 또 잘 안 돼요. 자신감을 얻었다가 촬영하다 보면 의기소침해지고, 그런 과정의 연속이에요. 하지만 전부터 액션 연기는 꼭 한번 해보고는 싶었어요. 멋있잖아요.(웃음)” 지수는 액션 연기 최고 능력자로 주진모를 꼽았지만 주진모는 이 인터뷰 내용을 듣지 못한 채 조용히 말했다. “다른 촬영장에서는 액션 신 찍고 나면 뭐라고 말이라도 하는데 여기서는 다 똑같이 하니까 아프다고 얘기도 못하겠어요. 왠지 약해 보이는 거 같아서. 특히 지수한테는 한참 형이라서 더 못하겠더라고요.” 사나이들의 자존심은 액션 연기 후에 찾아오는 것이었다. ‘구강 액션’에도 애로 사항이 따른다. 드라마다 보니 욕설의 수위에 한계가 있다는 것. 아무리 악한 악인을 만나도 ‘아이씨’와 ‘새끼’ 정도에서 끝내느라 배우들의 입술은 늘 움찔움찔한다.

    양익준의 그레이 셔츠는 오어슬로우(orSlow at Iamshop), 울 팬츠는 유니클로(Uniqlo).

    양익준의 그레이 셔츠는 오어슬로우(orSlow at Iamshop), 울 팬츠는 유니클로(Uniqlo).

    현장에서 흘리는 피와 땀의 양이 늘어날수록 다섯 배우들은 점점 더 끈끈해지는 상태다. 김무열이 말했다. “같이 고생하다 보니까 술도 마시면서 친해졌죠. 무엇보다 재미있고 즐거운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현장에서는 딱 충족돼요. 정말 즐겁게 재미있게 찍고 있어요. 중훈 형님이 가장 선배님이신데 본인의 모자란 점 같은 것들을 후배들 앞에서 있는 그대로 말씀을 하세요. 오히려 저희한테 물어보기까지 하세요. 제일 형님께서 그렇게 해주시니까 현장이 자연스럽게 화기애애해졌죠. 정말 서로 허울을 벗었어요.” 주진모가 덧붙였다. “연기자들끼리 서열 같은 거 따지면 부담스럽거나 싫게 인식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어쩔 수 없이 서열이 나이 순으로 되어 있어요. 박중훈 선배가 두목이면 제가 오른팔, 익준이가 왼팔, 그다음에 무열이가 행동대장, 지수가 행동대원인 셈이죠.(웃음) 일하면서 이런 재미있는 서열은 괜찮은 거 같아요.” 나쁜 녀석들 사이 서열은 분명하지만 역할 분담은 모호하다. 어디서나 박중훈이 무게중심을 잡아주지만 유머 담당 역시 그다. 주진모, 양익준 역시 유머에 집중한다. 김무열은 활기를 담당하고, 지수는 막내로서 예의를 챙기기도 바쁘다. “오가는 대화는 전부 다 농담이에요. 그런데 이제 드라마가 더 어두워져서 농담이 덜 나오는 거 같아요. 그 생각을 하면 무거워지니까…” 영화 현장만큼은 아니더라도 따로 가진 술자리도 여러 차례. 주진모가 말했다. “여기 멤버들 중에 안 맞는 사람이 없어요. 매번 ‘이게 호흡이구나’라고 느껴요. 각자 색깔이 잘 융합돼서 부담이 없더라고요.” 거친 게임에선 우애가 돈독해지는 법이다. 박중훈은 다섯 배우 사이를 권투 선수에 비유했다.

    지수의 피코트는 몽클레르(Moncler), 팬츠는 유나이터스(Unitus at Ohkoos), 네크리스는 불레또(Bulletto).

    지수의 피코트는 몽클레르(Moncler), 팬츠는 유나이터스(Unitus at Ohkoos), 네크리스는 불레또(Bulletto).

    김무열의 증언대로 짧은 시간 안에 이런 동지애가 만들어진 건 박중훈의 역할이 크다. 한국 영화사에 상징적인 인물인 박중훈에게 영화는 시에 가깝고 드라마는 장편소설에 가깝다. 24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실로 현실적인 대답을 했다. 감독으로 두 번째 작품을 준비하는데 투자도 안 되고 그 와중에 배우의 꿈도 멀어져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었다고 말이다. “고민하다가 들어왔는데 아주 흐뭇하게 찍고 있어요. 너무 폼 잡는 얘기 같은데, 영화는 연극이 과학을 만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연극이 연기의 몇천 년 된 모태인데, 거기에 영화라는 과학이 효과적으로 확대시켜주는 거죠. 드라마는 또 다른 효과적인 과학인 셈이죠.” 그는 이제 트렌디한 플랫폼으로서 드라마를 바라보고 있다.

    김무열의 터틀넥과 팬츠는 지 제냐(Z Zegna).

    김무열의 터틀넥과 팬츠는 지 제냐(Z Zegna).

    박중훈이 맡은 물불 안 가리는 미친 검사 ‘우제문’은 나쁜 녀석들을 모아서 판을 벌인다. 이야기의 시작이자 중심이다. 매 작품마다 장르를 개척해왔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의 연기 방향은 ‘시키는 대로’다. 사실 이 부분은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양익준이 이렇게 정리해주었다. “탄탄한 얘기를 하기 위해 유일하게 하고 있는 건 감독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이에요. 어떤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진 부분을 굉장히 깔끔하게 입력되게끔 디렉션을 주세요. 원래 감독 디렉션 이면에 숨어 있는 감정을 찾아서 주문한 것과 미묘하게 다르게 감독님 마음에 들게끔 연기하는 편인데 지금은 감독님 얘기가 절대자의 목소리로 들립니다.” 하지만 양익준은 이번에도 오랜 습관대로 인물의 과거를 상상하며 단편소설 분량의 글을 썼다. 질척질척한 과거를 로션처럼 현장에 바르고 들어가기 위한 그만의 의식이다. 어쨌든 잘 짜인 판 속에서 베테랑 배우들이 손발을 척척 맞춰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시청자로서도 큰 즐거움이다. “옛날에는 내 판단이 대중들의 마음과 맞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내가 판단한 게 감각이 떨어질 때가 많아요. 그럴 때는 그 감각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나 작품에 기대면 된다고 생각해요. 석유 시추로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여기저기 뚫어봤다면 이제는 기능공으로서 뚫기만 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도 힘들죠. 기능 더하기 창의력이 필요하니까요. 감독이 박중훈이란 크레용을 골라줬으니 연필로 된 스케치에 색을 칠해야죠.” 감독으로 상업 영화까지 개봉했던 그이지만 연기에 대한 조언에서만큼은 말을 아낀다. 연기는 손가락 지문처럼 다 달라서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믿는 ‘물불 안 가리는 미친 검사’ 박중훈에게 후배들은 더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다시 한번 물어볼 것이다. 악인들이 악인들을 처벌하면 정의인가. 나쁜 녀석들은 큰 악으로 만들어낸 작은 악이 악일 수 있겠느냐고 되물으며 자신들을 악인들로 만든 악을 부숴나간다. 김무열은 ‘노진평’의 대사를 들어 얘기했다. “‘우리가 무슨 일만 하면 사람들이 의심하는 게 쪽팔린다’는 대사가 있어요. 현실이 되게 이상한 거 같아요. 검사가 정의를 집행하는 게 당연한데 그 당연한 일을 하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당연한 정의를 찾아서 헤매는 게 너무 이상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찾아가는 여정이 의미가 있을 거예요. 장르물이고 오락물이지만 정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운전할 때 말곤 욕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양익준에게 당신의 거친 연기는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물었을 때, 그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살면서 보아온 것들이라고, 되레 폭력을 무서워하고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1980년대에 중학생이었어요. 그때는 집, 학교, 군대 모두 폭력적이었어요. 사진이 캡처되듯 그때 본 게 저도 모르게 나오는 거예요. 국민을 보호해줘야 하는 경찰이 이유 없이 우리를 때렸잖아요. 실제로 중학교 때 귀를 뚫었다는 이유로 경찰이 제 친구 귀를 잡아 뜯은 적이 있어요. 학교에서 선생님은 똥 묻은 운동화를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애한테 비볐어요. 공공의 질서를 담당하시는 분들에게 그렇게 겪었으니까. 대통령부터 그랬으니까요. 출연 배우나 감독님 모두 비슷한 시대를 살았고 당시 기억이 진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촬영하면서 그런 얘기 종종 나눠요. 공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힘을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썼던 것들, 우리 개인한테 가했던 폭력에 대해서요.”

    박중훈의 체크 패턴 코트는 오라리(Auralee at Beaker), 첼시 부츠는 로크(Loake).

    박중훈의 체크 패턴 코트는 오라리(Auralee at Beaker), 첼시 부츠는 로크(Loake).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지수에게 조금 더 크게 와닿는 정서는 ‘한강주’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복수심과 사람을 향한 순수한 마음은 좀더 본능적이다. 지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계속해서 자라나고 있다. 스스로도 이번 작품이 끝나면 한층 성장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이 있다고 했다. 주진모에게는 배우로서 한 발자국 다가가고 싶은 작품이 됐다. “매번 작품을 달리한다고 생각하고 하는데 보는 사람들은 ‘또 주진모야?’라고 생각할까 봐 항상 고심해요. 그래서 이 작품이 저한테는 ‘주진모였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20대 때부터 저는 ‘오래 하자’가 목표였어요. 밀물이 있을 때 썰물도 있는 거고 썰물이 있을 때 밀물은 기다리면 되는 거니까요. 다니엘 데이 루이스처럼 좋은 작품 왔을 때 임팩트를 주고 잠시 사라지고, 그렇게 지내고 싶어요.”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는 검찰을 소재로 하지만 결국 거대 권력의 적폐 청산에 관한 이야기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이지만 그 힘에 맞서 변화를 꿈꾸는 자들이 분명 존재한다. 2017년 우리는 그 결과를 목도했고 이 작품은 그런 용기 있는 자들에 대한 찬사가 담긴 작품이 될 것이다. 양익준이 말했다. “세상에 조그마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는 모습이 엄청 사이다 같을 거예요. 일반 사이다의 한 일곱 배 정도?” “저 위에 있는 새끼들 무조건 시궁창까지 끌어내린다!”라고 외치는 나쁜 녀석들의 다짐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겨울 따뜻한 방에서 마시는 사이다는 얼마나 시원할 것인가.

      포토그래퍼
      KIM HYUNG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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