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파코라반: 디지털적인 힘
쇼는 소매가 없는 티셔츠로 시작되었다. 마치 찢어진 스타킹처럼 올이 풀린 티셔츠에는 블랙 팬츠가 같이 매치되었다. 그러나 이는 그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앙도 세나가 새로 이끌게 된 파코라반의 시작일 뿐이었다. 60년대 “와코파코(Wacko Paco)”라 불리던 바로 디자이너 파코라반 말이다.
이번 쇼는 2013년 이후 과거와 현재의 미래지향적인 퀄리티가 마구잡이로 섞여온 이 브랜드에서 이례적으로 패션 헤리티지를 아름답게 다룬 자리였다.
21세기 비전으로 본 모더니즘은 메탈릭체인을 덜그럭거리는 것이 아닌, 다양한 스트레치 패브릭을 다루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메탈 클립이 달린 부드러운 크림색의 후디는 밝은 하얀색의 드레스 아래 쪽에 매치되었다.
몸과 함께 움직이는 소재들이 각 아이템마다 들어간 듯 했다. 얇고 검은색 브라 위에 톱을 입었거나 거칠게 자른 퍼로칼라의 가장자리를 둘렀다. 프린트와 패턴, 반짝이는 귀걸이와 프린지가 달린 로퍼 부츠는 누가 봐도 기본적인 의상들을 완성시켰다. 발사 준비가 된 ‘우주로의 여행’ 같은 은색 부츠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각 의상들은 복잡해 보였지만 그 효과는 정반대였다.
그리고는 일렁이는 붉은 불꽃을 수 놓은 반짝이는 블랙 톱 같이 21세기형 장식이 등장했다. 파코라반과 함께 한 6번째 쇼에서 줄리안은 3D영화를 닮은 짧은 톱 위로 호랑이가 뛰어오르는 패턴을집어넣는 등 신선한 요소들을 끌어들였다.
나는 어디서 이런 자료들을 모두 가져왔는지 알고 싶었다. 미끈한 스칼렛 드레스를 위해 쓰인 메탈 메시는 분명 1990년대 지아니 베르사체의 룩이었다. 이는 백스테이지에서 줄리앙이 확인해준 사실이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친 후에야파코라반이 성공적인 디자이너를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사진작가 데이비드 드 베이터가 “파코라반”의 요청으로 선사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무성한 잡초와 콘크리트 구조물 사진만큼이나 미스터리하다.
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창립자 파코라반과 속내를 나누면서 이 브랜드를 일관성 있게 만들게 됨에 따라 나는 줄리앙에게 자신의 테크닉에 대해 직접 설명해달라 부탁했다.
“나는 정말 중립적인 좋은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이를 통해 스스로 세련되고 깔끔하게 작업하면서도 좀더 많은 장식과 프린트를 다루려고 합니다. 세련됨을 유지하면서도 장식을 더할 수 있죠.” 줄리앙이 말했다.
“테일러링의 경우 저는 아주 확신에 차 있으면서 강한 애티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2년 동안 작업해온 소녀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을 찾고 다루는 방법이죠.” 그가 덧붙였다.
유익한 시간이었던 듯 보인다. 그리고 그 21세기적인 정체성야말로 파코라반과 다른 우주시대 오래된 하우스들이 앞으로 50년을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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