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복주머니를 닮은 버킷 백의 등장

2016.03.17

by VOGUE

    복주머니를 닮은 버킷 백의 등장

    30년대 샴페인을 담던 백에서 출발해 90년대 여대생들의 ‘잇 백’ 시대를 지나,
    이번 시즌 클래식을 등에 업고’뉴 백’으로 등장한 것은?
    원통형 백의 입구를 가느다란 스트랩으로 슬쩍 당기면 복주머니 형태가 완성되는 버킷백!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다이아몬드 패턴을 응용한 디아망 버킷백은 구찌(Gucci), 태슬 디테일이 돋보이는 태닝된 브라운색 버킷백은 프라다(Prada), 비비드한 오렌지색 에피 소재 노에 백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프린트 실크 스카프로 완성된 버킷 스타일의 백팩은 에르메스(Hermès), 체인 스트랩이 장식된 미니 호보백은 샤넬(Chanel).

    “신상이라고 소개했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디자인이죠. 루이 비통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아이코닉한 백이에요. 1932년 탄생된 버킷백은 90년대 중반 대한민국 여대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 제품이에요.” 루이 비통 홍보팀에서 버킷백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버버리에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20여 년 전 버버리의 시그니처 체크가 들어간 버킷백은 7년 전에 단종됐다. 하지만 작년에 버킷백과 닮은 복주머니 형태의 ‘크러시 백’이 부활했다.”

    버버리와 루이 비통의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보그> 스타일 디렉터도 대학 시절을 떠올렸다. “버버리와 루이 비통도 있었지만, 까르띠에의 버건디 컬러 버킷백도 유명했지. 헐렁한 데님 팬츠에 피케 셔츠를 입고 버킷백을 드는 것. 당시 멋 좀 부리는 여대생들의 캠퍼스 룩이었어!” 90년대 중반 여중생이었던 스타일리스트도 여대생들의 버킷백은 10대들의 로망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얼마 전 이베이에서 루이 비통의 빈티지 버킷백을 어렵게 찾았다. “이번 시즌에 새로 나온 루이 비통의 버킷백은 너무 비비드해서 좀 차분한 계열의 컬러를 원했죠. 중고 명품 숍과 인터넷을 샅샅이 뒤진 후 결국 이베이에서 태닝 브라운 컬러의 버킷백을 발견했어요.” 그런가 하면, 얼마 전 힐리앤서스 매장 오프닝 파티에서 소녀시대 서현이 메고 온 연핑크색 버킷백은 불티나게 팔렸다.

    사실 90년대 버킷백은 지금의 스피디 백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루이 비통의 버킷백 탄생비화는 흥미롭다. “1930년대 샴페인 공장장이 귀중한 빈티지 샴페인을 운반하기 위해 가스통 루이 비통에게 의뢰한 백입니다. 네 개의 병은 똑바로 넣고 다섯 번째 병은 뒤집어서 담은 뒤 백의 윗부분을 단단한 가죽 끈으로 고정시킬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이 버킷백의 기원이죠. 가스통 루이 비통은 이 백을 노아의 방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서 ‘노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번 시즌 루이 비통은 ‘노에 비비’라고 붙여진 버킷백을 선보였다. 오염과 스크래치에 강한 에피 소재에 컬러풀한 색감이 더해진 것이 달라진 점이다.

    구찌도 프리폴 컬렉션에서 다이아몬드 패턴을 사용한 ‘디아망 버킷백’을 내놓았다. “큼직한 태슬 스트랩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네 가지 컬러와 두 가지 사이즈로 선보이는데, 특히 스몰 사이즈가 인기가 있어요. 톡톡 튀는 컬러감 때문인지 20대가 주 고객입니다.” 스트랩을 조이지 않으면 가방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특징 때문에 버킷백은 그때나 지금이나 작은 사이즈가 인기. 그래서 샤넬은 손바닥만 한 미니 버킷백도 만들었다. 시그니처 체인 스트랩이 앙증맞게 달린 에나멜 버킷백은 미니 클러치를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이번 시즌 구찌, 프라다, 랄프 로렌, 마이클 코어스, 만수르 가브리엘처럼 클래식한 옛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한 버킷백이 아닌, 다른 형태로 완성된 버킷백들도 있다. 가방 윗부분을 스트랩으로 조이는 것이 아닌, 쇼퍼백을 주먹으로 쥔 듯한 디자인으로 두 개의 스트랩을 한쪽 스트랩에 넣어 팔목에 걸면 끝! 버킷이라기보다 복주머니에 가까운 형태로 토리 버치와 맥퀸, 필로소피 등에서 선보였다.

    작년부터 슬금슬금 등장한 버킷백을 이번 시즌 거의 모든 브랜드들에서 앞다퉈 내놓게 된 이유? 지루한 호보백과 실용성이 부족한 클러치에서 벗어날 때도 됐고, 태슬 디테일과 톡톡 튀는 컬러, 앙증맞은 사이즈 등 변형이 얼마든지 가능하며, 눈에 익숙한 빈티지한 무드에다 내추럴한 매력까지 있기 때문. 게다가 학창 시절 추억과 로망이 담긴, 누군가에겐 ‘뉴 백’이 아닌 ‘그 백’ 아닌가!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진
      포토그래퍼
      HWANG 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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